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서 있는 게 감독이 아냐” 지도자 경험 없이 감독 데뷔→100승 사령탑 우뚝, 국민타자는 무엇을 느꼈나 [일문일답]
[OSEN=잠실, 이후광 기자]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지도자 경험 없이 지휘봉을 잡고 192경기 만에 100승 감독 타이틀을 따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5차전에서 8-3으로 승리했다.
두산은 전날 패배 설욕과 함께 2연패에서 탈출하며 시즌 26승 1무 21패를 기록했다. 반면 3연승이 좌절된 롯데는 15승 1무 27패가 됐다.
이승엽 감독은 2023시즌 두산 사령탑 부임 후 192경기 만에 KBO리그 역대 58번째 지도자 통산 100승 고지를 밟았다. 박정원 구단주 및 만원 관중(2만3750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기록을 달성하며 그 의미를 더했다. 이 감독은 공교롭게도 사령탑 데뷔 첫 승(2023년 4월 1일)과 100번째 승리를 모두 롯데 상대로 기록했다.
이 감독은 베어스 역대 7번째(김성근, 윤동균, 김인식, 김경문, 김진욱, 김태형, 이승엽) 100승 사령탑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역대 8번째로 선수 100홈런-감독 100승을 동시에 달성했다. 김성한, 이순철, 한대화, 이만수, 김기태, 김한수, 박진만의 뒤를 이었다.
지도자 경험 없이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은 예상을 깨고 지난해 74승 2무 68패(5위)를 거두며 9위로 추락한 팀을 2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로 복귀시켰다.
이 감독은 작년 7월 25일 종전 10연승(2000년 6월 김인식 감독, 2018년 6월 김태형 감독)을 넘어 베어스 창단 최다 연승 신기록을 세웠다. 아울러 KBO리그 국내 사령탑 부임 첫해 최다 연승 기록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했다. 1997년 LG 천보성 감독, 1999년 한화 이희수 감독, 2000년 LG 이광은 감독의 10연승을 넘어 11연승에 도달했다.
이 감독은 부임 2년차를 맞아 한층 성숙된 지도력으로 두산을 이끌고 있다. 최근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의 부상 이탈 속에서도 마운드 신구 조화를 앞세워 9연승을 달성, 시즌 26승 1무 21패로 순항 중이다.
다음은 '100승 지도자' 이승엽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경기 초반부터 양석환의 홈런이 터졌다
선발 곽빈이 무사 1, 2루에서 시작해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양석환이 홈런을 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타선에서 편하게 3점을 내주다보니 곽빈도 안정감을 심적으로 찾지 않았을까 싶다.
-100승의 의미는
경기 끝나고 나니까 갑자기 축하 행사를 해주셨다. 크게 신경 안 쓰는데 갑자기 꽃다발을 전해주시니 와 닿더라.
-박정원 구단주에게 직접 꽃다발을 받았는데
깜짝 놀랐다. 회장님께서 야구에 관심이 너무 많으시다. 우리를 항상 지켜보신다는 생각에 책임감을 갖고 있었는데 또 이렇게 내려오셔서 전해주시니까 영광스러웠다. 더 책임감을 느낀다.
-지도자 경험 없이 두산 지휘봉을 잡고 192경기 만에 100승을 달성했다
시행착오가 많았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생각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요구하는 게 감독 자리이고, 그냥 서 있는 게 감독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지난해 정말 큰 공부를 했다. 지금도 조금 더 완벽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갈 길이 멀다. 그래도 내가 갖고 있는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메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그게 잘 될지 안 될지는 밖에서 판단하시는 거다. 난 그저 우리 팀 선수들과 좋은 분위기 속에서 좋은 경기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첫 승과 100승 모두 롯데 상대로 거뒀다
선수 때도 롯데와 인연이 있었는데 지도자가 되고도 또 그렇다. 롯데가 지금 최하위이지만 사실 우리한테는 조금 까다로운 팀이다. 우리가 상대 전적도 뒤지고 있다.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매 경기 이기려고 하는 팀이다.
-9연승 뒤 2연패를 끊어낸 승리라 의미가 더욱 값질 것 같다
작년에도 연승하고 롯데전부터 안 좋았던 것 같다. 그저께 투수를 무리하면서 쓴 이유도 연패가 길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또 시즌 초반 연장 끝내기패를 많이 당했기 때문에 그걸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겼으면 좋았겠지만 다행히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가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우리 팀이 그만큼 강해졌다고 본다. 그날이 분수령이었다. 지난해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연패를 빨리 끊고 싶었다.
-축하 행사에서 양석환이 축하 케이크를 얼굴에 묻히려고 했는데
묻히라고 했는데 못 묻히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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