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스까지 살린 ‘웅녀’의 인내···두산 타선은 ‘황금기 지표’로 가는 중

안승호 기자 2024. 5. 1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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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라모스.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허경민. 두산 베어스 제공



외국인선수 성패에는 ‘정답이 없다’는 생각을, 두산 베어스 관계자 누구라도 떠올렸을 시간이었다.

한국으로 오기 직전인 지난 시즌 트리플A(신시내티 산하)에서 77경기를 뛰며 타율 0.318 13홈런 55타점에 OPS 0.973을 찍었다. 이쯤 되면 ‘트리플A를 거의 폭격했다’고 표현하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습관이다. 더구나 메이저리그에서도 23경기에 나서 타율 0.243 OPS 0.660을 기록하며 활동 범위를 넓혔다. 2022년 KT에서 뛰다가 부상으로 조기에 팀을 떠났지만 한국야구를 경험한 이력으로 KBO리그 적응 또한 크게 걱정할 게 없었다.

그러고 보면 나쁜 반전이었다. 두산 외국인타자 헨리 라모스의 올해 봄은, 지난해 경기력을 기반으로 한 보편적인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승엽 감독을 비롯해 박흥식 수석코치, 김한수 타격코치, 고토 작전코치 등 타격 전문가들이 즐비한 두산 타선의 뜻밖의 고전 속에 한번 더 도드라지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역시 마라톤을 닮은 게임이다. 초장기전에서 경쟁력 있는 ‘평균’을 만들어야 결국에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

두산은 신화 속 ‘웅녀’의 인내와 기대림 끝에 또 한번 반전 시간을 만나고 있다. 이번에는 좋은 반전이다.

라모스가 일어서고 있다. 지난 4월까지만 하더라도 타율 0.244 OPS 0.662로 부진한 끝에 2군도 다녀왔지만. 18일 현재 5월 들어 월간 타율 0.385 OPS 1.063으로 도약했다. 시즌 성적도 타율 0.299로 3할을 넘나드는 가운데 OPS 0.818로 수치 조정을 하고 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5월 들어 라모스에 대한 물음에 스윙 스피드의 변화를 얘기했는데 그와 같은 기대가 수치로 나오고 있다.

100승 달성 뒤 양석환과 기념 촬영 중인 이승엽 두산 감독.



라모스의 사이클은 곧 두산 타선의 사이클이 되고 있다. 두산은 지난 4월까지만 하더라도 팀타율 0.271로 7위, 팀 OPS 0.763으로 5위에 머물렀으나 5월 들어 리그 타격 지표를 리드하기 시작했다. 5월 한 달간 15경기에서 팀타율 0.315로 1위를 기록 중인 가운데 팀 OPS도 0.864로 호화롭다. 시즌 전체 타격 지표로도 팀타율 0.285(2위)로 KIA(0.295)를 추격하는 등 각종 공격 부문 ‘고지 쟁탈전’을 시작했다.

베테랑 허경민이 5월 들어 타율 0.471을 기록하고, 양의지가 0.388을 찍는 데다 강승호(0.313)와 라모스까지 주포들이 다변화되고 있다. 현재 흐름으로는 두산이 황금기를 달리던 시절 남긴 공격 지표들을 소환하는 분위기다.

두산은 2015년 업셋 우승 이후 주력 멤버들이 물이 올랐던 2018년 팀타율 0.309 팀 OPS O.862로 한 시즌을 마친 적이 있다. 두 부문 모두 독보적인 1위였다. 그해 두산 타선에는 3할 타자가 ‘서울의 김서방’처럼 흔했던 시절이기도 하다. 양의지, 김재환, 최주환, 박건우, 허경민, 김재호, 오재원 등 3할 타자만 무려 7명을 배출했던 시즌이다.

두산 타선의 5월 성적표는 그 시절 타격 수치들과 다르지 않다. 두산이 외국인 에이스 알칸타라의 부상 등의 변수 속에서도 악재들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는 것은 현재 불타고 있는 타선의 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역시 관건은 다시 ‘평균’을 만드는 일이다. 5월 사이클을 시즌 전체 흐름으로 끌어가기 위해 타격 관련 ‘엘리트 지도자들’이 많은 두산 벤치는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지금 방망이로 일어서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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