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우리 결혼하면 내車는 무조건 벤츠”…착각이었나, 한국 여성 선호차 [세상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4. 5. 19.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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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가 탄 포르쉐에 열광
자신이 탈 차로 포르쉐 선택 안 해
벤츠·미니·렉서스·볼보 선호 경향
남성 선호도가 높은 BMW 5시리즈(왼쪽)와 여성들이 많이 구입하는 벤츠 E클래스 [사진출처=BMW, 벤츠]
“남자는 명차에, 여자는 명품에 미친다.”

들어보셨을 겁니다. 심리학에서 종종 다루는 주제입니다. 명차 대표주자로는 포르쉐 차량이 주로 나옵니다. ‘세상만車’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죠.

심리학 실험에서는 포르쉐 차량이 성적 신호 효력을 갖춰 남성의 내분비 엔진이 힘차게 피스톤 운동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도 상승합니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에 콤플렉스를 느낀 남성이 명차에 더욱 열광한다고도 하죠.

남자의 로망으로 여겨지는 포르쉐 911 [사진출처=포르쉐]
별 볼일도 없는데 차량 창문을 내리고 꽉 막힌 도심이나 유흥가 골목을 천천히 배회합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러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글로벌 호가호위(狐假虎威) 전략’입니다.

효과는 있습니다. 신분이 높은 남성을 찾는 여성들은 평범한 차량이 아닌 포르쉐 차량에 눈길을 줍니다. 본능적 욕구로 남자가 아닌 차량에 반하는 셈이지만 ‘짝짓기 전략’으로서는 효과가 높죠.

단, 여성들은 포르쉐 차량을 타고 ‘할 일 없이’ 배회하지는 않습니다. 예외는 있지만 남성들이 탄 포르쉐 차량에는 흥분하던 여성도 자신의 차를 선택할 때는 일부러 포르쉐를 선택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멋진 차량이 아니라 자신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줄 옷, 가방, 구두 등에 투자합니다.

남자는 BMW, 여자는 벤츠 선호
슈퍼카 대명사인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사진출처=람보르기니]
여기서 잠깐. 뭔가 이상한 점이 있지 않으신가요. 여성들은 차량보다는 패션 아이템에 관심이 높다고 했는데 남성들처럼 차량에도 열광하는 여성들도 많아서죠.

요즘에는 벤츠·BMW·아우디 차량을 자신을 위해 구입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남성들이 가지고 싶어 미치는 포르쉐·페라리 차량을 타고 다니는 여성들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남자는 명차, 여자는 명품’ 주장이 틀린 것일까요?

아닙니다. 심리학자들의 주장을 퍼즐 맞추듯 종합해보면 여성은 명차를 선택할 때도 명품과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명차가 아니라 ‘자동차 형태’를 지닌 명품을 산다는 뜻이겠죠.

남성과 여성이 선호하는 차종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게 이를 증명합니다. 수입차 베스트셀링카를 분석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벤츠 E클래스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들이 가장 많이 산 수입차는 BMW 5시리즈(1만565대)였습니다.

테슬라 모델Y(9605대), 벤츠 E클래스(9073대), 렉서스 ES(4166대), 아우디 A6(3897대)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여성들은 벤츠 E클래스(5909대)에 푹 빠졌습니다. 남성 구매 1위였던 BMW 5시리즈(3670대)는 2239대 차이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테슬라 모델Y(2271대), 미니(MINI) 해치백(1790대), 벤츠 GLC(1766대)가 그 다음이었습니다.

수입차업계에서도 남성들은 BMW, 여성들은 벤츠를 상대적으로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심수봉의 노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처럼 ‘남자는 BMW, 여자는 벤츠’입니다.

BMW 5시리즈는 강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지녀 남성들이, 벤츠 E클래스는 명품처럼 우아한 매력을 갖춰 30대 이상 여성들이 선호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남자의 로망’이라고 부르는 포르쉐 차량의 경우 구매자 10명 중 9명 가량이 남성입니다.

“일편단심 벤츠”라더니, 사랑이 식었나?
BMW 5시리즈 신형(왼쪽)과 기존 모델 [사진출처=BMW]
올해들어 한국 여성들이 ‘변심의 조짐’을 보였습니다. ‘무조건 벤츠사랑’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사랑은 변하는 거야”라고 외치는 것같습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올 1분기 여성들이 선호한 차량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1위는 중국산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물량도 대량 공급된 테슬라 모델Y가 차지했죠. 2위는 벤츠 E클래스일까요.

남성들이 선호하는 차량인 BMW 5시리즈였습니다. 벤츠는 C클래스가 3위, E클래스가 4위에 그쳤습니다.

귀엽고 예쁘지만 독기도 품은 팜 파탈(femme fatale) 매력을 지닌 미니 해치백은 5위를 기록했습니다.

여성 선호도가 높은 미니 [사진출처=미니]
‘정숙성의 대명사’로 여성들이 선호한다는 렉서스 ES, ‘안전 대명사’로 엄마 마음을 사로잡은 XC60도 ‘톱 10’에 포함됐습니다.

여성 선호 순위에서 벤츠 E클래스가 BMW 5시리즈에 진 것은 이례적입니다. 1분기에 BMW가 대대적인 공세를 펼친 반면 벤츠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전반적인 흐름은 같습니다.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크고 강한 차, 여성들은 우아하거나 예쁘거나 자상한 남편 같거나 엄마 마음을 알아주는 차를 선호했습니다.

경제학과 뇌과학을 접목한 신경경제학에 따르면 남자는 자신의 성적 매력을 높여주는 다이내믹한 차종을, 여성은 명품처럼 자신의 여성적인 매력을 치장해주거나 돌봄 본능을 자극할 수 있는 차종을 ‘상대적’으로 선호한다고 합니다.

수렵·채집 시대부터 내려온 유전적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고 남성과 여성의 호르몬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나 포람페 탄다”…“어, 그래서?”
페라리 포르토피노 M [사진출처=페라리]
유전적이든 호르몬 차이이든 동물적 본능이든 상관없이 남녀 모두에게는 어김없이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포람페(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BMW, 벤츠, 볼보, 폭스바겐, 제네시스, 현대차, 기아 등 그 어떤 브랜드의 차량도 성별에 관계없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차량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동물적 본능’은 동물에게 넘겨주시기 바랍니다. 차량이 아닌 사람 그 자체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포람페 타는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자신이 모닝·레이를 탄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필요에 따라, 상황에 따라 차를 산 뒤 뽐내지도 의기소침하지도 말고 당당하게 타면 됩니다.

여성의 돌봄 본능을 자극하는 볼보 XC60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차량과 사람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한 심리학자들은 명품이나 명차로 ‘호가호위’하면 결국 ‘실패한 인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달리 존경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 피해도 보고 남들에게 이용당하면서 손가락질 받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하죠.

이구동성으로 “차량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고 존중할 만한 사람을 존중하라”라고 강조합니다.

지난 호에서도 잠깐 소개했듯이 월스트리트저널에서 10년 넘게 금융과 투자에 대한 글을 써온 칼럼니스트인 모건 하우절이 쓴 ‘돈의 심리학’에는 ‘페라리의 역설’이 나옵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겠습니다.

“당신이 멋진 차량을 몰고 있을 때 사람들은 당신을 보지 못한다. ‘당신의 차’에만 감탄할 뿐이다. 아무도 당신의 물건을 보고 당신을 존경하지 않는다”

다음호에서는 신경경제학으로 풀어본 남성과 여성의 차량 구매 심리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좀 더 빨리 보실 수 있습니다.

※사족(蛇足)-부처핸섭
“부처핸섭” 뉴진스님 [사진출처=SNS, 연합뉴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세상만車’에 김수환 추기경의 “내 탓이오”을 바탕으로 종교적 내용의 사족을 달았으니 석가탄신일 때도 달겠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석가모니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자마자 오른손은 하늘, 왼손은 땅을 가리킨 뒤 외쳤다는 ‘탄생게’입니다.

요즘 핫한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의 부캐)의 ‘부처핸섭’이 떠오릅니다. 부처핸섭은 ‘손을 머리 위로 높이 들고 신나게 즐기라’는 푸쳐핸섭(put your hand up)의 ‘아재 개그’ 버전이죠.

천상천하 유아독존, 직역하면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라는 뜻입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종교적 내용이라 해석이 다양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사는) 세상의 주인공인 나와 내 마음이 세상만사를 결정한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가끔 “나만 잘났다”는 뜻으로 잘못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내가 있기 때문에 나에게 의미있는 세상이 있고, 내가 사라지면 내가 존재하던 세상도 사라집니다. 나와 세상은 한 몸입니다.

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세상입니다. 내가 주인공이고 감독인 세상인데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남들이 어떤 차를 타든 상관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사라진 세상은 살아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만 의미가 있습니다. 원효대사 ‘해골 물’ 일화로 잘 알려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도 결국 같은 의미겠죠.

나만 잘났고 다른 사람들은 못났다고 무시하라는 독선적 뜻은 아니니 착각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다른 사람들도 제각각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니까요.

은퇴 후 경차 레이를 타고 다니며 봉사활동을 펼치는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사진출처=SNS]
내가 주인공인 세상이니 내 자신을 잃지 말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존감 높은 삶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자기 자신을 존중할 때 남들에게도 존경받게 됩니다. 손을 머리 위로 높이 들고 신나게 위아래로 흔들만큼 내 세상이 즐거워지겠죠.

그러니 트집을 잡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남들이 어떤 차를 타든 부러워하지도 무시하지도 마시기 바랍니다.

남들과의 비교는 자기계발의 동기가 되기도 하지만 더 큰 고통의 원인이 됩니다.

물론 말은 쉽지만 실천은 쉽지 않습니다. 스님·목사님·신부님이나 자연인이 된다고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남들과의 과도한 비교로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고통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댈 때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빠져나올 작지만 큰 힘이 됩니다. 세상만사도 세상만車도 푸쳐핸섭·부처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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