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임금체불하는 사용자에게 ‘사장 아니다’ 입증 요구를

한겨레 2024. 5. 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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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업소득세 3.3% 떼는 의료기사입니다.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다녀왔는데 근로감독관이 이중근로 여부, 4대보험 미가입 등등 하나하나 물어보더니, 근로자성 입증이 안 되면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근로감독관이 천국행(노동자)과 지옥행(프리랜서)을 결정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하겠지만 현실입니다.

감독관이 묻는 내용은 대법원에서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한 '전속성' 항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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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
프리랜서와 노동자 ‘자격’
지난 3월13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제3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 연합뉴스

Q. 사업소득세 3.3% 떼는 의료기사입니다.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다녀왔는데 근로감독관이 이중근로 여부, 4대보험 미가입 등등 하나하나 물어보더니, 근로자성 입증이 안 되면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근로자가 아니면 임금체불 재신고를 하지 않겠다고 적힌 ‘취하서’에 서명하라고 했습니다. 감독관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2024년 4월, 닉네임 ‘엄지척 프로도’)

A. 근로감독관이 “당신 노동자 아니에요”라고 한마디 하면 상황 ‘끝’입니다. 최저임금도 부당해고 인정도 야근수당도 퇴직금도 받을 수 없어요. 각서까지 쓰게 했다니, 저승사자가 바로 여기 있었네요. 근로감독관이 천국행(노동자)과 지옥행(프리랜서)을 결정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하겠지만 현실입니다.

감독관이 묻는 내용은 대법원에서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한 ‘전속성’ 항목이에요. 근로계약서, 고용보험, 취업규칙, 시급·월급제, 기본급 등 계약의 형식을 먼저 따집니다. 그리고 계약의 실질인 업무 내용, 업무 매뉴얼, 업무 지시·보고, 출퇴근 시간, 근태·휴가, 근무장소 지정, 징계, 본인 업무 대행자 채용 권리, ‘투잡’ 여부 등을 확인합니다.

대법원은 프리랜서(용역·위탁 등)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면 노동자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내가 신고한 회사에서 받은 월급보다 다른 회사에서 겸직하면서 받은 월급이 더 많더라도 지휘·감독 여부 등 중요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노동자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다는 사실이에요.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당신 노동자 아니네요”라며 지옥으로 보내는 감독관들이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엄지척 프로도’님은 감독관이 확인했던 쟁점들에 대해 서면으로 제출하세요. 감독관에게 사장이 출석해서 뭐라고 주장했는지 확인하고, 반박 내용을 추가로 내시고요. 그렇게 했는데도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감독관에게 판단 이유를 상세하게 적은 통보서를 달라고 하세요. 국민신문고에 ‘소극 행정’으로 감독관을 신고하거나 민사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눈 뜨면 새벽 배송기사를 시작으로 방송 작가, 배달 라이더, 미용사, 학원 강사, 가전제품 수리 기사, 필라테스 강사, 대리 기사를 만나고, 기상캐스터의 날씨 예보를 듣고 하루를 마감합니다. 회사를 위해 일하고 회사에서 돈 받는데 노동자가 아니라는, 사업소득세 3.3% 떼는 근로기준법 밖 노동자가 1천만명에 이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민생토론회에서 “특정 사업주가 없다는 것뿐이지 노동자임은 틀림없다”며 노동 약자 보호법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모처럼 옳은 소리를 했는데요, 법은 시간이 걸립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 노동자인지 아닌지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책임을지우면 됩니다. 사용자가 ‘지휘명령을 하지 않았다’는 입증을 하지 못하면 노동자로 간주해, 최저임금부터 퇴직금까지 모두 지급하도록 하면 됩니다. 이렇게 쉬운 일은 놔두고….

5월은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입니다. 3.3% 사업소득세 내고 있지만 사장님이 아닌 분들. 직장갑질119 누리집 자료실에 있는 ‘프리랜서 감별사’를 통해 프리랜서인지 노동자인지 확인해보시고, 증거를 모아 노동청과 근로복지공단에 체불임금, 4대보험 미가입 신고하세요. 어렵지 않아요.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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