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윤정희 떠나보낸 백건우 “음악과 나에게 집중…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 생애 첫 모차르트 앨범 발매

이강은 2024. 5. 1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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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78)가 생애 첫 모차르트 앨범을 발매하면서 내놓은 소감이다.

그는 특히 앨범 마지막에 수록된 전주곡과 푸가 C장조에 대해 "모차르트 답지 않은 굉장한 난곡"이라며 "나부터 '모차르트에 이런 소리가 있었나'하고 놀랐다. 모차르트만의 위트를 느낄 수 있는 대담하고,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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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3부작 중 첫 앨범 ‘모차르트:피아노 작품Ⅰ’…18일부터 전국 투어

“모차르트로 시작해 다시 모차르트로 돌아왔어요. 전에는 모차르트를 스타일에 맞게 잘 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모차르트 자체를 잘 전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78)가 생애 첫 모차르트 앨범을 발매하면서 내놓은 소감이다. 그는 16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피아노 인생 68년 만에 도전한 모차르트 프로젝트 3부작 중 첫 앨범인 ‘모차르트:피아노 작품Ⅰ’에 대해 소개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생애 첫 모차르트 앨범을 소개하고 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그는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고향을 찾는다고 하는데 음악도 비슷한 것 같다”며 “베토벤·모차르트로 시작해 다시 돌아오는 게 아닌가 싶다”며 “20대와 40대, 60대에 악보를 읽는 게 확실히 다르다. 나에게 들리고 보이는 모차르트가 굉장히 새로웠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도전입니다. 연주자들은 자신의 개성, 특별함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데 사실 자기 자신을 덜어내고, 없애는 것이 맞지 않나 싶어요. 미켈란젤로와 돌 덩어리로 봤을(비유했을) 때 (연주는) 돌에서 어떠한 조각을 보고, 거기에서 필요 없는 것을 잘라내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백건우는 이번 앨범에서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피아노 소나타 16번’을 비롯해 ‘론도’, ‘아다지오’, ‘지그’ 등 다양한 선곡으로 소나타에 국한되지 않은 모차르트의 세계를 보여준다. 

“모차르트 하면 소나타를 생각하고 거기에 멈춰버리기 쉬워요. 하지만 오르간을 위한 곡, 하모니카를 위한 곡, 민속적인 곡 등 다양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앨범을 들으면 모차르트의 세계에 이런 면이 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는 특히 앨범 마지막에 수록된 전주곡과 푸가 C장조에 대해 “모차르트 답지 않은 굉장한 난곡”이라며 “나부터 ‘모차르트에 이런 소리가 있었나’하고 놀랐다. 모차르트만의 위트를 느낄 수 있는 대담하고,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어느 작품보다도 모차르트 음악은 연주자가 그의 음악을 순수하게 전달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최대한의 연주인 것 같다”며 “연주자가 자기를 오히려 없앨 수 있을 때 가장 적절한 연주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런 의도는 앨범 표지에도 반영됐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연 뒤 10살 초등학생이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앨범 표지로 골랐다.
모차르트 음악을 순수하게 전달하려는 의도에서 10살 어린이의 그림을 골라 쓴 앨범 표지. 
“모차르트가 악보에 담아낸 ‘있는 그대로’의 음악을 아이의 순수함에서 발견했어요. 거짓 없는 어린아이의 눈길이랄까, 그런 게 그리웠습니다. 아이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겠다 싶어 공모전 아이디어를 냈고, 10살 아이가 그린 건데 굉장히 강렬하고 생명력이 있이요.”
음악에 대한 진지한 자세로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백건우는 모차르트 앨범 작업을 위해 핑거링(운지법) 연구를 거듭했다. “공부를 하다 보면 음이 요구하는 소리에 맞는 핑거링이 있어요. 그냥 ‘도레미파솔’을 ‘1 2 3 4 5’로 치면 될 것 같지만 전혀 다른 핑거링으로 쳐야 그 소리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음악을 전달하기 위해 핑거링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날이 갈수록 그 말이 진리임을 느낍니다. 단순한 핑거링이 아니라 소리와 영혼이 연결되는 겁니다. 손끝의 각도, 무게 등을 고민해야 해요. 날이 갈수록 거기에 더 신경을 쓰게 되네요.”
지난해 1월 아내인 배우 윤정희를 하늘로 떠나 보낸 것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백건우는 “지금 저의 상태는 음악과 저 외에는 (없다). 그게 옳은 태도인 것 같다”며 “다 잊어버리고 음악과 나, 음악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모차르트 앨범 발매를 기념해 18일 부천아트센터를 시작으로, 6월 11일 예술의전당 등 다음 달 21일까지 전국 10개 도시에서 모차르트 음악을 들고 관객과 만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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