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부의장 선출 뜸 들이는 국민의힘 [여의도가 왜 그럴까]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이학영 의원이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부의장 후보로 뽑혔다. 국회의장단은 오는 30일 개원 후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공식 선출되는데, 민주당이 원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두 의원이 의장·부의장 자리를 예약해 둔 셈이다.
국회부의장은 대내외적 국회의 대표인 의장 사고 시, 혹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직무 수행을 하지 못할 때 그 직무를 대리한다. 부총리급 대우를 받으며, 국가의전서열도 9위로 높은 편이다. 의장과 달리 당적 보유, 상임위 활동도 가능하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아직 부의장 후보 선출 일정도 잡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부의장) 선출 일정에 관해 특별히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희망하시는 분들이 여러 분 계실 수 있어서 시간을 두고 상황을 보겠다”고 말했다.
부의장 희망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후보 선출 일정을 잡겠다는 취지다. 속내는 따로 있어 보인다. 각종 법안 처리의 길목인 법사위,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운영위 위원장을 어느 정당에서 배출하느냐를 두고 여야 협상이 난항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국회부의장 후보 선출도 서두를 것 없다는 태도가 엿보인다.
시계를 4년 전으로 돌려 보자. 그때는 민주당이 여당,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이 야당이었다. 여야는 달랐지만,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가겠다고 주장한 점은 똑같았다. 여야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 붙었다.
① 의장과 부의장은 국회에서 무기명투표로 선거하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
② 제1항에 따른 선거는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집회일에 실시하며, 처음 선출된 의장 또는 부의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에는 그 임기만료일 5일 전에 실시한다. 다만, 그 날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그 다음 날에 실시한다.
그 뒤로도 원 구성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민주당은 6월15·29일 두 차례 본회의에서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1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다. 통합당은 핵심 상임위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빼앗긴 상황에서 명예직에 가까운 부의장 자리를 받는 것은 대여 투쟁의 명분과 동력만 떨어뜨릴 뿐이라며 부의장 추천을 계속 거부했다. 민주당은 나머지 상임위원장 1자리(정보위원장)마저 가져갔다.
여야는 이듬해 8월에야 상임위 재배분에 합의해 원 구성이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21대 국회 개원 1년 3개월 만이었다. 논란이 됐던 법사위를 권한을 축소하되 21대 후반기에는 국민의힘에서 위원장을 맡기로 정리가 됐고, 2021년 8월31일 열린 본회의에서 정진석 의원(현 대통령비서실장)이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이번에도 여야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는다면, 4년 전처럼 반쪽 개원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정 부의장은 이듬해 5월29일까지 직을 수행한 데 이어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끝난 뒤인 2022년 7월4일 부의장으로 재선출됐다. 2년 임기를 채우기 위해서였으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11월10일 부의장직을 내려놨다.
국민의힘 몫 부의장 선출에는 변수도 많다. 의장단은 여야 다선 의원들로 구성되는 것이 관례여서 22대 기준 최다선(6선)인 조경태·주호영 의원이 먼저 물망에 오른다.
그러나 사실상 의장으로 확정된 우원식 의원이 5선, 야당 몫 부의장 후보인 이학영 의원이 4선이어서 여당 몫 부의장도 이들 선수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온다. 조경태 의원은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이, 주호영 의원은 차기 총리 하마평에 계속 오르내리는 점이 또 하나의 고려 사항이다.
국민의힘 5선은 권성동·권영세·김기현·나경원·윤상현·조배숙 의원 등 6명인데, 총리 인선이나 당권 도전과 맞물려 고민이 깊은 모양새다.
민주당 4선 부의장과 급을 맞춘다면 4선 그룹에서 부의장 후보가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 4선은 김도읍·김상훈·김태호·박대출·박덕흠·윤영석·윤재옥·이종배·이헌승·안철수·한기호 의원 등 11명이다. 4선 중에서도 안철수 의원 등은 차기 부의장보다 당권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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