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가면 외야수 등판시키려고..." 이범호 깜짝 고백, 그렇게 아낀 불펜 4인방이 1위 수성 원동력 됐다

창원=양정웅 기자 2024. 5. 19.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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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창원=양정웅 기자]
KIA 이범호 감독이 18일 창원 NC전 승리 후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장전으로 갔다면 (외야수) 박정우가 던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이범호 KIA 감독)

야수의 마운드 등판까지도 각오했던 KIA 타이거즈. 그 인내심은 하루만에 기분 좋은 연승으로 돌아왔다.

KIA는 1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7-2로 승리했다. 전날 경기에 이어 3연승을 달린 KIA는 시즌 승률 0.636(27승 16패 1무)으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날 KIA는 3년 차 우완 황동하(22)를 선발투수로 투입했다. 그는 이의리(22)의 부상으로 지난달 27일 잠실 LG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대체 선발'이다. 그동안 1군 무대에서는 5이닝을 넘게 소화해본 적이 없었다. 자칫 투수진 소모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황동하가 선발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수행해주고 내려갔다. 1회 맷 데이비슨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지만, 이후 몇 차례 위기를 잘 넘어가면서 5회까지 버텼다. 그는 5이닝 5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6회 말 마운드를 내려갔다.

KIA 황동하가 18일 창원 NC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타선은 1회 초 최형우가 2타점 3루타를 터트리며 선취점을 올렸다. 이어 2-2로 맞서던 4회 초에는 무사 만루에서 박찬호와 김도영의 연속 내야안타, 최원준의 병살타로 3점을 올려 다시 리드를 잡았다.

이 리드를 지키기 위해 KIA는 6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먼저 올라온 선수는 장현식이었다. 그는 데이비슨의 안타와 박세혁의 2루타, 김주원의 사구로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도태훈을 2루 땅볼 처리하며 이닝을 마감했다. 7회에는 좌완 곽도규가 등판해 삼진 포함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남은 두 이닝은 믿을맨 최지민과 정해영이 각각 막았다. 최지민은 8회 볼넷과 안타를 하나씩 내주고도 점수를 주지 않았고, 정해영 역시 9회 김수윤을 안타로 내보낸 걸 제외하면 나머지 타자들을 범타 처리해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들은 모두 KIA의 핵심 불펜 자원이다. 곽도규는 2.75의 평균자책점과 함께 팀에서 가장 많은 7개의 홀드를 거뒀다. 장현식도 6홀드를 기록했고, 최지민은 불안한 모습에도 1.71의 낮은 평균자책점이라는 결과를 내고 있다. 정해영은 12개의 세이브, 2.14의 평균자책점으로 우수한 기록을 냈다. KIA는 이들을 총투입해 황동하의 첫 승을 지켜줬다.

KIA 정해영.
이런 투수 기용은 전날 경기에서의 '인내심'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KIA는 17일 경기에서 NC에 7-4로 승리했다. 스코어만 보면 무난하게 이긴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안으로 파고 들어가보면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승리했다는 걸 알 수 있다.

KIA는 이날 곽도규와 장현식, 최지민, 정해영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들이 주중 두산 베어스와 3연전에서 연투를 했기 때문이다. 첫날(14일) 경기에서는 양현종이 6점을 내주면서 6이닝을 버텨줬고, 이후 윤중현과 이준영 2명의 투수만을 썼다. 그러나 다음날에는 제임스 네일이 5이닝을 던진 후 필승조 곽도규와 장현식, 최지민, 정해영이 차례로 나왔다.

이어 16일에는 경기가 연장 12회까지 가는 바람에 전날 나온 투수들이 연투를 불사했다. 특히 마무리 정해영은 15일 1이닝 20구를 던진 후 다음날 1⅓이닝 31구를 기록하는 투혼을 펼쳤다. 이에 투수 운용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17일 경기 전 기준 KIA와 1게임 차 2위인 NC와 3연전은 무조건 잡아야 하는 일전이었다.

그래도 이범호(43) KIA 감독은 "오늘 4명의 투수가 못 나온다"고 못박았다. 그는 "안 나가는 투수들이 '오늘 던질 수 있습니다'라고 하던데, 그래도 멀리 봤을 때 오늘 던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몇 명이 못 나가지만 다른 투수들이 잘해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KIA 최지민.
실제로 이 감독을 이 말을 지켰다. 선발 김건국이 1이닝 만에 왼쪽 햄스트링 뭉침 증세로 빠지는 악재가 닥쳤음에도 KIA는 최대한 남은 투수들로 버텼다. 2회 올라온 김사윤이 3이닝을 소화해줬고, 이후 윤중현과 김도현이 합계 3이닝을 처리했다. KIA는 8회 이준영, 9회 전상현이 실점 없이 막아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이범호 감독은 18일 경기를 앞두고 깜짝 고백을 했다. 그는 "연장전으로 갔다면 (박)정우가 던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정우(26)는 외야 자원으로, 이날 교체 출전해 1타수 무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이 감독은 "연장 갔다면 (장)현식이가 있었는데, 10회까지는 버텼을 것이다. 11회에 가면 정우를 던지게 하려 했다"고 했다.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다. 이 감독은 "퓨처스에 있을 때 마운드에서 피칭을 시켜본 적이 있었는데, 공을 잘 던지더라. 시속 143~144km까지 나왔다"며 "그런 상황에서 질 수 없으니까 우리 팀에서 제일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선수를 준비를 시켜놓으려 했다"고 전했다.

그래도 승리를 하려고 했다면 불펜진의 3연투도 불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야수의 마운드 투입을 불사하면서 이를 막았다. 그리고 그 열매는 하루 뒤에 달콤하게 따낼 수 있었다.

박정우.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창원=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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