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데이터의 주인은 누구인가 [편집인의 원픽]

2024. 5. 1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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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깔린 많은 종이들 가운데 하나를 탁 집어 책상 위에 올려놓는 일. 흔히 언론의 역할로 불리는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의제 설정)이 그와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수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그 중에 뉴스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뭘까. 고민과 취재를 거쳐 우리가 내놓는 기사(어젠다)는 독자에 말을 거는 일이다. 뉴스 수명이 갈수록 빨라지는 요즘,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세계일보만의 기사를 소개한다.
 
2018년 4월10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 당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페이스북 이용자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무단 유출돼 지난 대선 과정에 이용됐다는 의혹과 관련, 미국 의회 합동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저커버그가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것은 2007년 페이스북 창업 이후 처음이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끝난 2016년 미국 대선은 소셜미디어(SNS)가 정치 캠페인에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를 보여준 전범이다. 러시아 정부의 조직적 개입, 페이스북 ‘좋아요’를 악용한 선거 캠페인은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실제 페이스북과 선거 캠페인업체 케임브리지 애털리티카의 ‘데이터 스캔들’에 깊숙이 관여했던 브리태니 카이저는 ‘타켓티드’라는 책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타겟이 됐다는 사실을 모른 채 철저하게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된 광고 메시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전세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진 심리 공작의 결과는 파괴적이었다”고 썼다.

우리가 심심풀이로 보는 영상, 바쁜 시간을 쪼개 검색하는 뉴스, 무심코 누르는 광고까지 모든 데이터 자산은 플랫폼 기업으로 모인다. 플랫폼 기업은 디지털 자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 등 다양한 영업 모델을 만들어낸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대세를 이루는 시대에는 데이터가 기업의 영향력을 좌우하고 서비스의 품질을 결정한다. 우리가 ‘무료 서비스’의 유혹에 넘어가 매일, 매순간 쏟아내는 데이터가 누군가의 파워, 돈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미국 상,하원의 틱톡금지법 통과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린 중국계 기업 소유의 플랫폼 틱톡. AFP연합뉴스
일반인들에게 데이터는 환산되지않는 가상의 자산에 머물지만 기업들은, 국가들은 벌써 데이터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중국 기업 ‘틱톡’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 한국 네이버 라인 서비스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간섭이 대표적이다. ‘틱톡금지법·라인사태…데이터 주권에 높아지는 e국경’(5월10일자·홍주형 기자·베이징=이우승 특파원) 기사는 디지털 자산이 국가 안보 이슈가 된 현실을 짚었다. 패권경쟁에 돌입한 미·중과 달리 우호적인 관계를 내세운 한·일간에도 데이터 안보는 물러설 수 없는 전장이다. 

◆ 국가 안보 위협 vs 표현의 자유 침해 

미국 내 1억7000만명에 달하는 소비자가 사용하는 앱을 정부가 휴대폰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 지금 미국에서 그런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미 인도, 네팔,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도 벌어진 일이다.  중국기업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틱톡의 뒤에 중국 공산당, 중국 정부가 있다는 게 미국 정부의 논리다. 틱톡이 저장하고 있는 정보가 중국 정부에 의해 어떻게 악용되고 미국 선거 등에 어떤 식으로 개입할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으로 바이트댄스는 틱톡을 미국 자본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에서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따르면 1년 정도 매각 기간이 주어졌지만 강제 매각에 반대하는 소송전에 돌입할 경우 틱톡 논란은 최소 몇 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바이트댄스 측은 미국 정부 조치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모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이 같은 조치가 실제 데이터 안보에 대한 위협 보다는 중국 패권을 견제하는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캐슬린 친 로트만 연구원은 “(틱톡 금지법은)구조적 위험을 해결하기 보다는 훨씬 좁은 접근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보 유출 사태로 공동 지분체제로 운영돼온 일본에서 지분 매각 압력을 받고 있는 네이버 본사 모습. 뉴스1
◆라인사태 핵심은 데이터 주권

한·일 외교전으로 번진 라인야후사태의 본질은 일본인 85%가 사용하는 메신저 라인의 데이터 확보를 둘러싼 갈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네이버 클라우드에서 발생한 정보 유출을 문제 삼았지만 결국은 일본인들이 그간 쌓아놓은 데이터 주권을 누가 선점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송태은 국립외교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제적 문제를 넘어서는 데이터 안보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는 중”이라면서 “데이터 주권과 관련한 분쟁과 이에 따르는 각국의 조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2019년 7월 서울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던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당시 양 측의 합작 합의는 ‘세기의 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뉴스1
네이버와 공동 경영체제를 주도했던 손정의(손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변심’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네이버와 50 대 50으로 공동 지분을 유지했던 손 회장이 네이버와 선을 긋고 구글 등 다른 글로벌 기업과 손을 잡기 위해 갈등 국면을 조장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손 회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우리나라 최고위층과 접촉했던 사례를 들며 ‘뒤통수’를 맞았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틱톡 사태에서 보듯 데이터 안보 이슈는 기업인 개인의 성향, 국가간 친소 관계를 떠나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 됐다. 라인야후사태에 뒤늦게 대응한 우리 정부에 질타가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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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금지법·라인 사태… ‘데이터 주권’에 높아지는 e국경 [세계는 지금]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5085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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