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끼워팔고 예술 조롱하고…" 애플 배짱과 오만 어디쯤 [IT+]

이혁기 기자 2024. 5. 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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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IT언더라인
애플 자신감과 오만 사이➋
신형 아이패드 프로 출시
비싼 가격대도 문제지만
수십만원 액세서리 구매해야
없으면 제품 100% 활용 어려워
한편에선 ‘친환경 정책’ 내세워
아이러니한 애플 이중적 면모
부담스러운 홍보 광고도 논란
애플의 신제품이 가격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연합뉴스]

# 우리는 '애플 자신감과 오만 사이' 1편에서 한국 시장에서 드러난 애플의 면면을 엿봤습니다. 올해 하반기 새 아이폰을 출시할 예정인 애플은 처음으로 한국을 1차 출시국가로 선정했습니다. 한국의 아이폰 판매량이 늘면서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많이 팔리는 만큼 우대해주겠다'는 점에서 애플의 자신감이 드러납니다.

#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애플이 배짱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선보인 태블릿PC '아이패드 프로'의 가격을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값비싼 액세서리를 함께 구매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상술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이건 또다른 자신감일까요, 아니면 '태블릿PC 업계 1위'란 타이틀이 낳은 오만함일까요? '애플 자신감과 오만 사이' 2편입니다.

새 아이패드 프로는 웬만한 데스크톱PC 못지 않은 가격대를 갖췄다.[사진=애플 제공]

애플이 최근 신형 태블릿PC '아이패드 프로'를 선보였습니다. 이전 모델보다 얇아지고 가벼우면서도 처리 속도 등 성능은 훨씬 더 좋아졌습니다. 향상된 스펙 덕분인지 아이패드 프로는 출시 직후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문제는 아이패드 프로의 비싼 가격대입니다. 11인치인 아이패드 프로11은 149만9000원(이하 256GB 기준), 13인치는 아이패드 프로13은 199만9000원에서 시작합니다. 일반 모델인 아이패드 10세대(67만9000~91만9000원)보다 82만~132만원 더 비쌉니다. 가장 비싼 모델은 가격만 379만9000원(13인치 2TB·무선통신 모델)에 달합니다. 이 정도면 고성능의 데스크톱PC와 맞먹는 가격대입니다.

그래도 가격만 올랐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어느 정도 납득할 순 있습니다. 제품 성능이 확연히 좋아졌으니까요. 하지만 키보드나 태블릿 펜 같은 액세서리 가격 또한 만만찮다는 게 문제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애플이 액세서리 장사로 한몫 단단히 챙기려 한다"는 날 선 지적을 늘어놓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만 살 건데, 액세서리 가격은 왜 고민해야 하냐고요?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를 출시하면서 전용 키보드인 '매직 키보드'와 전용 태블릿 펜인 '애플 펜슬 프로'도 함께 선보였습니다. 가격은 각각 44만9000원(11인치 기준·13인치 51만9000원), 19만5000원입니다. 키보드만 해도 웬만한 저가형 노트북보다 비쌉니다.

문제는 신형 아이패드 프로가 앞서 언급한 두 액세서리 외의 제품과는 호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꿔 말하면, 이전 액세서리 모델인 애플 펜슬 2세대와 매직 키보드를 써온 소비자는 신형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할 때 액세서리를 또 한번 사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더라도 소비자로선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이 제품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려면 두 액세서리 구매는 필수입니다. 섬세함을 요구하는 그래픽 작업을 할 때는 애플 펜슬이, 동영상 자막을 입력할 때는 매직 키보드가 있어야 하니까요.

이제 계산기를 두드려 볼까요? 가장 저렴한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와이파이 모델(149만9000원)을 구매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애플 펜슬 프로(19만5000원)와 매직 키보드(44만9000원)도 함께 사야 하죠. 모두 더하면 가격은 총 214만3000원에 달합니다. 13인치 모델로 산다면 271만3000원으로 불어납니다. 고성능 PC와 맞먹는 가격대입니다.

[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가격을 한껏 올리고, 액세서리를 반강제로 구매하게 하는 등 애플이 '배짱 장사'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태블릿PC 시장점유율에서 애플은 40.0%로 삼성전자(19.0%)를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습니다. 레노버(6.9%), 화웨이(6.1%), 아마존(4.8%) 등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애플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도 꾸준히 태블릿PC를 출시하고는 있지만, 성능 면에서 고사양에 특화한 아이패드에 크게 뒤처집니다. 애플이 가격대를 비싸게 책정해도 소비자로선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애플이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는 건 비싼 가격만이 아닙니다. 애플의 '친환경 정책'에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애플은 이번 아이패드 프로 모델 패키지에서 애플 로고가 그려진 스티커와 충전기(유럽·영국 한정)를 제외했습니다.

스티커와 충전기 생산을 줄여 환경 보호를 실천하겠다는 이유에서인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소비자가 불필요하게 액세서리를 재구매하도록 한 애플의 판매 방식은 아이러니합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애플의 친환경 정책을 조롱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적지 않습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도 "애플의 이중적인 운영 방식은 환경 보호 효과 없이 친환경 이미지로 브랜드를 포장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를 출시하면서 홍보한 광고 영상도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지난 8일 유튜브에서 선보인 '크러시(Crush)'란 제목의 영상에선 거대한 유압 프레스 기계가 서서히 내려오면서 트럼펫·물감·카메라 등 창작과 예술 활동에 쓰이는 도구들을 사정없이 찌그러뜨립니다.

프레스가 모든 물건을 파괴한 뒤 다시 올라가는데, 도구들이 있던 자리엔 아이패드 프로만 남아 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가 모든 창작·예술 도구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게 이 광고의 핵심인 셈입니다.

하지만 광고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애플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물건들이 짓눌리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예술가들을 무시하는 광고" 등 영상에 불쾌함을 드러내는 댓글 수백개가 달렸습니다. 그러자 애플은 부랴부랴 댓글을 모두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홍보 광고는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사진=애플 제공]

하루 뒤인 9일에는 토르 마이런 애플 부사장이 미국 광고 전문매체 애드 에이지(Ad age)의 인터뷰에 출연해 "이번 영상에서 우리는 실수했고,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광고를 TV에 내보내기로 했던 계획도 전면 취소했죠.

자, 여기까지가 애플의 신형 아이패드를 둘러싼 논란들입니다. 제품 성능은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급격하게 오른 가격대와 비싼 액세서리 가격에 소비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지갑을 열 수밖에 없습니다.

애플의 그린워싱 논란과 창작자를 조롱하는 듯한 광고도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애플은 언제까지 도가 넘은 듯한 상술을 이어갈까요? 글쎄요, 애플의 속내가 오만인지 자신감인지 알 수 없는 요즘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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