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쿠젠 무패우승 지휘한 '5천억 사나이' 알론소 "트레블 가자"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그럼요, 우린 아직 목이 마릅니다. 한 번 성공하면, 계속 성공하고 싶어지죠."
명 미드필더 출신의 사비 알론소 감독(42)이 1군 사령탑 데뷔 2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역사적인 우승을 이뤄냈다.
알론소 감독이 지휘하는 레버쿠젠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끝난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 최종 34라운드 홈 경기에서 아우크스부르크를 2-1로 물리쳤다.
지난달 일찌감치 창단 120년 만의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정한 레버쿠젠은 이날 28승 6무로 시즌을 마치며 '무패 우승'까지 완성했다.
유럽 5대 리그에서 무패 우승팀이 탄생한 건 2011-2012시즌 세리에A 유벤투스(23승 15무) 이후 12년 만이다.
한 시즌 30경기 이상을 치르면서 리그 무패 우승을 차지한 팀은 유럽 5대 리그에서 레버쿠젠까지 4개 팀에 불과하다.
분데스리가에서 이 기록을 쓴 팀이 바이에른 뮌헨이 아닌 레버쿠젠이라 더 놀라운 기록이다.
분데스리가는 뮌헨의 우승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리그였다. 뮌헨은 지난 시즌까지 11회 연속으로 정상에 올랐다.
뮌헨과 다른 구단 간 객관적인 전력의 격차도 당연히 커 보였다.
축구 이적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시즌 초인 작년 9월 1일 기준으로 뮌헨 선수들의 몸값 총액은 9억2천900만 유로(약 1조3천686억원)로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높았다.
2위가 5억9천400만 유로(약 8천741억원)의 레버쿠젠이었는데 뮌헨에 비하면 63% 수준에 불과했다.
양 구단의 선수 가치 격차는 우리 돈으로 5천억원에 달한다. 이 격차를 '제로'로 만든 게 알론소 감독이다.
선수 시절 리버풀(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뮌헨 등 빅클럽에서 특급 미드필더로 활약한 알론소 감독은 지도자가 된 뒤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팀 코치,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 2군 감독 등을 지내다 2022년 10월 레버쿠젠 지휘봉을 잡았다.
중도 부임한 첫 시즌을 6위로 마친 알론소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에 큰 변화를 줬다.
12명 이상의 큰 폭의 변화를 주면서 베테랑 미드필더 그라니트 자카, 공격수 빅터 보니페이스, 윙백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측면 공격수 네이선 텔라 등 알짜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큰돈을 들인 건 아니었다. 올 시즌 영입한 선수 중 가장 몸값이 높았던 건 네이선 텔라로 2천300만 유로(약 338억원)였는데 뮌헨이 토트넘(잉글랜드)에서 모셔 온 골잡이 해리 케인(1억 유로)의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알론소 감독은 적시 적소에 선수들을 배치해 뮌헨 이상의 성과를 내며 전술적인 능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선수들의 승리욕을 자극하는 능력도 일품이었다. 레버쿠젠이 올 시즌 리그에서 후반 35분 이후 동점골이나 결승골을 넣은 건 7경기나 된다.
알론소 감독 이날 무패 우승을 확정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분데스리가 챔피언이 되기도 매우 어려운데, 무패 우승을 일궈 정말로 자랑스럽다. 선수들의 노력, 우리가 한 시즌에 걸쳐 보여준 일관성 덕에 이룬 성과"라고 말했다.
레버쿠젠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23일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을, 26일에는 독일축구협회(DFB)-포칼 결승을 잇달아 치른다.
우승 트로피 2개를 추가한다면 전무후무할 '무패 트레블(3관왕)'을 이룬다.
우승에 여전히 목마르다는 알론소 감독은 "욕심이 있다. 이 에너지와 분위기를 바탕으로 다음 목표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레버쿠젠에서 9시즌을 뛴 베테랑 센터백 조나탄 타는 "알론소 감독의 존재야말로 우리가 우승을 이뤄낸 이유"라면서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드디어 이곳에서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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