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건아가 전한 진심 “한국에서 ‘라건아’로 은퇴하고 싶다…2옵션도 가능” [단독]
[OSEN=서정환 기자] 라건아(35)는 진심으로 한국에서 선수경력을 마치고 싶다.
KBL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특별귀화선수 라건아와 관련해 2024-2025 시즌부터 KBL의 외국선수 규정에 따르기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라건아가 계속 KBL에서 활약하려면 외국선수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
2012년 한국을 처음 찾았을 때 ‘리카르도 라틀리프’였던 미국인 라건아는 지난 2018년 특별귀화제도를 통해 한국국적을 취득했다. 한국이름도 용인 라씨가 되면서 대한건아라는 의미로 라건아로 지었다. 그는 2019 농구월드컵 등 굵직한 대회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농구월드컵에서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제치고 득점왕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KBL에서는 팀간 전력불균형을 우려해 그를 계속 외국선수로 취급해왔다. 대한민국농구협회와 KBL, 소속구단, 라건아가 맺은 다자간 계약에 따라 라건아는 12개월 모두 월급을 받았다. 그는 국가대표팀에서도 다른 국내선수보다 더 높은 훈련수당과 승리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받았다.
이를 두고 ‘라건아가 결국 돈을 밝혀서 한국국적을 취득한 것이 아니냐?’, ‘라건아가 한국대표로 뛰면서 충분한 보상을 받았으니 이제 외국선수로 취급해도 상관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라건아는 18일 이례적으로 기자에게 먼저 인터뷰를 요청했다. 자신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 할말이 많다는 것. 팬들에게 말을 직접 전할 수 없으니 대신 입장을 전해달라는 것이었다.
라건아는 “난 지난 6년간 한국대표팀을 위해 정말 헌신했다. 하지만 내가 돈 때문에 대표팀에서 뛴 것처럼 보여지는 언론보도가 있어서 정말 화가 났다. 팬들이 볼 때 내가 욕심 많은 선수로 비춰질까 화가 난다”고 말했다.
라건아가 KBL에서 계속 1옵션 연봉과 역할을 고집한다는 소문도 사실이 아니었다. 그는 “내가 반드시 1옵션 연봉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경기당 15-20분 활약이면 족하다. 팀내 2옵션 역할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건아가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은 이유는 한국에서 은퇴하고 싶기 때문이다. 라건아 대리인은 “건아가 정말 한국에서 은퇴를 하고 싶어한다. 아이도 자기가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라건아의 아내는 KBL에서 외국선수 신분이니 다시 ‘라틀리프’라는 이름을 쓰라고 했다. 하지만 라건아는 계속 한국이름을 쓰겠다고 했다. 한국에 ‘라씨’가 본인 한 명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뛰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라건아가 KBL팀과 계약이 되지 않는다면 타 리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이미 일본 B리그와 필리핀의 여러 팀에서 라건아에게 적극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라건아는 일단 KBL 팀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
당초 농구협회와 KBL이 라건아와 협상할 때 ‘만 35세가 되면 국내선수 자격을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약서에는 이 조항을 넣지 않았다. 결국 올해 KBL 이사회 결정에 따라 그는 외국선수 신분이 됐다.
라건아 대리인은 “우리는 계약서에 계속 국내선수로 명시를 원했다. 협회는 계약서에 (조항을) 넣지 못하지만 믿으라고 했다. 국내 관계자들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결국 내 실수”라고 인정했다.
당시 농구협회와 KBL이 만 35세가 되면 라건아의 기량이 떨어져 국내선수 취급을 해도 상관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한 것은 아닐까.
라건아는 지난 챔피언결정전에서 5경기 평균 20.2점, 11리바운드, 2.6어시스트, 1.4블록슛으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야투율이 59.4%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골밑에서 그를 막을 자가 없었다. KCC의 우승에 라건아의 몫도 크다.
마지막으로 라건아는 “한국에서 계속 뛴다면 라틀리프가 아닌 라건아 이름을 계속 쓰고 싶다. 제대로 인사를 못해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과연 라건아가 외국선수 신분으로 KBL에 남아 계속 뛸 수 있을까. 이제는 다음 시즌 전력구상을 하는 각 구단의 결정만 남았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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