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2000세대 전기사용 한눈에… 검침시간 줄여 주민 돕죠"

안경애 2024. 5. 1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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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전기검침도 DX
노후계량기 교체 지원받아
찾아가는 검침 대신 '클릭'
입력실수 감소·실시간 확인
전력사용량 빅데이터화 가능
김근수(왼쪽) 상계주공1단지 관리사무소 관리소장과 이해종 전기실장이 단지 곳곳에 설치된 CCTV에서 찍힌 영상을 보고 있다.
이해종(왼쪽) 상계주공1단지 관리사무소 전기실장과 김근수 관리소장이 세대에 설치된 스마트 계량기를 점검하고 있다.
신민호 서울 성동구 '서울숲 금강아미움' 관리사무소장이 단지와 세대의 전기 사용량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 강변북로를 지나 동부간선도로를 20여분 달리자 2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가 펼쳐졌다. 88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입주해 36년이 된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아파트 1단지다. 곳곳에 서 있는 나무와 시설물에서 아파트의 연식이 느껴졌다. 한옥 느낌의 관리사무소 안으로 들어서자 5~6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한켠에서는 아파트 곳곳에 설치된 CCTV에서 촬영된 영상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김근수 관리소장은 "24개 동으로 이뤄진 대단지로, 관리사무소 직원만 18명, 경비원은 38명에 달한다"면서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설비, 전기, 토목, 조경 등으로 업무가 구분돼 있다"고 말했다. 4명으로 구성된 전기실은 24개 동, 2064세대를 포함한 단지 내 전체 전기시설을 관리하고 각 세대의 전기사용량을 검침하는 일을 한다. 이 단지는 2022년 8월 사람이 계량기 수치를 확인할 필요 없이 각 세대의 전기사용량을 자동 검침하는 스마트 계량기를 도입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노후된 계량기를 무상으로 교체해 주는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 구축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사업 수행은 누리플렉스가 맡았다.

◇매월 2~3일 걸리던 검침이 클릭 몇번으로 끝

국내에서 AMI(지능형 검침 인프라)는 주로 한전이 맡아서 구축·관리하는데 아파트는 한전의 관리 범위 밖에 있다. 단지 차원에서 한전과 전력공급 계약을 맺고, 각 세대의 전기검침은 관리사무소가 한전의 위임을 받아서 한다.

신축 아파트는 건축 시 단지 차원에서 AMI를 설치하지만 노후 아파트는 투자 주체가 없다. 정부는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 구축사업을 통해 2020년 9월부터 2022년말까지 약 3년간 전국 아파트 170만여 호에 AMI를 보급했다. 정부와 기업이 투자를 분담하는 형태였다.

이를 통해 아파트 거주자들은 모바일앱을 이용해 전기를 얼마나 쓰는지 15분 단위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전기를 절약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전력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과거에 없던 서비스를 개발하는 토대가 마련됐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일일이 세대를 찾아가서 계량기 수치를 확인하는 수고가 사라졌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어디서나 각 세대의 전기 사용 추이를 확인하고, 검침에 들이는 시간을 주민 지원과 소통에 쓸 수 있게 됐다.

◇여름엔 땀범벅, 겨울엔 추위에 힘들었는데…"검침이 세상 편해져"

이해종 전기실장은 "스마트 검침 도입 전에는 매달 2~3일씩 각 세대와 공용 시설의 전력 사용량을 검침했다. 각 세대를 방문해서 계량기 수치를 휴대전화 앱에 입력하는 식인데, 잘못 입력하면 다시 해야 했다"면서 "그런데 스마트 계량기 도입 후 며칠 걸리던 일이 클릭 몇번으로 줄었다. 또 인터넷과 연결된 어디서든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입력하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에 많으면 7~8세대가 이사를 하는데 이때도 실시간 검침해서 쓴 만큼 비용을 주고받으면 된다.

이 실장은 "예전에는 한여름이면 각 세대를 다니며 검침을 하느라 땀범벅이 되고, 겨울에는 추워서 힘들었는데 이제 클릭 몇번이면 한전에 보낼 자료 편집과 전송이 끝나니 세상 편해졌다"고 밝혔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세대별 전기 사용량을 15분 단위로 보면서 이상한 점이 보이면 바로 확인한다. 이 실장은 "전월에 비해 수치가 과다하게 올라가면 전화나 방문을 해서 물어본다. 혹시라도 계량기 고장이거나 누전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아기가 있거나 난방용품을 샀을 경우가 많다. 특히 아기가 있는 집은 확실히 전기 사용량이 많다"고 말했다.

◇"전기사용량 많은 가정엔 절약 팁 알려주기도"

대부분의 세대에서 1인당 평균 월 100㎾h(킬로와트시) 내외, 4인 가족은 많으면 월 600㎾h까지 쓰는데 드물게 1000㎾h 이상 써서 월 20만~30만원의 요금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실장은 "겨울에 아끼려고 난방을 잠그고 전기를 쓰는 경우, 반려동물을 위해 온풍기나 에어컨을 계속 트는 경우 등이다. 한때는 코인 채굴기를 가동해서 수십만원의 요금이 나오는 집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집에서 잠만 자는 1인 가구는 전기 사용량이 극히 적다.

이 실장은 "전기 사용량이 바로 추적되니 너무 적거나 없으면 혹시라도 문제가 있을까 해서 세대에 확인을 하는데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일"이라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다양하다. 대부분의 어르신은 일부러 춥게 산다. 집을 비워두고 요양원에 가 계시는 분들도 있다. 다른 세대에 비해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는 집은 셋톱박스 전원을 끄라거나 전기밥솥을 쓰면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다거나 하는 팁을 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단지에 이어 상계주공 7단지, 9단지 등도 스마트 계량기를 설치했다.

김 소장은 "정부가 스마트 계량기 설치를 지원하는 것은 입주민들이 전기사용 현황을 확인하게 해줘 전기 절약을 유도하려는 취지로 알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애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입·전출 시 전기요금 정산을 두고 시비 거리도 없어졌다. 이사하는 날까지 쓴 양이 바로 확인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홀로 아파트에서 직원 대신하는 원격검침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나홀로 아파트 '서울숲 금강아미움'의 신민호 관리소장은 원격검침 전도사다. 이 단지는 2022년 전기 검침에 스마트 계량기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수도와 가스도 원격검침을 도입했다. 130세대를 다른 직원의 도움 없이 혼자 관리하는 신 소장은 검침에 드는 수고를 없애고 요금 정확성을 높였다. 주민들을 살피고 소통하는 여유는 덤으로 생겼다.

신 소장은 "매달 한 차례 수작업으로 검침할 때는 숫자 8을 3으로 쓰는 등 실수를 하기도 했다. . 그런데 전기는 누진제다 보니 검침을 잘못 하면 자칫 누진제의 적용을 받아 주민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 자동으로 수집된 숫자를 파일로 저장해서 보내주면 되니 '오류 제로'"라고 말했다. 이 단지는 맞벌이 부부가 많다 보니 낮에는 전기사용량이 적고 저녁에 많이 쓰는 패턴이 있다고 한다. 세대별로 적게 쓰는 집은 100여 ㎾h, 많으면 500~600㎾h 정도를 쓴다.

신 소장은 과거 IT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해 신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는 "단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세대가 많은데 낮에 전기가 생산되면 계량기가 거꾸로 돌아간다. 그만큼 전기요금을 낮아지는 것"이라며 "세대별로 월 1만원 정도 절감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각 가정의 전기사용량과 사용패턴이 빅데이터로 쌓이면 쓰임새가 많을 것"이라며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전략을 세우고 요금정책을 수립할 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글·사진=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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