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절대 계산 안하는 여친...“너도 나 사귀는 거 과시하려는 거잖아”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122] 영화 ‘슬픔의 삼각형’
ㅇㅇ남이나 ㅇㅇ녀 같은 표현은 늘 논쟁의 대상이 된다.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런 논쟁에 참여하게 됐을 때 가장 안전한 포지션은 그런 표현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일련의 언어가 특정 성을 향해 편견을 드러내고, 사회적으로 성차별과 성갈등을 단단히 만드는 성격이 있으므로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 특성이 아니며, 현재의 가부장제 사회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났다는 게 영화의 주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특정 성별이 사회적 편견에 매우 충실히 부합하는 행동을 할지라도 손가락질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듯하다. 사회의 성적 권력 구도가 바뀌면 서로가 지적하는 포인트도 정반대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이 다툼에서 굳이 택시 기사를 등장시킨 부분에서 영화가 보여주려는 바를 확인할 수 있다. 감독은 커플 중 여자 쪽이 계산하지 않는 문제가 이 커플만의 갈등은 아님을 이야기하려는 듯하다. 즉, 어떤 남성들에겐 이 문제가 너무 심한 스트레스라 남성 간의 정서적 연대가 일어날 정도라는 뜻이다.
여자는 작정한 듯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다 털어놓는다. 사실 식당에서 계산서를 못 본 척했다. 염치없다는 생각도 전혀 하지 않는다. 기가 찬 남자친구가 돈도 더 잘 벌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묻자 여자는 “누가 더 버는진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다.
“임신해서 일을 그만둬야 한다면 상대가 날 돌보려 할지 알아봐야지. 안 그러면 시간 낭비니깐. 난 모델 생활이 끝나면 과시용 아내밖에 안 되거든.”
트로피와이프인 자신을 기꺼이 부양하면서 살아갈 의지와 능력이 되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남자는 여자의 솔직함에 외려 더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이들 중 다수는 종업원에 대한 하대가 몸에 뱄다. 러시아 갑부 여성은 한창 일하고 있는 선원들에게 미끄럼틀을 타고 놀라고 명령한다. 배가 모터로 가는지라 돛을 탑재하지 않았는데 돛이 더럽다며 세척하라는 승객도 있다. 선원들은 승객의 무리한 부탁까지 다 들어주는데, 이들이 주는 팁이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갑질 파티가 벌어지는 이 배를 뒤집어엎음으로써 상황을 반전시킨다. 여기서 감독은 세상의 비극에 관심 없던 부자들에게 그들 역시 세상의 비참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례로 배가 전복되는 원인이 되는 건 해적들이 던진 수류탄인데, 그건 배 위의 승객이 운영하는 군수 회사 제품이다. 배가 가라앉기 직전 변기가 오물을 뿜어내는 장면은 자신을 ‘똥팔이’로 부르던 남자에 대한 조롱이다.
그녀와 가까워져야 먹을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칼은 비위를 맞춘다. 여자친구인 야야에게서 선을 넘지 않으며 그녀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노하우도 배운다. 처음엔 그저 평온한 하루를 위해 했던 행위였는데, 무인도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서 칼은 그녀의 정식 애인이 되는 것까지 상상해본다.
영화의 주장은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니고, 또 모두가 공감할 만한 내용도 아니다. 이러한 주장 자체가 성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건 아닌지 싶기도 하다. 다만, 이를 보여주기 위해 서사를 쌓아가는 과정은 재밌다. 칸영화제가 이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시상한 이유는 어쩌면 좀 심각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내는 능력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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