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마쉬 감독 놓친 축구협회, 스스로 협상력 떨어트렸다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 후임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는 대한축구협회(KFA)의 협상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남자 축구 A대표팀은 오는 27일 6월 A매치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공개한다.
이번 대표팀은 내달 6월 원정으로 치르는 싱가포르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5차전과 11일 홈에서 펼쳐지는 중국과의 6차전을 소화한다.
하지만 6월 A매치 명단을 발표할 사령탑이 석 달째 공석이다.
한국 축구는 지난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밀려 탈락한 이후 클린스만 감독과 결별했다.
이후 3월 태국과의 2차 예선 3, 4차전은 황선홍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 임시 체제로 소화했고, 현재 새 감독을 찾는 중이다.
다만 클린스만 전 감독 후임을 찾는 과정이 순탄치 않다.
축구협회 전력강회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수도권 모처에서 회의를 열어 그간 살펴본 새 감독 후보를 놓고 논의를 거쳐 4명으로 좁혔다.
이들 4명은 모두 외국인으로 알려졌으며, 1순위로 과거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에서 황희찬(울버햄튼)을 지도했던 제시 마쉬 감독이 거론됐다.
그러나 마쉬 감독은 지난 14일 캐나다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축구계에 따르면 연봉을 놓고 입장 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는 현재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위약금과 천안축구센터 준공 등으로 금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캐나다축구협회 역시 재정적으로 넉넉한 상황은 아니지만, 마쉬 감독과의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소속 캐나다 구단 3곳(몬트리올 임팩트·토론토FC·밴쿠버 화이트캡스) 구단주들의 지원을 받아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또 몬트리올의 구단주 조이 사푸토와 토론토FC를 소유한 북미 최대 스포츠 기업 메이플 리프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등의 거액 지원과 함께 수많은 개인 기부자의 지원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과 캐나다 두 축구협회의 행정력 차이에 대한 팬들의 비판 목소리가 커졌다.
스스로 감독 선임 기한을 정해 놓은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축구협회는 6월 A매치를 준비하는 5월 전까지 선임하겠다고 공언했었다.
빠른 정상화를 위한 축구협회 나름의 의지를 드러낸 대목일 수 있지만, 시간에 쫓겨 방향성은커녕 협상의 기본인 선택지마저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실제 축구협회가 헛물켜는 사이, 또 다른 후보로 알려진 바스코 세아브라 감독은 계약 기간이 연장되며 불발됐다.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조차 중동 언론을 통해 잔류 의사를 밝힌 것이 알려졌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축구협회가 이름값이나 당장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선택보다는 월드컵이라는 먼 미래를 보고 국내 정서와 철학에 맞는 사령탑을 제대로 뽑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6월 A매치가 아닌, 다음 국가대항전인 9월 A매치로 정식 감독 선임 마감 기한을 연장하면 보다 많은 감독들을 후보에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유럽 주요 리그는 시즌 막바지인 데다 내달 중순 개막하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24(유로 2024) 등 굵직한 대회들이 남아 있어, 여름이 되면 더 많은 감독 후보가 시장에 나온다.
이에 맞춰 축구협회도 캐나다처럼 외부 도움 등을 통해 금전적 문제까지 풀어낸다면, 보다 좋은 상황에서 새 감독을 품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축구협회는 앞선 후보들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후순위였던 세뇰 귀네슈 감독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정식 감독 선임'에 집중하기 보다는, 귀네슈 감독이 기존에 세웠던 기준에 부합하는지 등 제대로 된 프로세스에 맞춰 감독을 뽑은 데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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