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일 못해, 애나 봐야지”···팀장의 이런 말, 신고했더니?

조해람 기자 2024. 5. 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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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직원들은 일을 못하고 안 하려고 한다. 결혼해서 애나 낳으러 가야 한다.”

직장인 A씨의 상사인 팀장이 남성 직원에게만 일을 시키며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다른 직장인 B씨 회사의 팀장은 거래처 사람과 식사 자리에서 “어디 여자가 돈을 버느냐”며 “여자가 할 일이 얼마나 많나. 애 학교 보내고. 수영도 다니고 문화센터도 다니고”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C씨의 회사 대표는 “임신하면 여자는 일을 못 한다. 애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거나 “결혼하니 좋냐”고 말했다.

직장 내 성차별로 고충을 겪는 이들 세 사람은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세 사람이 구제를 받으려면 ‘고용상 성차별’로 신고를 해야 하지만, 실제 노동당국이 성차별을 인정하고 시정조치를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부기관의 성차별에 대한 이해도가 여전히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고용상 성차별 신고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2020년부터 2024년 3월까지 노동청에 접수된 고용상 성차별 신고사건 274건 중 ‘시정완료’된 건은 6.9%(19건)에 그쳤다. 시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건은 9건(3.2%)이었다.

2022년 5월19일부터 노동위원회도 고용상 성차별을 판정할 수 있게 됐지만, 2024년 3월까지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차별시정 신청 91건 중 시정명령이 내려진 것은 23.0%(21건)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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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여부를 판단할 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의 성별이 남성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 의원실이 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 중 여성은 2024년 1분기 기준 33.7%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현실 속에서 고용상 성차별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은 여성인데도, 성차별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대부분 남성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고용상 성차별을 당한 직장인들도 관련 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2월2일부터 13일까지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를 보면, 고용상 성차별 경험자 59.5%가 시정신청 제도를 몰랐다. 제도의 존재를 알면서도 이용하지 않은 성차별 경험자 가운데 22.9%는 ‘시정제도를 신뢰할 수 없어서’ 시정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직장갑질119 김세정 노무사는 “최근 의미있는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이 연달아 나오지만 여전히 시정신청 제도를 ‘모른다’는 응답이 많아 안타깝다”며 “적극적인 제도 홍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노무사는 이어 “성차별에 대한 판단은 성차별에 관한 심도 있는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제대로 할 수 있다”며 “공익위원 성비 불균형을 개선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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