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 병영터치] 아파치 안 부러운 LAH, 무인기 4기 탑재
정찰·자폭 무인기·공대지미사일 '천검' 등 탑재…"명중률 높아"
(사천=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연내 육군에 납품될 소형무장헬기(Light Armed Helicopter.LAH)는 정찰·자폭 무인기 4기까지 탑재하는 등 공격헬기 아파치 못잖은 무장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내 헬기동 앞에서 검은색으로 도색된 LAH 시제기 한 대가 힘차게 날아올랐다. 프로펠러가 일으킨 강한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특유의 엔진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시험 비행에 나선 것은 3대의 LAH 시제기 중 2호기. 작년 11월 두바이 에어쇼에 참가해 한국 헬기의 우수성을 각국 군 인사들에게 각인시킨 시제기라고 한다.
꼬리 날개에 태극기 스티커가 선명하게 부착된 시제 2호기는 30∼50m 상공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제자리 비행과 전진·후진·회전비행을 반복했다.
KAI 시험 조종사들은 매일 시제기를 몰고 기체 상태를 점검하고 각종 항공전자장치가 정상 작동하는지 체크한다.
헬기비행시험팀 정영욱 수석은 "현재 운용되는 코브라(AH-1S) 헬기가 기본 옵션만 있는 자동차라면, LAH는 풀옵션을 갖춘 그랜저급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며 "조종 편의성과 기체 생존성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극찬했다.
양산 1호기 8월에 조립공정 끝나고 도색·비행시험…"12월 3대 납품도 가능"
KAI 조립동 라인에는 LAH 양산기 조립이 한창이었다. 양산 1∼3호기가 나란히 히 늘어선 채 주기어박스 등 각종 부품이 조립되고 있었다.
양산기에는 시제기에 탑재된 장비와 부품들이 그대로 장착된다. 만약 매일같이 계속되는 시험 비행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양산기 조립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한데, 다행히 아직 이상 징후가 발견된 적은 없다고 한다.
영하 32도의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 80일간의 극한 시험을 포함해 지금까지 2천여 시간에 걸쳐 8천여 개의 조건을 테스트했다.
양산 1호기는 엔진, 주기어박스, 꼬리 회전날개 구동 기어박스 등 핵심 부품이 모두 장착돼 80% 이상의 공정률을 보였다. 이런 속도라면 3호기도 11월까지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KAI는 올해 말까지 양산기 2대를 육군에 납품하기로 계약했지만 3대 납품도 가능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조립 공정 라인에서는 조종석이 있는 전방, 중앙, 꼬리날개가 있는 후방 등 세 부분으로 나눠 조립이 이뤄진다. 기상 악조건에서도 기체가 견딜 수 있어야 해 고난도 조립 기술을 요구한다. KAI 조립동은 월 2.5대, 연간 30대를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헬기생산팀 정성진 팀장은 "주기어박스는 외국 원제작사로부터 구성품을 구매해 조립하고 있는데 KAI가 2027년부터는 자체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기어박스를 자체 생산하면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5번째다.
정 팀장은 "복합재 블레이드(메인로터 날개) 생산을 위해 해외 선진업체도 성공하지 못한 로봇을 최초로 활용했다"며 "복합재 블레이드 전용 생산 라인 구축 등을 바탕으로 블레이드를 자체적으로 개발 및 양산했다"고 말했다.
내부에 들어가는 수천 가닥의 케이블은 흰색 테이프로 감싸 2.5㎝ 간격의 매듭으로 묶었다. 이는 프랑스에서 만든 설계 프로그램 카티아(CATIA) 규격에 따른 것이다.
양산 1호기가 8월에 조립 공정을 끝내면 도색 공정에 이어 지상 시험 및 시험비행에 들어간다. 미국 연방항공청이 지정한 3종류 색깔로 도색을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색깔이라고 한다.
LAH는 육군이 운용하는 공격헬기 500MD 토우와 AH-1S를 대체한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총 6천539억원을 투입해 체계개발에 성공했다. 앞으로 육군에서 170여대를 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기 4기 탑재 가능한 '한국형 아파치'…'천검' 공대지미사일 등 무장
LAH는 해외 유사 기종에 비해 무장력이 뛰어나 '한국형 아파치'로 평가받는다.
동체 전방에 국산 3열 20㎜ 개틀링 기관포를, 동체 중앙 좌우에 설치된 스터브윙에 70㎜ 무유도 로켓 1발씩과 사거리 8㎞의 국산 공대지 미사일 '천검' 각 2발을 단다.
천검은 가시광선과 적외선 영상을 모두 활용하는 이중모드탐색기를 탑재해 탐지 성능을 높였다. 아파치에 탑재된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과 비교하면 유도 능력은 천검이 뛰어나고 사거리와 관통력은 비슷한 수준이다.
유사 무기체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탑재했는데 80만 프레임 이상의 표적영상 딥러닝을 통해 유사시 운용자 개입 없이 고정 표적을 자동으로 포착할 수 있다. 길이 1.5m, 직경 150mm이며, 1천㎜ 철판을 뚫을 수 있다.
헬기비행시험팀 정영욱 수석은 "비승·승진사격장과 안흥의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무장 능력 시험을 진행했다"면서 "육군이 설정한 ROC(작전요구성능) 대비 명중률이 높았다"고 전했다.
정찰·자폭 무인기를 탑재하는 것도 특징이다. 동체 좌우에서 각 2기 등 총 4기의 무인기를 발사하면 자동으로 날개가 펴져 비행한다. 이 가운데 1대는 목표물에 돌진해 자폭 형태로 공격할 수 있다.
회전익사업실 조윤제 실장은 "LAH는 무인기를 탑재해 유·무인복합 작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파치 헬기만큼의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작전 때 적 공격 위협으로부터 LAH의 생존성을 높이는 장비도 탑재했다.
꼬리날개 쪽 좌우에 적이 발사하는 미사일과 레이더, 레이저를 각각 감지하는 미사일경보수신기(MWR)와 레이더경보수신기(RWR), 레이저경보수신기(LWR)를 장착했다. MWR과 LWR은 동체 중간 좌우에, RWR은 전방 좌우에도 각각 부착했다. 동체 중간 좌우에 장착된 채프/플레어 발사기 내부에는 각각 30발이 들어있다.
조종 편리성을 위한 장치로는 전국 어디든 목표지역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통합지도전자컴퓨터를 비롯한 자동비행조종장치, 무장통합장치, 전방의 표적을 탐지할 수 있는 표적획득지시기 등을 탑재했다. 실시간 전장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합동전술데이터링크 시스템은 유사 공격헬기 중 LAH가 유일하다.
엔진 2기를 탑재했고 한 번 이륙하면 2시간 20분을 작전할 수 있다. 주요 제원은 전장 14.3m, 전고 4.3m, 전폭 3.9m, 최고속도 242km/h, 최대 항속거리 905㎞, 최대 이륙중량 4천920㎏ 등이다.
"중동·동남아·아프리카·남미 일부 국가 관심 보여…수출 임박"
KAI는 LAH 수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시제 2호기는 작년 두바이 에어쇼에 참가해 고난도 시범 기동을 선보였다. 현재 중동·동남아·아프리카·남미 일부 국가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KAI는 전했다. 자체적으로 '피드백 위드인 원 데이'(Feedback within 1 day) 캠페인을 추진하는 등 마케팅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고객의 질의나 요구 사항에 대해 요청 접수 후 1일 이내에 피드백한다는 개념이다.
조윤제 실장은 "이를 위해 KAI 협상팀은 좁은 호텔 방에 모여 각자 전문성이 있는 분야에 대해 밤새 자료를 작성하고 토론을 통해 다음날 고객에게 제공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 결과 고객들이 국산 헬기에 대한 신뢰를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노력으로 수출이 임박한 국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실장은 "국산 헬기 수출은 국격의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헬기 개발국으로서의 위상은 국내 방위산업을 넘어 수출을 통해 진정한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산 헬기 수출은 KAI에만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다"며 "헬기 제작뿐 아니라 수십년간의 운용 기간에 끊임없는 수리 부속 판매를 통해 협력업체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매출을 담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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