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 소리 듣는게 꿈
김은진 기자 2024. 5. 19. 07:00
3시즌만에 프로야구 상징이 된 ★ KIA 김도영
김도영(21·KIA)은 2022년 KBO리그에 등장해 빠른 속도로 리그 중심에 올라섰다. 짧았던 기간에 비해 순탄한 길만 걷진 않으면서 오히려 기대는 더 커졌다. 3시즌 만에 프로야구 새 세대 스타의 상징이 되었다. 2024년, 스타성과 잠재력을 제대로 터뜨리기 시작하면서 김도영은 이제 또 새로운 타자로 탄생을 알렸다. 스포츠경향 창간 19주년과 함께, 한 단계 또 올라선 김도영의 꿈과 다짐을 나눠보았다.
강하게 크겠다
가장 뜨거운 봄을 보낸 김도영은 “올해는 강하게 큰다는 마인드로 야구 하고 있다”고 했다.
김도영은 개막 이후 4월까지 44안타를 치며 타율 0.338 10홈런 26타점 29득점 14도루를 기록했다. 개막 후 11경기에서는 52타수 7안타(0.135)로 부진했지만 4월9일 LG전에서 홈런 포함 4안타를 터뜨리면서 시동을 걸었다. 이후 폭발적인 기세를 이어갔다. KBO리그 최초로 한 달에 10홈런-10도루를 동시 달성하는 희귀한 기록까지 세우면서 김도영은 시즌 첫 리그 월간 최우수선수(MVP)도 압도적인 지지로 수상했다.
데뷔 이후 2년간 발 빠르고 콘택트 능력이 좋은 타자라는 이미지를 쌓아왔는데 올해 개막 후 한 달 사이 누구 못지않게 장타력까지 보여주며 성큼성큼 나아가자 견제가 시작됐다. 김도영의 장타력을 의식하기 시작한 상대 투수들은 치기 좋은 공은 주지 않고 느린 변화구로 타이밍을 뺏기 시작했다. 한 달간 미친 듯이 달렸던 김도영의 홈런은 5월 들어 1개밖에 되지 않지만, 5월에도 타율은 0.325(40타수 13안타)로 자신의 페이스를 어느 정도 유지해나가고 있다.
지금의 이 경험을 모두 큰 재산이라 생각한다. 김도영은 “견제를 받는다는 자체가 그만큼 잘 했다는 뜻이니 나에게 좋은 일 같다. 다만 이제 변화구에도 다 적응해서 투수들이 던질 게 없도록 만들어야겠다 생각한다. 일단 사이클이 떨어질 때 해결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 같은 것도 많이 생각해 나가고 있다. (부상 당했던) 작년 시즌 통해서 경험을 어느 정도 해서 나만의 운동법도 조금 찾았다”며 “상대가 그렇게 견제하는데도 타율 3할을 쳐버리면 이제 그 정도의 타자가 된다는 얘기니까, 올해는 오히려 강하게 큰다는 생각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1세답지 않은 각오면서 동시에 21세가 가질 수 있는 패기가 묻어난다.
30-30은 못 할지도 몰라요…하지만
김도영은 완전히 새로운 세대의 스타 선수다. 밖에서 알아보고 말을 거는 사람들이 확 많아지기도 했지만, 인스타그램의 팔로어 수(8.7만)가 폭등하는 것을 보며 올해 들어 더 높아진 인기를 실감한다. ‘요즘 선수들’은 유튜브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영상을 찾아본다는데, 김도영에게 유튜브란 낚시나 희귀 동물 포획 같은 특이한 영상을 보며 머리를 식히는 오락 도구다. “절대 야구는 안 본다”고 했다. 나이에 비해 생각이 깊고 진중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세상의 관심을 즐기며 부담쯤은 ‘남의 일’로 치는 김도영도 지금은 올시즌의 끝을 가끔 생각해보고 있다.
김도영은 “사실 올해 내 홈런 목표는 두 자릿수를 치는 거였다. 이미 이뤘다. 그래서 이제 부담 같은 것 떨치고, 나성범 선배님도 돌아오셨기 때문에 작년에 했던 것처럼 중심타선 앞에서 주자로 나가서 득점하는 데만 신경 쓰려고 한다”며 “홈런에는 욕심도 없고 부담도 없다. 타격 사이클이 올라왔을 때 친다고 생각만 하면 어느 정도는 나올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다시 4월만큼 칠 수는 없지 않을까. 홈런이 초반에 많이 나오다보니 30홈런-30도루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서, 못하면 나중에 팬들이 실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조금 한다”며 웃었다.
2022년에는 1차지명 화제를 몰고 시범경기 타격왕에 오르며 엄청난 관심 속에 데뷔했지만 프로의 벽을 경험했다. 2023년에는 부상으로 시즌 초반을 뛰지 못했지만 복귀 뒤 대활약을 했다. 화려한 시즌 뒤 치른 국제대회에서 또 부상을 당했다. 짧은 커리어에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야구도, 인생도 쉽게 뜻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할 무렵 경험한 2024년 봄의 폭발은 미래의 김도영을 위해, 또 다른 의미로 큰 영양제가 되고 있다.
김도영은 “나도 이렇게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올해 시즌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나도 그냥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선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4월에 이렇게 최고를 찍어보니까 남다른 선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를 믿게 된 한 달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데뷔하고 2년간 조금은 떨어졌던 자신감을 김도영은 3년째 봄에 찾아가고 있다.
올해 김도영은 안 쓰던 야구 일기를 쓰고 있다. 김도영은 “초반에 한 3경기까지 쓰고는 안 썼는데 워낙 못 치다보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상하게 (성적이) 좋아졌다. 매일 내가 잘 한 점과 부족했던 점을 쓰는데, 쓰면서 생각도 하게 되고 리프레시되는 것 같다”며 “4월에 했던 그런 야구는 은퇴할 때까지 다시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느낌을 야구 일기에 적어놓았다. 최고치를 찍었을 때 어떤 생각 갖고 타석에 섰고 경기했는지, 나중에 안 좋아졌을 때는 그런 것들을 보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언젠가 ‘김도영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 되도록
김도영은 일단 뱉고나서 그 말을 지키려고 될 때까지 노력하는 유형의 사람이다. “꿈을 오랫동안 그리는 사람은 그 꿈과 닮아간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야겠다 생각하고 야구 한다”고 했다.
지금 당장의 꿈은 도루왕이다. 김도영은 “달리기 빠른 선수라면 도루왕 타이틀은 한 번쯤 다 가지니까, 나도 한 번 해보고 나면 욕심이 줄 것 같은데 아직은 어려서인지 도루왕 타이틀을 무조건 한 번 가져보고 싶다”고 말했다. 14일 현재, 17도루를 기록 중인 김도영은 2위권에서 1위 박해민(LG·22개)을 쫓아가고 있다. 김도영은 “개수 차이가 많이 나니까 오기가 생겨 더 추월하고 싶어졌다”며 웃었다.
너무 많이 보여주고 시작한 3년차의 출발, 김도영은 보여줄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믿고 있다. 하나씩 보여주고 싶은 김도영은 후일 이루고 싶은 목표가 따로 있다.
김도영은 “(이)정후 형을 두고 모두가 ‘이정후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한다. 그런 말을 나도 듣게 되고 싶다. 잠깐 부진해도 김도영 걱정은 하는 거 아니다, 할 필요가 없다고 모두가 생각할 수 있게, 그런 말을 언젠가 들을 수 있도록 플레이해나가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리그 최초 월간 10-10 후
홈런 뚝…3할 타율은 유지중
발전할수록 투수들 견제 심해지지만
내가 잘했단 뜻 같아 기뻐
올 홈런 목표는 벌써 이뤄
30-30은 살짝 부담
도루왕은 탐나
김도영(21·KIA)은 2022년 KBO리그에 등장해 빠른 속도로 리그 중심에 올라섰다. 짧았던 기간에 비해 순탄한 길만 걷진 않으면서 오히려 기대는 더 커졌다. 3시즌 만에 프로야구 새 세대 스타의 상징이 되었다. 2024년, 스타성과 잠재력을 제대로 터뜨리기 시작하면서 김도영은 이제 또 새로운 타자로 탄생을 알렸다. 스포츠경향 창간 19주년과 함께, 한 단계 또 올라선 김도영의 꿈과 다짐을 나눠보았다.
강하게 크겠다
가장 뜨거운 봄을 보낸 김도영은 “올해는 강하게 큰다는 마인드로 야구 하고 있다”고 했다.
김도영은 개막 이후 4월까지 44안타를 치며 타율 0.338 10홈런 26타점 29득점 14도루를 기록했다. 개막 후 11경기에서는 52타수 7안타(0.135)로 부진했지만 4월9일 LG전에서 홈런 포함 4안타를 터뜨리면서 시동을 걸었다. 이후 폭발적인 기세를 이어갔다. KBO리그 최초로 한 달에 10홈런-10도루를 동시 달성하는 희귀한 기록까지 세우면서 김도영은 시즌 첫 리그 월간 최우수선수(MVP)도 압도적인 지지로 수상했다.
데뷔 이후 2년간 발 빠르고 콘택트 능력이 좋은 타자라는 이미지를 쌓아왔는데 올해 개막 후 한 달 사이 누구 못지않게 장타력까지 보여주며 성큼성큼 나아가자 견제가 시작됐다. 김도영의 장타력을 의식하기 시작한 상대 투수들은 치기 좋은 공은 주지 않고 느린 변화구로 타이밍을 뺏기 시작했다. 한 달간 미친 듯이 달렸던 김도영의 홈런은 5월 들어 1개밖에 되지 않지만, 5월에도 타율은 0.325(40타수 13안타)로 자신의 페이스를 어느 정도 유지해나가고 있다.
지금의 이 경험을 모두 큰 재산이라 생각한다. 김도영은 “견제를 받는다는 자체가 그만큼 잘 했다는 뜻이니 나에게 좋은 일 같다. 다만 이제 변화구에도 다 적응해서 투수들이 던질 게 없도록 만들어야겠다 생각한다. 일단 사이클이 떨어질 때 해결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 같은 것도 많이 생각해 나가고 있다. (부상 당했던) 작년 시즌 통해서 경험을 어느 정도 해서 나만의 운동법도 조금 찾았다”며 “상대가 그렇게 견제하는데도 타율 3할을 쳐버리면 이제 그 정도의 타자가 된다는 얘기니까, 올해는 오히려 강하게 큰다는 생각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1세답지 않은 각오면서 동시에 21세가 가질 수 있는 패기가 묻어난다.
30-30은 못 할지도 몰라요…하지만
김도영은 완전히 새로운 세대의 스타 선수다. 밖에서 알아보고 말을 거는 사람들이 확 많아지기도 했지만, 인스타그램의 팔로어 수(8.7만)가 폭등하는 것을 보며 올해 들어 더 높아진 인기를 실감한다. ‘요즘 선수들’은 유튜브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영상을 찾아본다는데, 김도영에게 유튜브란 낚시나 희귀 동물 포획 같은 특이한 영상을 보며 머리를 식히는 오락 도구다. “절대 야구는 안 본다”고 했다. 나이에 비해 생각이 깊고 진중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세상의 관심을 즐기며 부담쯤은 ‘남의 일’로 치는 김도영도 지금은 올시즌의 끝을 가끔 생각해보고 있다.
김도영은 “사실 올해 내 홈런 목표는 두 자릿수를 치는 거였다. 이미 이뤘다. 그래서 이제 부담 같은 것 떨치고, 나성범 선배님도 돌아오셨기 때문에 작년에 했던 것처럼 중심타선 앞에서 주자로 나가서 득점하는 데만 신경 쓰려고 한다”며 “홈런에는 욕심도 없고 부담도 없다. 타격 사이클이 올라왔을 때 친다고 생각만 하면 어느 정도는 나올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다시 4월만큼 칠 수는 없지 않을까. 홈런이 초반에 많이 나오다보니 30홈런-30도루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서, 못하면 나중에 팬들이 실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조금 한다”며 웃었다.
2022년에는 1차지명 화제를 몰고 시범경기 타격왕에 오르며 엄청난 관심 속에 데뷔했지만 프로의 벽을 경험했다. 2023년에는 부상으로 시즌 초반을 뛰지 못했지만 복귀 뒤 대활약을 했다. 화려한 시즌 뒤 치른 국제대회에서 또 부상을 당했다. 짧은 커리어에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야구도, 인생도 쉽게 뜻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할 무렵 경험한 2024년 봄의 폭발은 미래의 김도영을 위해, 또 다른 의미로 큰 영양제가 되고 있다.
김도영은 “나도 이렇게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올해 시즌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나도 그냥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선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4월에 이렇게 최고를 찍어보니까 남다른 선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를 믿게 된 한 달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데뷔하고 2년간 조금은 떨어졌던 자신감을 김도영은 3년째 봄에 찾아가고 있다.
올해 김도영은 안 쓰던 야구 일기를 쓰고 있다. 김도영은 “초반에 한 3경기까지 쓰고는 안 썼는데 워낙 못 치다보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상하게 (성적이) 좋아졌다. 매일 내가 잘 한 점과 부족했던 점을 쓰는데, 쓰면서 생각도 하게 되고 리프레시되는 것 같다”며 “4월에 했던 그런 야구는 은퇴할 때까지 다시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느낌을 야구 일기에 적어놓았다. 최고치를 찍었을 때 어떤 생각 갖고 타석에 섰고 경기했는지, 나중에 안 좋아졌을 때는 그런 것들을 보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언젠가 ‘김도영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 되도록
김도영은 일단 뱉고나서 그 말을 지키려고 될 때까지 노력하는 유형의 사람이다. “꿈을 오랫동안 그리는 사람은 그 꿈과 닮아간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야겠다 생각하고 야구 한다”고 했다.
지금 당장의 꿈은 도루왕이다. 김도영은 “달리기 빠른 선수라면 도루왕 타이틀은 한 번쯤 다 가지니까, 나도 한 번 해보고 나면 욕심이 줄 것 같은데 아직은 어려서인지 도루왕 타이틀을 무조건 한 번 가져보고 싶다”고 말했다. 14일 현재, 17도루를 기록 중인 김도영은 2위권에서 1위 박해민(LG·22개)을 쫓아가고 있다. 김도영은 “개수 차이가 많이 나니까 오기가 생겨 더 추월하고 싶어졌다”며 웃었다.
너무 많이 보여주고 시작한 3년차의 출발, 김도영은 보여줄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믿고 있다. 하나씩 보여주고 싶은 김도영은 후일 이루고 싶은 목표가 따로 있다.
김도영은 “(이)정후 형을 두고 모두가 ‘이정후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한다. 그런 말을 나도 듣게 되고 싶다. 잠깐 부진해도 김도영 걱정은 하는 거 아니다, 할 필요가 없다고 모두가 생각할 수 있게, 그런 말을 언젠가 들을 수 있도록 플레이해나가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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