로보캅·타이타닉 봤던 대한극장 안녕…“한 시대가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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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한극장 폐업 소식에 "최근엔 방문객이 거의 없어 언젠가 문을 닫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사라진다니 슬프다. 충무로의 시대가 진짜 끝났다는 게 느껴진다"고 아쉬워했다.
1986년 영화 '구니스'를 시작으로 '피터팬', '어 퓨 굿 맨' 등을 관람하며 대한극장과 1980~1990년대를 함께했다는 정사라(48)씨는 "단성사 등도 없어졌는데 대한극장까지 문을 닫는다니 극장의 한 시대가 사라져 버리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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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멀티플렉스로 단장했지만
9월30일 종료…문화공연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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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극장은 초등학교 방학 때 로보캅을, 군대 첫 휴가 때 타이타닉을 봤던 곳이에요. 입이 떡 벌어지는 초대형 스크린, 의자까지 흔들리는 것 같은 괴력의 사운드 때문에 꼭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어요. 좌석도 2000석에 가까워서 수많은 관객과 영화로 하나 되어 나오던 곳이었어요.”
강재상(48)씨에게 대한극장은 어린 시절 영화 보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 만큼 소중한 추억을 안겨준 곳이자 사회초년생 시절 퇴근 후 스트레스를 풀어주던 곳이다. 그는 대한극장 폐업 소식에 “최근엔 방문객이 거의 없어 언젠가 문을 닫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사라진다니 슬프다. 충무로의 시대가 진짜 끝났다는 게 느껴진다”고 아쉬워했다.
1958년 단관극장(상영관이 한 곳인 영화관)으로 문을 열어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을 첫 상영했던 ‘충무로의 상징’ 대한극장이 66년 만에 문을 닫는다. 대한극장을 운영하는 세기상사는 지난달 29일 전자공시에 ‘극장사업부 영화상영사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지속적인 적자 해소’와 ‘회사소유자산의 효율화 및 사업구조개선’을 이유로 대한극장의 영업을 오는 9월30일 종료한다고 신고했다. 세기상사는 대한극장 건물을 개조해 문화공연장으로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시민들은 대한극장에서 본 영화를 기억하며 저마다 안타까움을 전했다. 1994년 이 극장에서 ‘쉰들러 리스트’를 처음 본 이후 최근까지 계절마다 이곳을 찾았다는 박신영(45)씨는 “프렌차이즈 극장과 달리 정시에 상영을 시작하고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불을 켜지 않는 게 좋아 일부러 더 대한극장에 갔다”고 했다. 그는 “지난 겨울에는 한산한 대한극장을 보고 안쓰러워 이 공간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나름의 기획안까지 만들어보기도 했다”고 했다. 1986년 영화 ‘구니스’를 시작으로 ‘피터팬’, ‘어 퓨 굿 맨’ 등을 관람하며 대한극장과 1980~1990년대를 함께했다는 정사라(48)씨는 “단성사 등도 없어졌는데 대한극장까지 문을 닫는다니 극장의 한 시대가 사라져 버리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의 대표적 단관극장들은 2000년대 들어 상영관을 늘려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변화를 꾀했으나 결국 차례로 폐업 수순을 밟았다. 단성사와 명보극장은 2008년, 서울극장은 2021년 폐업했고 피카디리 극장은 2015년부터 CGV에 완전히 운영권을 넘겼다. 대한극장도 2001년 말 11개 상영관을 갖춰 멀티플렉스로 재개관했지만 대기업 계열 체인 영화관에 밀려 지속적인 적자를 냈다.
영화계에선 대기업 계열 멀티플렉스의 과점으로 영화관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폐업하는 서울극장의 모습을 담은 영화 ‘서울극장’을 연출한 김태양 감독은 “단관극장들이 프랜차이즈 멀티플렉스를 따라 하기보다 해외의 로컬 극장처럼 컨셉을 잡아 운영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면서 “폐업은 안타깝지만 그동안 운영 시스템이 아쉽기도 했어서 대한극장이 사라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3개의 회사가 극장업을 독점하면서 상영 영화의 다양성도 점점 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면서 “지금이라도 극장 간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사업자가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예컨대 개인 회사가 운영하지만 멀티플렉스가 이름만 빌려주고 있는 ‘위탁관’의 경우 극장주가 원하면 독립 브랜드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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