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경호 속 3년 연속 5·18 찾은 尹…유가족 “헌법 전문 수록 언급 없어 실망”

진창일 기자 2024. 5. 1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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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이후 두 번째 3년 연속 참석
대통령보다 늦은 안철수 의원 뒤늦게 입장
대통령 도착하자 “탄핵” “안녕하세요” 목소리도
제44주기 5·18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이 열리는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주출입구인 민주의문으로 향하는 길목에 철제 울타리가 쳐져 입장이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18일 오전 9시 40분쯤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내 민주의 문 인근 도로에서 시민과 참석자들의 기념식장 출입을 통제하던 경찰과 경호인력에게 “적극적으로 (접근을) 제지해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도착이 임박한 것이다.

경찰과 대통령경호처 경호원들은 이날 이른 오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앞두고 기념식장으로 들어서는 민주의 문 길목에 철제 울타리를 설치하고 사전에 기념식 참석 등록을 하지 않은 시민들의 출입을 엄격히 막아서고 있었다. ‘민주의 문’은 5·18민주묘지 입구다. 과거 비표 없이 입장이 가능했지만 이날은 들어갈 수 없었다.

경찰은 윤 대통령의 참석을 감안, 이날 기념식과 관련해 기동대 40여개 중대 등 3500명의 경력을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쯤 5·18민주화운동 당시 자식을 잃은 이른바 ‘오월 어머니’들과 함께 민주의 문을 통과해 기념식장으로 들어섰다. 대통령이 기념식장으로 들어서면 민주의 문 인근 출입 통제를 중단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기념식은 행사가 모두 끝날 때까지 민주의 문으로 접근과 통행이 금지됐다.

18일 오전 10시쯤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붉은 원)이 경호인력에 제지당해 기념식장으로 입장하지 못하고 있다. /조홍복 기자

이 때문에 윤 대통령보다 늦게 5·18민주묘지에 도착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경호인력들에게 입장을 제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입장을 기다리며 대기하던 안 의원은 인근에 모인 시민들과 유튜버들에게 약 5분 동안 “철수하라” 등 야유를 받고 뒤늦게 기념식장에 들어섰다.

이날 기념식장 주변에선 정치적인 집회·시위가 열리지 않았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촉구 시위, 노조탄압 규탄 집회, 대통령 광주 방문 반대 집회 등 각종 집회가 열렸던 지난해와 달라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기념식장에 도착하자 시민들 사이에서 “윤 대통령을 탄핵하라” “(특검 등) 거부권을 행사하지 마라” 등의 구호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44주년 기념식에서 유가족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뉴스1

반면 기념식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나눠줄 물과 주먹밥을 준비하던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는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이쪽도 봐달라”며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시민들은 철통경호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날 기념식장을 찾은 한 시민은 “과거 기념식은 대통령이 참석해도 민주의 문까지는 들러볼 수 있었는데 이번 경호는 너무 엄격해 추모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 최모(55)씨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오는 만큼 엄격한 경호가 이해는 되지만 기념식이 끝날 때까지 계속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이번 기념식을 함께한 유가족들은 “윤 대통령의 3년 연속 기념식 참석은 긍정적이지만 5월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의지를 밝히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분위기다. 대통령 재직 중 3년 연속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윤 대통령이 두 번째다.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기념식에 참석한 박행순씨가 동생 박관현 열사의 묘비 앞에서 울고 있다. /진창일 기자

5·18 당시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이었던 고(故) 박관현 열사의 누나 박행순(75)씨는 이날 “윤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세 번째 참석하는 만큼 올해는 5월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의지를 나타내길 기대했었지만 언급이 없어 유가족들은 실망스럽다”며 “대통령이 해마다 5·18 기념식에 오는 것은 좋지만 5월 영령과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주고 도움이 될만한 말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의회 5·18 특별위원회 소속 시의원 8명은 윤 대통령의 기념사 직전 ‘5·18 헌법 전문 수록’이란 글을 내건 기습 손 팻말 시위를 했다.

광주시도 이날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님이 3년 연속 5·18 기념식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다만 우리 국민이 듣고 싶어했던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아 무척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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