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술 고려했지만…이정후와 구단 "완전한 회복·미래 위해"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정후(25)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은 수술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정후가 다치는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관건은 수술 시점이었다.
일단 재활로 어깨를 단련하고서 그라운드에 복귀한 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2024시즌이 끝나는 10월에 수술받는 방법도 고민했다.
하지만 이정후와 구단은 '완전한 회복'과 '미래'를 위해 올 시즌 출전을 포기하고서 바로 수술을 받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18일(한국시간) "이정후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났고, 어깨 수술을 권유받았다"며 "이정후는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는다. 2024년에는 그라운드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디애슬레틱은 "이정후와 구단은 어깨 재활을 하다가 복귀해 시즌 후반기에 경기를 치르고, 10월에 수술받는 방법도 논의했다"며 "하지만 이정후와 올해 6년 1억1천300만 달러의 장기 계약을 한 것을 감안해 2025시즌을 건강하게 출발하는 게 가장 옳은 방향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야구부문 사장도 디애슬레틱,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엘라트라체 박사가 아직 수술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2∼3주 정도 뒤에 수술받을 것"이라며 "이정후의 나이, 예전에 왼쪽 어깨 수술을 받았던 이력, 여러 의료진의 소견 등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수술받고 재활하는 게 낫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다. 사랑하는 야구를 다시 하기 위해 수술과 재활을 잘 견디겠다"며 "MLB에서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내년부터 다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자 열심히 재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후는 지난 13일 오라클 파크에서 벌인 신시내티 레즈와 홈 경기 1회초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타구를 잡고자 뛰어올랐고, 펜스에 강하게 부딪혔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이정후의 왼쪽 어깨에 구조적인 손상(structural damage)이 발견됐고, 여러 의료진을 만난 뒤 수술을 받기로 했다.
이정후는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던) 2018년에 같은 수술을 받았고, 이후 KBO리그에서 건강하게 뛰었다"며 "MLB 첫 시즌이 이렇게 끝나 아쉽지만, 아주 심각한 수술은 아니다. 강한 정신력으로 재활해, 건강하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정후는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소속이던 2018년 11월 왼쪽 어깨 전하방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았다.
당시 이정후는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속도를 내 수술 전 예상했던 6개월보다 빠른 4개월 만에 재활을 마치고 2019년 정규시즌 개막전을 정상적으로 치렀다.
이후 이정후는 어깨 수술 후유증을 겪지 않고 KBO리그 최고 타자로 군림했다.
올해에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천300만달러의 대형 계약을 하며 빅리거의 꿈도 이뤘다.
다만 이정후는 앞으로 '위험한 수비'는 자제할 생각이다.
그는 "언제나 100%로 뛰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배처럼 나도 모든 플레이를 100%로 한다"며 "앞으로도 그라운드에서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부상을 당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오면 더 안전한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벌써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정후를 그리워한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는 누구보다 야구를 좋아하고, 우리 팀에서 뛰는 걸 좋아하는 선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팀에 매우 중요한 선수가 됐다"며 "이정후가 없다는 것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자이디 사장도 "이정후는 점점 MLB에 적응하고 있었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신호도 보였다"며 "이정후의 이탈이 정말 아쉽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37경기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 2도루, OPS 0.641을 올린 채 MLB 첫 시즌을 마감했지만, 2025시즌에 돌아와도 5년 더 샌프란시스코에서 뛸 수 있다.
자이디 사장은 "우리는 이정후가 완벽하게 회복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2025년에 이정후는 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후도 "미래만 생각하겠다"고 화답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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