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거처럼 보였다" SF 고위 수뇌부의 눈, 그래서 더 아쉬운 이정후 시즌 아웃
[마이데일리 = 심혜진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의 메이저리그 첫 시즌이 아쉽게 부상으로 일찌감치 종료된 가운데 구단 수뇌부가 짙은 아쉬움을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18일(이하 한국시각) "왼쪽 어깨가 탈구된 이정후가 앞으로 몇 주 안에 수술을 받는다. 2024시즌에는 복귀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부상 상황은 이랬다. 지난 13일 신시내티 레즈와 홈경기에서 1회초 제이머 켄델라리오의 타구를 잡기 위해 펜스까지 달렸다. 그리고 점프를 하는 과정에서 왼 어깨를 강하게 펜스와 부딪혔다.
그대로 어깨를 부여잡고 쓰러진 이정후는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고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앞서 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자신의 파울 타구에 왼쪽 발등을 맞은 이정후는 통증 여파로 사흘간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4경기 만에 경기에 나섰지만 선발 복귀전에서 부상이라는 큰 악재를 맞이했다.
이후 이정후의 어깨 상태에 관심이 모아졌다. 처음에는 어깨 탈구 부상으로 나왔지만 MRI 검사 후 구조적인 손상이 발견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좋지 않은 조짐이었다. 재활과 수술 기로에 섰다. 이후 이정후는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해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났다. 류현진과 오타니의 집도의로도 알려진 세계적인 스포츠 분야 수술 전문 의사다.
그리고 이날 시즌 아웃이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왼쪽 어깨 관절 와순 파열 진단이 나오면서 수술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정후의 어깨 부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이던 2018년 6월 1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3루 슬라이딩을 하다가 다친 바 있다. 이때도 관절와순 파열이었다.
무시무시한 회복세를 보이며 한 달만에 돌아왔지만 또 다시 다쳤다. 10월 20일 한화 이글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슬라이딩 캐치를 하다가 다시 한 번 왼쪽 어깨를 다쳤다. 이번에는 어깨 전하방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확정되면서 이정후의 ML 데뷔 첫 시즌은 37경기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 15득점 2도루 출루율 0.310 장타율 0.331 OPS 0.641로 마감했다.
이정후에게 무려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32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안겼던 샌프란시스코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샌프란시스코가 야수에게 1억 달러 이상의 거액을 들인 것은 이정후가 역대 두 번째였다. 이정후 이전까지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은 선수는 '프랜차이즈 레전드' 버스터 포지가 유일했다. 그만큼 이정후를 향한 샌프란시스코의 기대는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구단 수뇌부도 안타깝다. 계약 이후 이정후를 지켜봐 온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야구 부문 사장은 머큐리 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는 이정후가 인내심을 갖고 접근하는 것을 봤다. 스윙하지 않고도 많은 것을 놓치지 않았다. 보기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정후에게 조언을 해줬던 이야기도 밝혔다. 자이디 사장은 "이정후는 공을 1~2개 보는 걸 좋아하는 참을성 있는 타자였다. 우리는 초구 직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조금 더 공격적이고 카운트 초반에 쳐볼 것을 이야기했었다. 정말로 이정후는 다치기 전인 10일 전 혹은 지난주부터 그렇게 하기 시작했다. 초구를 치기 시작했다"고 이정후가 조언을 받아들여 빠르게 변화를 준 점에 박수를 보냈다.
이정후 태도에 대한 극찬은 이어졌다.
자이디 사장은 "이정후는 스프링트레이닝 첫날부터 한 번도 제대로 하지 않은 적이 없다. 마치 빅리거처럼 보였다. 다른 리그에서 온 선수들이나 올스타전에 다녀온 선수들조차 처음에는 잘 적응하지 못한다"며 "이정후는 다른 좋은 선수들보다 앞서갔고, 그것이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정후의 모습에 한껏 기대감을 키웠는데, 돌아온 것은 부상이라 더욱 안타까움이 크다.
이정후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첫 시즌이 이렇게 마무리 될 줄은 몰랐다.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순간"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이미 벌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사랑하는 야구를 다시 하기 위해 수술과 재활을 잘 견디겠다. 메이저리그에서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내년부터 다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자 열심히 재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 한 달 반 동안 뛰었던 것이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이곳에서 보낸 시간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며 "다음 시즌에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야구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다. 정말 강한 마음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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