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명가로 인정해야"…한국 특허청에 소송 건 개발자, 결과는?

김종훈 기자 2024. 5. 1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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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컴퓨터공학자, AI 명의로 특허 출원 막히자 소송…한국, 일본서 패소
/AP=뉴시스 /사진=AP 뉴시스
미국 인공지능(AI) 기술자가 AI를 발명가로 인정해달라며 소송까지 제기했으나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패소했다.
일본 법원 "현행법, AI 변화 반영 못해"
17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는 미국 AI 개발자 스테판 타일러가 현지 특허청의 특허 등록 거절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전날 이같이 판결했다.

니혼게이자이와 로이터 등 보도를 종합하면 타일러는 미국 미주리 주에 본사를 둔 첨단 인공신경망 기술 회사 '이매지네이션 엔진' 창업자다. 그는 수년 전부터 AI '다부스'(DABUS)가 스스로 음료수 용기 등을 고안·발명했다며 다부스 명의로 일본, 한국, 미국, 영국 등지에 특허를 출원했다.

일본 특허청은 사람만 발명가로 특허를 출원할 수 있다면서 수정을 명령했지만 타일러는 불복했다. 결국 일본에서 특허 등록이 거절되자 타일러는 소송에 나섰다. 한국 특허청도 같은 이유로 특허 등록을 받아주지 않았다.

도쿄 법원에서 쟁점은 일본 지식재산기본법상 AI를 발명가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발명품은 인간의 창작 행위로 생산된 물건으로 한정된다"며 특허청의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현재 법 해석은 AI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며 "국가가 민주 절차에 따른 논의를 진행해 새로운 체계를 세우게 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날 한국 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타일러가 제기한 한국 특허청의 특허 무효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국 특허법상 발명가는 사람으로 한정되며, AI는 물건이기 때문에 사람과 같은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또 AI가 독자적으로 발명을 이뤄낼 수 있을 만큼 AI 기술 수준이 향상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타일러가 밝힌 다부스 발명 과정에서도 인간이 개입한 정황이 다수 확인된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AI와 인간 공동특허 출원은 가능할 수도"
타일러는 미국, 영국에도 특허를 출원했으나 등록에 실패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4월, 영국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다부스 특허 출원 사건에서 "현행법상 특허를 출원하려면 인간이어야 한다"며 특허 출원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2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인공지능(AI)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AP=뉴시스

미국 연방대법원 재판에서 타일러는 "AI는 제약부터 에너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며 "AI 특허 출원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혁신과 기술진보를 촉진한다는 특허법 의도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렌스 레시그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 등 학자들도 "(AI 분야에서) 미국 경쟁력이 위협받을 것"이라며 법정에서 타일러 편을 들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국 대법원 판결 당시 현지 로펌 핀젠트 메종 소속 특허법 전문가 마크 마페는 AI가 인간과 공동 명의로 특허를 출원하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같은 로펌 소속 변리사 헤리 머톡은 "발명가를 타일러로 하고 다부스를 발명 도구로 적어서 (공동으로) 출원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고 했다.
"AI, 현행 특허 체계에 도전장 던질 것"
미국에서는 AI와 발명을 주제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CSIS가 지난 2월 싱크탱크 '특수경쟁연구프로젝트'(SCSP)와 공동 개최한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 AI는 기술도구이기 때문에 발명가로 인정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또 인간이 AI를 활용한 창작활동을 통해 발명품을 만들어냈다면 특허로 보호해야 한다는 데 다수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인간 창작활동과 AI 활동 사이의 경계가 아직 모호하기 때문에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CSIS는 "AI 기술은 결국 현재 특허 체제에 도전장을 던지게 될 것"이라며 "미래를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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