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직장인들 박탈감 느껴"…역대급 엔저에 일본이 다급해진 속사정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5. 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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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를 부탁해] 부자 나라 일본, '슈퍼엔저'에 정작 국민은 가난해지는 일본 경제 상황 -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

 
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아티클입니다>
▶ 교양이 노트
- 엔화 가치가 역대급으로 떨어진 이유
- 엔저를 막는 3가지 브레이크
- 임금이 올랐는데도 금리를 못 올리는 이유
- '슈퍼엔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일본은행

일본 사람들이 불친절해졌어요. 원래 '오모테나시'라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굉장히 친절하거든요. 왜 그렇지 생각해 보니까 깜짝 놀랄 정도로 외국인 정말 많다... 일본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너무 외국 손님들이 몰려오니까 일단 힘들고 가만히 지켜보면 화가 나는 거예요. 외국인들이 일본을 너무 싸구려 취급을 하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일본 사람들은 평생 가기 힘든 곳에 외국인들은 너무나 쉽게 호텔이든 음식점이든 가고. 비싼 음식점에서 비싼 샤부샤부 먹고 그런 것들이 거기서 일하는 일본인들이 볼 때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 같아요. 가만히 지켜보면 이제 화가 나는 거예요. 일본이 너무 싸졌다고.
그러니까 차라리 이중가격제 도입하자, 외국인들한테 1천 엔씩 더 받자... 사실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이게 말이 되고 있다... 일본에 외국인이 많이 온 게 2019년인데 그때 3,200만 명 왔는데 그 수치를 지금 뛰어넘고 있거든요. 올해 아마 역대급 기록을 세울 것 같아요. 사실 일본에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들은 좋은 게 별로 없죠. 음식값 오르죠. 뭐 이것저것 물가 다 오르는데 내 월급은 생각보다 오른 것 같지는 않고. 왜냐하면 일본이 지금 물가 오르는 거에 비해서 임금 오르는 속도가 늦어서 실질임금은 하락했거든요. 그러니까 아직 경기가 좋아졌다는 걸 체감하는 일본인은 없습니다.
 
가마쿠라 주민
"최악입니다. 관광객들이 오는 것은 환영하지만 집에서 나가기 싫습니다."
 
'인증샷의 성지' 일본 야마나시현 가와구치코 후지산 전망 편의점
 

역대급 엔저에 "일본이 가난해졌다"

Q. 엔화 가치가 이렇게 떨어졌다는 게 의미가 뭔가요?

제가 이렇게 될 수도 있나 싶어서 깜짝 놀랐는데 4월 29일 달러당 160엔을 일시적으로 돌파를 했어요.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이냐면 1990년 4월 이래 34년 만에 가장 엔화 가치가 떨어진 거죠.

Q. 일본 상황이 달라졌나요?

예전에는 70엔을 주고 1달러 물건을 살 수 있었다면 지금은 160엔을 주고 1달러에 물건을 사야 하니까 수입 물가가 올라가고 구매력이 축소돼서 일본이 가난해졌다, 일본이 거지가 됐다 이런 얘기를 일본 국내에서 하거든요. 근데 이제 달러에 대해서 엔화가 약세가 된 거는 물론이고 그 외에 주요국 통화, 유로에 대해서도 파운드에 대해서도 원에 대해서도 전부 엔이 가장 최약체 통화가 됐습니다. 이렇게 엔화 가치가 역대급으로 떨어진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야 합니다.

먼저 단기적이고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 때문에 그런 거죠. 지금 미국은 역대급으로 금리가 높고, 5.25%에서 5.5% 정책금리가 그렇고요. 일본은 0에서 0.1%니깐 그 금리 차 때문에 일본의 엔이 싸진 건데 엔 가치가 회복되려면 미국이 금리를 좀 낮추든지 일본이 금리를 좀 올리든지 이런 움직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부터 보면 FOMC라고 해서 금리 정책 결정 회의를 하죠. 지난 5월 2일에 발표를 했는데요. 크게 세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나는 지금 금리 수준 5.25%~5.5%를 동결하겠다. 두 번째는 그런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세 번째는 이게 핵심인데 적어도 여기서 더 올리지는 않겠다.

 
제롬 파월ㅣ연준 의장 (5월 FOMC)
"다음에 금리를 올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요. 지금 저희는 현재 금리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앞으로 금리를 내리긴 내릴 건데 언제 내릴지 몇 차례 내릴지는 우리도 모르겠다 이거거든요. 일단 미국이 지금 금리 수준 5.5%를 유지한다는 얘기는, 미국이 금리를 이렇게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잘 안 잡히고 있어요. 3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5% 물가가 올랐거든요.

미국이 목표로 하는 물가 상승률이 2%대입니다.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또 굉장히 좋고 소비도 좋고 굉장히 미국은 경기가 좋거든요. 그러니까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고 있어요. 그런데 왜 앞으로 잘 모르겠다고 했냐면 1년에 이 회의(FOMC)를 한 8번 정도 하거든요. 그중에서 3월, 6월, 9월, 12월 이때 회의가 중요해요. FOMC 연준 위원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향후 금리 수준을 점으로 한번 찍어보고 해서 이 점을 찍어요. 그리고 우리가 점도표라고 하는데 그 점도표를 공개하는 게 3, 6, 9, 12월입니다.

근데 올해 3월에 공개된 점도표를 보면 '금리 세 번 내리긴 내릴 건데 약간 예전보다는 좀 확신이 안 서'라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시장 반응은 어떠냐 하면 '세 번은 고사하고 두 번, 한 번 아니면 아예 못 내릴 수도 있겠다' 이런 분위기거든요. 그러니까 연준이 정말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들, 경제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인데 그들조차도 지금 한 달 앞을 예상 못 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거기다가 올해 말에 대선이 있어서 지금 파월 의장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요. 왜냐하면 금리를 내린다는 게 경기를 활성화하는 거니까 바이든 대통령은 금리를 좀 내렸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데 트럼프는 금리 내리기만 해 봐 그럼 바이든 도와주는 거야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파월 의장이 괜히 움직였다가 정치적인 어떤 시그널로 비칠까 봐 아예 금리를 못 내리겠다고 생각할 거라고 주변에서 보고 있어요.

이걸 감안하면 결국 미국이 연말 12월 돼서 한 번 내릴까? 그전에는 좀 어렵지 않나? 이렇게 보고 있는 겁니다. 종합을 하면 지금 미국의 높은 금리 수준이 떨어지긴 쉽지 않겠다. 당분간 미국은 못 내리고 그럼 일본이 올릴 수 있는지를 봐야 하죠.

그다음에 두 번째는 장기적으로나, 구조적으로 엔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어요. 그게 뭐냐면 2013년 무렵부터 (일본의) 해외 직접 투자가 굉장히 많이 늘거든요. 왜 그런가 들여다보면 2011년에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지진을 겪고 나서 일본 기업들이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서 해외에 생산 거점을 옮기는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면서 해외로 나가다 보니까 예전에는 일본이 제조업이 강했기 때문에 물건을 만들어서 수출해서 달러를 벌어서 메꿀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제조업도 밖으로 나가고 있잖아요. 메꾸는 게 쉽지 않게 된 거죠. 그래서 구조적으로 엔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엔의 가치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엔저 브레이크 기능 상실" 일본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유

Q.  도쿄 외환시장은 엔저 브레이크 기능을 상실하지 않았나 싶은데 일본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안을 내놓고 있나요?

해결책이라고 하면 크게 세 가지 정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구두 개입, 말로 하는 거고, 두 번째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거고, 세 번째가 금리를 올리는 방법 이런 게 있을 텐데요. 구두 개입은 이런 겁니다. 지금 외환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켜보고 있다. 여차하면 나설 것이라고, 비유하자면 이제 칼집에 칼을 뽑지 않고 이렇게 칼을 잡고만 있는 상태죠. 그런데 외환 당국, 일본의 재무성과 일본은행의 구두 개입은 이미 약발이 떨어진 것 같아요. 여러 차례 구두 개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환율이, 엔의 가치가 더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거는 더 쓸 수 없을 것 같고.

그러면 두 번째 방법인 직접 개입 방법이 있을 수가 있겠죠.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거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엔고 개입이 있고 엔저 개입이 있어요. 엔고 개입은 엔의 가치가 너무 높아서 이걸 떨어뜨리는 개입이고요. 엔저 개입은 지금처럼 엔의 가치가 너무 낮아서 이걸 좀 끌어올리는 개입인데, 엔저 개입이 훨씬 어렵습니다. 이게 왜 어렵냐면 엔고 개입, 그러니까 외환 당국이 시장에서 엔을 빌려와서 그걸 외환시장에다가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거예요. 일본 당국이니까 시장에서 엔을 빌리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겠죠. 그런데 문제는 엔저 개입은 그게 안 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엔저 개입은 외환 당국이 가지고 있는 달러를 팔고 엔을 사들여야 하는데 일본이 달러를 찍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가지고 있는 달러를 다 팔면 바닥이 드러나는 거예요. 엔고 개입처럼 무제한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엔저 개입은 굉장히 주머니에 제한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 재무성이 가지고 있는 규모를 보면 한 180조 엔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서 미국 국채를 다 팔아서 환율 개입하는 데 쓸 수는 없기 때문에 일부를 가지고 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렇게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렇고 지금 이 규모를 알고 있잖아요. 이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예요.

왜냐하면 일본 말고 예를 들어서 가상의 어떤 나라를 생각해 보면 그 나라가 달러를 이만큼 가지고 있는데 통화 가치가 떨어져서 이제 방어에 나섰다. 총알은 정해져 있는데 저 총알을 다 쓰고 나면 통화 가치가 나락으로 떨어질 거라는 게 걱정되면 가지고 있는 통화를 빨리 팔아버리겠죠. 그러니까 실제로 정말 통화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게 신흥국에서 일어나는 통화 위기거든요.

그런데 일본은 그런 통화 위기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총알이라는 게 한정이 돼 있고 그래서 쓸 수 있는 한도라는 게 있는데 일본이 한 번 썼습니다. 2022년에 1달러에 150엔 돌파했을 때 9조 엔 써서 급히 방어를 한 번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4월 29일, 1달러에 160엔으로 또 떨어졌을 때 갑자기 154엔으로 이렇게 반등을 한 번 했거든요. 그래서 이제 사람들이 이건 또 개입한 거다, 5조 엔 정도 개입한 거라고 소문이 막 돌고 있었는데, 5월 2일에도 다시 한번 157엔에서 153엔으로 이렇게 한 번 또 반등했습니다. 그래서 또 개입한 거다, 이것도 한 5조 엔 했다. 그래서 지금 소문이 9조 엔에서 한 10조 엔 정도 개입을 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재무성 당국자한테 물어봤어요. '개입했나요?' 그랬더니 재무성 당국자가 '노코멘트하겠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5월 말에 결과 나오거든요. 아마 제 생각에도 개입을 한 것 같습니다

근데 문제는 뭐냐 하면 개입을 해서 엔의 가치를 끌어올리면 괜찮은데 2022년에 개입했을 때도 1년 만에 다시 제자리걸음 해서 돌아왔거든요. 이번에는 더 빨리 개입한 그 순간에는 조금 올라갔는데 또 천천히 천천히 또 떨어지고 있어요. 결국에 이게 언 발에 오줌 누기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 돼서 시간 벌기밖에 안 되기 때문에 시장에 직접 개입을 해서 엔 가치를 끌어올리는 건 사실 불가능하고 결국 세 번째 하나밖에 안 남았는데 기자가 질문을 했어요. "지금 엔의 가치가 역대급으로 낮은데 금리 좀 올려야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얘기를 하니까 우에다 총재가 뭐라 그랬냐면 "외환시장에서 그러니까 엔의 가치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엔의 가치를 조정하기 위해서 금리를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얘기를 했습니다.

우에다 총재의 뜻은 환율시장에 개입해서 시장하고 일본은행이 줄다리기를 하지 않겠다 이 뜻입니다. 지금 시장은 전부 다 엔이 더 떨어지고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거야 하는데 베팅하고 있어요. 그래서 다 지켜보고 있거든요. 근데 많은 투기 자본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이 베팅하고 있는데 그대로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대로 움직이면 이런 움직임이 더 가속화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쫓아가다 보면 나중에 결과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엔의 가치는 끌어올리지 못하는 채로 금리만 엄청나게 올라갈 수 있어요.

 
-우에다 가즈오ㅣ일본은행 총재 (4월 26일)
"향후 통화 정책은 경제와 물가 상황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와 물가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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