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이 올곧게’ 곽동연, 함께여서 좋은 배우로 성장하다 [MK★인터뷰]
‘올곧게 자라다’라는 표현이 곽동연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데뷔작인 KBS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 속 방장군에서부터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홍수철이 되기까지, 12년이라는 시간을 결코 허투루 보내지 않았던 곽동연은 어느덧 누구나 찾고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로 성장해 있었다.
“박지은 작가님은 제 데뷔작의 작가님이세요. 중학교때 만났는데, 성인이 돼서 다시 만났다는 것이 무척이나 뿌듯하기도 하고 감회가 새롭죠. 드라마 촬영에 앞서 작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하고 싶은 걸 다 하라’고. 그 말을 들었을 때 제가 걸어왔던 모든 것들이 그냥 지나온 것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김희원 감독님도 마찬가지였어요. 모든 배우들이 같은 생각일거에요. 김희원 감독님이 부르면 달려가겠다고. 다시 한 번 감독님과 작업하고 놀 수 있다는 것이 기뻤고, 촬영을 하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행복했던 날들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걸 다 하라’는 박지은 작가의 말처럼, ‘눈물의 여왕’ 속 곽동연은 그야말로 날아다녔다. 가짜 중국어부터 용두리에서 벌어진 ‘물’ 에피소드까지, 능청스러운 그의 코믹 연기는 안방극장을 웃음바다로 만들며 존재감을 발산했다. 특히 김지원과 펼친 남매 케미는 ‘현실 남매’를 절로 떠올리게 만들며 유쾌한 재미를 선사했다.
“진짜 동생이 누나를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정말 연구를 많이 했었어요. 작업을 할 때 연기 레슨는 물론이고 연기적인 고민을 같이 나누는 연출가 형이 있는데, 같이 머리를 많이 맞댔어요. 동생이 어떻게 말하고 불만을 표시하는지 깊게 논의했죠. 저희 드라마가 하이퍼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게 아니다보니 최대한 톤을 맞추면서 ‘동생 홍수철’을 만들어 나갔죠. 사실 친누나가 있기는 한데, 제가 어렸을 때부터 서울에 가서 연습생 생활을 하다보니 떨어져 지낸 기간이 길거든요. 그래도 최대한 초등학교 시절의 누나와 싸웠던 기억을 긁어 모아서 연기했어요. 하하”
“예전에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잠깐 작품을 했을 때도 참 선하고 좋은 분라는 걸 느꼈었어요.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았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기뻤죠. 서로 내적 친밀감이 있는 상태에서 재회한 거여서, 다시 친해지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고, 연기했던 경험이 든든하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무엇을 연기해도 서로 받아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연기하기가 편했죠. 고민이 있을 때 들어주기도 하고,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곽동연은 김지원에 이어 김수현 또한 tvN 드라마 ‘싸이코지만 괜찮아’를 통해 연기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번 작품 속 김수현과의 호흡에 대해 “‘싸이코지만 괜찮아’로 만나기 전부터도 팬이었고, 이후에도 팬이었던 배우에요, 수현이 형은. 팀과 같이 종종 시간도 보내고 하면서 거리감이 좁혀졌었기 때문에 ‘눈물의 여왕’을 통해 만났을 때 편한 것도 있었죠. 어떤 연기를 해도 다 받아주시는 배우이기도 하고, 서로 믿고 있기에 말로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무엇을 할지 알고 있기 하고 싶은 연기는 다 풀어냈던 것 같아요.”
박성훈과의 케미도 빼 놓을 수 없었다. “수철과 은성(박성훈 분)은 일상적인 대화나 유쾌하게 연기를 할 수 없는 분위기였기에, 대사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 곽동연이지만, 카메라 밖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편하고 형동생 사이였다고.
“성훈이 형은 제가 어떤 장난을 쳐도 다 받아주는 너무 편한 형이에요. 재밌는 거 좋아하시고 맛있는 거 좋아하시고. 한 번은 해인과 현우가 독일 분량을 찍고 있을 때, 저와 성훈이 형, 그리고 이주빈 배우 셋이 사석을 한 적도 있어요. 그때 인간적으로 가까워지고, 이후 서로 좋게 잘 지냈던 것 같아요.”
“현우 해인도 3년 차 부부에서 시작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과거 분량을 찍을 시간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저희 같은 경우는 과거 연애 장면 없이 시작하자마자 사이 좋은 부부가 돼야 했어요. 어떻게 하면 편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결론이, 실제로 가까워지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겠다 였었죠. 감사하게도 이주빈 배우께서 실제로 많이 편하게 해주셔서 조금 더 빨리 마음을 열 수 있었어요. 언제는 한 번 제가 혼자 위스키 즐겨 마신다고 했더니 좋은 위스키 한 병을 선물 주시더라고요. 너무 감동받아서 그때 ‘좋은 누나’라는 걸 깨달았죠. (웃음) 이런 부분들을 기점들로 훅훅 친해져서 편하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곽동연은 “수철이 멋있다”고 거듭 고백했다. 다해가 자신을 배신하고 떠나가고, 건우가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끝까지 건우를 챙기고 가족을 지키는 모습이 쉽게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연기를 하면서 ‘진짜 멋있다’고 느꼈던 것이 다해가 떠나고 난 뒤 수철이 게임에서 우연히 그를 찾아내잖아요. 그때 수철이 이야기 했던 것이 ‘잘 지내’가 아닌 건우의 예방접종 이야기 였어요. 심지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수철이에게 중요한 건 핏줄이 아닌, 건우의 탯줄을 자신이 직접 자르고, 키웠고, 아빠라고 불렸던 기억이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봤어요. 수철이를 연구하고 다가가는 입장으로서 종국에 그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는지 생각을 해봤는데, 다들 살면서 한 번 쯤은 절대적이고 무한한 사랑을 잠시라도 꿈꾸잖아요. 수철이가 그런 존재였던 것 같아요. 그의 마음 안에는 ‘절대적인 사랑의 씨앗’이 있었고, 그 절대적인 사랑이 모두에게 감동을 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드라마 외적으로 재미있는 지점은 수철과 건우는 친 부자지간이 아니었지만, 실제로 건우 역을 연기한 배우와 곽동연이 묘하게 닮았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곽동연 역시 “저와 닮은 아이가 나타나서 참 묘했다”라고 말했다.
“사실 닮은 부분도 많지만, 또 어떻게 보면 닮지 않은 부분도 참 많아요. 시선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부분도 있잖아요. 수철과 건우가 닮아 보이는 건, 아마 마음이 만들어 낸 시야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일단 건우를 연기한 구시우라는 배우는 정말이지 연기 천재예요. 촬영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죠. 무엇보다도 너무 귀엽잖아요. 현장에서 지칠 때 힘이 많이 됐죠. 하하.”
“수철이 성장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담아보자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포장하거나 순화시키거나 꾀부리지 않고, 대본에 표현되는 대로 부족한 면이나 서툰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여실히 표현하는 것이 저의 도전 과제였죠. 수철이가 가지고 있는 변화무쌍함을 다 꺼내놓고 싶었고, 사람들이 이 캐릭터의 성장을 얼마나 응원하는지 도전해 보고 싶은 심정도 있었어요. 솔직한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수철이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단순하고 무식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모습들이 있었다”고 말한 곽동연은 그가 작품 내에서 보여주었던 사랑 또한 같은 맥락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철이는 깊게 재거나 따지지 않고, 내가 사랑하고 내 여자라는 지점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다해는 본인의 진심을 감춘다고 감췄지만, 분명히 둘이 사는 와중에 자기도 모르게 진심을 드러냈던 부분이 있었을텐데, 수철이는 그걸 본거죠.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작은 사랑’이었을지 모르지만, 진심을 본 수철에게는 그것이 마음속 깊은 곳에 굳건 하게 자리매김 하고 있었던 거죠. 그렇기에 다해의 과거는 물론이고, 그의 의도가 무엇이든 상관없었던 것이 아닐까요. 수철이가 ‘나에게 진짜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라고 했잖아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사람. 그게 사랑에도 적용된 거죠, 정말로 내 옆에 있기만만 하면 된다고. 정말 멋지지 않나요, 우리 수철이”
“워낙에 존경스러운 선배님들과 같이 하다보니, ‘이게 좋아’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보고 배워지는 것들이 많았어요. 연기적으로 자양분이 많이 흡수된 것 같아요.”
‘눈물의 여왕’은 배우 곽동연의 필모그래피에 있어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이에 대해 곽동연은 ‘확장’이라고 답했다.
“‘눈물의 여왕’은 저에게 개인적인 부분뿐 아니라, 배우적으로도 확장의 의미가 커요. 훌륭한 선배들과 스태프와 함께 하다보니 연기자로서 식견이나 시각이나 깊이가 확장된 것 같고 개인적으로 어른들의 간접적인 가르침들이 조금 더 열리게 만들어 준 작품이 됐죠.”
2012년 15살에 배우로 데뷔해 2023년 20대 후반이 되기까지, 곽동연은 부지런하게 지내왔다. 이제 30대를 바라보고 있는 곽동연에게 남은 20대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에 대해 물어봤더니 돌아온 답은 “현실을 성실하게 사는 것”이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그 시간에만 할 수 있었던 작업을 열심히 해왔구나 싶어요. 반면에 너무 미래 지향적으로 살았던 부분도 있었죠. 배우로서 잘 되기 위해서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시간을 돌려도 아마 저는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지만, 당시 ‘지금’으로서 현재를 안 산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도 한켠에는 있죠. 그래서 지금 하고 싶은 건, 남은 20대는 조금 충실하게 보내는 것, 지금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다 밟아 가는 것이에요. 그러면서 성실하게 살아 가는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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