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희망이다] "농업발전에 조금이라도 이바지"…KAIST출신 청년농부의 꿈

김소연 2024. 5. 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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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웅 '영웅 딸기' 대표, 직접 제작한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스마트팜 농장 운영
"자본·기술 등 따져보니 농업이 제일 점수 높아…스마트팜, 공학 전공자에 정말 유리"

[※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연합뉴스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딸기 소개하는 김영웅 영웅딸기 대표 [촬영 김소연]

(부여=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네덜란드의 1㎡당 딸기 생산량이 평균 12㎏인데 우리나라는 3㎏ 정도라고 해요. 누군가는 먼저 가야 하잖아요. 제가 그 역할을 하고 싶어요."

충남 부여군 홍산면에서 딸기 스마트팜 농장을 운영하는 김영웅(33) '영웅 딸기' 대표의 목표는 연구하고 공부하는 '농업전문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차별화한 '과학 영농'으로 시장에서 인정받는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

1천400평 규모의 스마트팜은 김 대표가 직접 제작한 운영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관리된다.

"직장생활 할 때 사용했던 산업용 PC를 농장 운영에 사용하고 있어요. 그 안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지금도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개발하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같은 면적에서 더 싱싱하고 맛 좋은 딸기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농장 환경을 유지하는 데 있다.

그가 설계한 알고리즘에 따라 농장 온도와 습도 등이 자동으로 유지된다.

딸기 재배에 최적화한 환경을 찾기 위해 그는 한동안은 농작업이 끝나고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에 매진했다고 한다.

덕분에 김 대표가 생산하는 딸기는 수확 후 하루 이내에만 냉장고에 들어가면 3주까지도 유지된다.

날씨가 좋든 안 좋든 딸기 품질이 일정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직접 개발한 운영 프로그램 소개하는 김영웅 대표 [촬영 김소연]

통상 딸기 수확이 12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 이뤄지는 데 비해 영웅딸기 농장은 11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수확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여름엔 업무효율이 떨어졌잖아요. 농장도 딸기를 잘 생산하기 위한 좋은 조건을 최대한 가성비 높게 맞춰주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수확량을 늘리는 거죠."

그는 대학 졸업 후 여느 KAIST 졸업생처럼 이차전지, 의료기기 관련 스타트업에 근무했었다.

스타트업 직장 생활이 기대와는 달랐고 자신만의 사업을 펼치길 꿈꿨다. 결국 도시에만 살았던 그는 2019년 부여로 귀농했다.

"사실 처음부터 농업에 대단한 가능성을 보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원하는 경제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자본, 인맥, 기술, 정부 정책 등 네 가지 기준으로 여러 가지 아이템을 두고 점수를 매겨보니 농업이 점수가 제일 높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귀농 직후 건물 안에 6평짜리 실험실 형태의 실내 폐쇄형 농장을 만들고, 발광다이오드(LED)를 켜놓고 딸기를 3개월 동안 재배해봤다고 한다.

그러나 딸기 평균 도매가격을 훨씬 웃도는 생산 단가가 형성됐고, 과감히 포기한 뒤 기존 농업 형태 가운데서도 자동화 설비가 많이 투입된 스마트팜을 계획했다고 한다.

이어 2020∼2021년에는 부여군 청년 농업인 경영 실습 임대농장에서 딸기를 재배했다.

귀농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만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임대농장에 자주 찾아와 그의 모습을 지켜봤던 할아버지는 "이만하면 됐다"며 논을 물려주셨다고 한다.

그 결과 2022년 할아버지가 60여년 넘게 땀 흘려 일군 논 자리에 자신만의 스마트팜을 구축하게 됐다.

농장 살펴보는 김영웅 대표 [촬영 김소연]

"할아버지 세대 때는 인건비가 저렴한 시대였고, 허리 굽혀 일하며 사람이 망가지는 거에 대해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잖아요. 저희 세대는 인건비도 많이 올랐고, 변화한 환경에 맞춰 농사를 짓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특히 스마트팜 정밀 농업은 공학계열 졸업자들에게 정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만약에 미스트를 통해 습도를 10% 올린다고 하면 증발열을 활용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온도 하강이 있고 동시에 온실 내에서 환기율이 줄어들어요. 그런 것들을 물리적으로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숫자에, 특히 물리학에 익숙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연구 성과는 특허로 등록되기도 했다. 가변형 LED로 딸기에 인공 빛을 투여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는 충남도가 선정하는 제1기 우수 청년 농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스마트팜 창업 후 당초 목표했던 매출 달성에 성공했다는 그는 농업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연구에 매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귀농 직후 구축했던 6평짜리 식물공장에서 여전히 실험은 이뤄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지구 온도가 올라가고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 우리나라 시장이 좋아하는 크고 단 딸기를 수확할 수 있는지 찾아보고 있어요. 우리 농업기술 발전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so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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