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만나지 마라" 발끈…여친 부모 살해, 시신 앞에서 성폭행

박태훈 선임기자 2024. 5. 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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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시신보고 혼절한 여자친구, 4층에서 뛰어내려 탈출 [사건속 오늘]
증거 없애려 밀가루 등 사전에 치밀한 준비…범행후 술마시며 자다 검거
2014년 5월 19일 오후 체포 된 장재진. (MBN 갈무리) ⓒ News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19일 현재 사형을 대기 중인 우리나라 사형수는 59명이다. 그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이는 207명으로 사형수 1명당 3.5명의 피해자를 냈다.

59명의 사형수 중 10년 전 오늘인 2014년 5월 19일 대구 달서에서 끔찍한 범행을 저질러 사형선고를 받은 장재진(1990년생)은 최연소 민간인 사형 대기수다.

군인까지 사형수를 확대하면 최연소 사형 대기수는 5명의 동료 병사를 숨지게 하고 7명을 다치게 한 임도빈(1992년생) 병장이다.

◇ 악마의 화신 장재진…오죽하면 사형선고를

장재인은 2014년 5월 19일 오후 6시20분쯤 대구 달서구에 있는 전 여자 친구 권 모 씨 집에서 권 씨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살해하고 권 씨를 성폭행했다.

그는 여자 친구 부모가 '딸을 만날 생각 마라'며 꾸짖은 것에 앙심을 품고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한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인 까닭에 21세기 들어 법원은 웬만해선 사형선고를 내리지 않는다.

장재진에게도 단순히 살인, 성폭행 등의 죄를 물어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 아니라 그의 악행을 최소한이라도 벌한 수단이 '사형 선고'외 달리 없었기 때문이다.

△ 여자 친구 험담…항의하는 여친에 폭력행사

장재진은 2014년 2월부터 사귄 권 씨가 그해 4월 2일 "왜 내 친구에게 내 욕을 하고 다니냐"며 따지자 뺨을 때리는 등 화를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재진의 폭력성을 체험한 권 씨가 "헤어지자'고 요구하자 장재진은 4월 7일 여자 친구를 자신의 자취방으로 끌고 가 폭력을 행사,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혔다.

2014년 5월 23일 오전 대구시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장재진이 범행을 재현하고 있다. 2014.5.23/뉴스1 ⓒ 뉴스1

△ 딸 맞은 것에 격분한 부모, 장재진 부모에게 알린 뒤 '내 딸 만날 생각 말라'

권 씨의 부모는 딸이 폭행당했다는 사실에 격분, 장재진의 부모에게 이를 알린 뒤 '다시는 내 딸을 만날 생각 말라'고 통보했다.

부모로부터 심한 추궁을 당한 장재진은 앙심을 품고 '다 죽여 버리겠다'고 결심, 준비에 들어갔다.

살해 흔적을 없애는 법 등을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살핀 장재진은 방바닥에 뿌릴 밀가루(피를 응고시킴, 밀가루를 모아 버리면 혈흔을 없앨 수 있다 생각), 붕대, 소독약, 갈아입을 옷, 흉기 등을 구입했다.

또 배관수리공으로 가장해 권 씨 아파트로 들어가 내부를 살필 생각으로 배관 관련 용어도 검색해 공부했다.

△ 5월 19일 오후 5시 30분 1차 탐색, 50분 뒤 다시 들어가 범행

장재진은 5월 19일 오후 5시 30분 배관수리공으로 위장, 권 씨 아파트 벨을 눌렀다.

5분가량 집안을 살핀 장재진은 권 씨의 부모만 있는 것을 확인, "수리 공구를 갖고 돌아오겠다"며 다시 밖으로 나갔다가 50분이 흐른 6시 20분쯤 다시 아파트를 찾았다.

장재진은 오후 6시 30분 무렵 권 씨의 어머니를 살해한 뒤 도망치던 아버지마저 따라가 살해했다.

몇시간 뒤 어머니 휴대전화로 권 씨에게 '일찍 귀가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 어머니 시신 보여주면서 "말 안 들으면 아버지 죽인다" 위협 성폭행

장재진은 자신이 보낸 문자에 속은 권 씨가 5월 20일 새벽 0시 30분쯤 귀가하자 흉기로 위협하고 어머니의 시신을 보여준 뒤 "말을 안 들으면 작은 방에 가둔 아버지마저 죽이겠다"고 위협, 성폭행했다.

장재진이 이미 아버지도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권 씨는 20일 오전 9시쯤 장재진이 한눈을 파는 사이 아파트 4층에서 뛰어내렸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지자 장재진은 아파트를 빠져나와 달서구와 반대편에 있는 경북 경산시 자신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2014년 5월 19일 밤 헤어진 여자친구 부모를 살해한 장재진이 5월 20일 황급히 아파트를 빠져 나가는 모습. ⓒ 뉴스1

△ 범행 후 자취방에서 코 골며 잔 장재진…"술 한잔한 뒤 자수하려 했다"

경찰은 권 씨의 진술에 따라 장재진 수배령을 내리는 한편 그가 갈만한 곳에 형사대를 급파했다.

자취방으로 돌아온 장재진은 소주를 들이켠 후 그대로 뻗어 버렸다.

경찰은 코를 골면서 자는 장재진을 체포했다. 이와 관련해 장재진은 재판 과정에서 "집으로 가 술이나 한잔한 뒤 자수하려 했다"며 죄의식 없는 발언을 했다.

△ 1심에서 사형선고 받자 반성문 67장…法, 용서할 수 있는 단계 벗어났다

2014년 9월 19일 1심인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남근욱 부장판사)는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점, 범행의 잔혹성, 재범 가능성,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 항소한 장재진은 무려 67차례나 반성문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2심도 "피고인의 행위는 내면의 악행을 그대로 보여줬다"면서 용서할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났기에 사형 외 달리 택할 방법이 없다며 사형을 유지했다.

2015년 8월 27일 대법원도 장재진의 상고를 기각, 장재진은 현재 대구 교도소에서 사형집행을 대기 중이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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