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몰랐다는 김호중...“위험한 주장” 말 나오는 이유

이가영 기자 2024. 5. 1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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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이가영의 사건노트]

[사건노트]는 부장검사 출신 김우석 변호사가 핫이슈 사건을 법률적으로 풀어주고, 이에 관한 수사와 재판 실무를 알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가수 김호중. /뉴스1

지난 9일 가수 김호중이 자신의 SUV 차량으로 택시를 들이받은 후 사라졌다가 17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해 혐의를 인정했다. 그 사이에 매니저는 김호중의 옷으로 바꿔 입고 자신이 운전했다고 허위 자백했다. 다른 매니저는 김호중이 몰던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를 꺼내 부쉈다. 이런 일이 벌어지던 사이 김호중은 집이 아닌 호텔에 있었다.

김호중은 음주운전을 들키지 않으려고 도망간 것이 아니고, 사고 충격으로 공황 상태에 빠져 옳은 판단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매니저의 허위 자백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소속사 대표는 “김호중을 과잉보호하려다 생긴 일”이라며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했다.

김우석 변호사는 “어떤 주장은 할수록 불리하다”며 “이럴 때는 변호인이 말려야 한다”고 말했다. 왜 그럴까?

김호중이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하는 장면. /채널A 보도화면

◇사고 17시간 후 음주측정 불가, 처벌 가능할까?

Q. 사고 17시간 후에 음주측정을 했다면, 수사기관은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A.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입니다. 술을 먹지 않았다면 보험 처리하면 되는데 굳이 도망갈 이유가 없습니다. 김호중이 집이 아닌 호텔로 간 것도, 경찰은 술이 깰 때까지 음주측정을 하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볼 것입니다. 경찰이 집으로 찾아올 수 있어 다른 곳에 숨어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김호중은 유흥주점에 갔다가, 대리운전으로 그곳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피곤해서 대리운전을 했다는 건데, 그런 사람이 잠시 후에는 컨디션이 좋아져서 직접 운전을 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지요.

게다가 사고 영상을 보면 중앙선 침범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술에 취하지 않고 이런 일을 벌인다? 수사기관이 아니더라도 의구심을 품을 사안입니다.

Q. 음주 측정을 못했는데, 처벌이 가능한가요?

음주 운전으로 처벌하려면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어야 합니다. 17시간 후에 측정하면,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알 수 없게 되니 처벌하기 곤란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과학적인 방법에 따라 이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운전자가 마신 술의 종류, 양, 운전자의 체중, 성별, 음주 시각 등을 알면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를 기초로 음주운전 혐의로 처벌하는 게 실무입니다.

경찰은 의지를 갖고 음주 여부를 규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압수수색, 유흥주점 CCTV 분석, 유흥주점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술을 언제, 얼마나 마셨는지를 파악하려고 할 것입니다.

김호중이 지난 9일 늦은 밤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차선의 택시와 접촉사고를 내고 도주하는 모습. /독자제공

◇”설령 음주운전 아니더라도 김호중, 운전자 바꿔치기로 처벌 가능”

Q. 운전자 바꿔치기, 어떤 처벌을 받나요?

실무상 범인도피죄로 처벌합니다. 이때, 진짜 운전자는 ‘범인도피교사죄’로, 가짜 운전자는 ‘범인도피죄’로 처벌받습니다.

Q. 차량 블랙박스 은닉도 처벌받겠죠?

당연합니다. 블랙박스 메모리는 음주운전, 뺑소니 운전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입니다. 이를 없앤 사람은 증거인멸 혐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킨 사람은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됩니다.

설령 김호중의 음주 운전이 규명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범인도피교사죄와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Q. 김호중은 운전자 바꿔치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찰이 믿어줄까요?

A. 쉽게 믿기 어렵습니다. 김호중의 매니저는 김씨가 운전 당시 입었던 옷을 입고 경찰에 허위 자백하러 갔습니다. 김호중이 옷을 벗어준 겁니다. 경찰서에 간다는 사람에게 왜 자기 옷을 벗어줘야 할까요? 운전자 바꿔치기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이렇게 옷을 벗어줄 이유가 없죠.

이 말을 듣고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갈 수사기관은 없습니다. 검사 시절의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경찰은 더욱 수사 의지를 불태울 겁니다.

김호중이 사고 직후 현장을 벗어나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모습. /채널A 보도화면

◇김호중, 구속 가능성도?

Q. 수사기관이 김호중의 주장을 쉽게 믿지 않을 거라는 건데, 이런 경우 어떻게 되나요?

음주운전 후 도망가고 범행을 부인했다가 반성 없이 증거를 인멸·조작한다고 판단되면 심한 경우 구속될 수도 있습니다. 죄질이 불량하고,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우려가 있으면 구속 수사하는 것이 실무이기 때문입니다.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들이 ▲조직적이고 신속하게 증거를 조작·인멸했고 ▲김호중을 도피시켰습니다. 음주운전을 은폐한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는데, 김호중이 이 모든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도 보기 어렵습니다.

Q. 만약 김호중의 변호인이라면, 뭐라고 조언하셨을 건가요?

A. 다툴 수 있는 사안이 있고, 다툴 수 없는 사안이 있다는 걸 수사와 재판 경험을 통해 알게 됩니다. 어떤 주장은 ‘부메랑이 되어 본인이 다치는 것’도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김호중 측의 주장은 그 끝이 걱정될 정도입니다.

어차피 17시간 후에 본인이 운전한 것을 인정해야 할 상황이었다면, 신속하게 인정할 건 인정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백도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이를 놓치면 의심만 키우게 될 뿐 입니다.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 변호사.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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