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반수생 몰려오나…대입 최대 변수 된 의대 증원 [입시톡톡]
17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전국 의대는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기존보다 1489∼1509명(차의과대 미정) 늘릴 계획이다.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들이 증원 절차를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내면서 증원 절차가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전날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각하하면서 증원은 사실상 확정됐다. 3058명이던 의대 모집인원은 2025학년도에는 4547∼4567명이 된다. 2026학년도에는 이보다 500명가량 더 많은 5058명이 될 전망이다.
의대 모집인원은 전체 대학 모집인원의 1%도 채 되지 않는 수치이지만, 전체 대입 판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하고, 수험생의 선호도가 매우 높아 ‘피라미드 최상단’이라고도 불린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최상위권에서 의대부터 채우고 쭉쭉 내려오는 식이어서 의대가 대입의 시작이나 다름없다”며 “의대 정원이 늘면 연쇄적으로 수험생들이 상위권 대학으로 이동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종로학원은 기존에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합격생의 45.4%가 의대 합격선이었으나 2025학년도에는 22.3%포인트 늘어난 67.7%까지 합격선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의대 합격선은 수능 국어·수학·탐구 백분위 합산(300점 만점) 285.9점에서 2.91점 떨어진 282.99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수도권 의대만 정원이 늘어난 데다가 정부는 지역인재전형 선발을 늘린다는 기조여서 특히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전형 합격선이 내려갈 전망이다. 비수도권 고교 졸업생들은 의대 입학 기회가 크게 늘어나는 셈이다.
의대 증원으로 올해 대입에서 N수생 규모도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도 의대에 가기 위해 반수나 재수를 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의대 입학 기회가 늘어난 만큼 이런 경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시험 경험이 많은 N수생은 고3 수험생보다 상위권 학생 비중이 높아 수능 난이도의 변수로 꼽힌다. 지난해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의 경우 교육 당국은 수능 난이도 설정 시 역대 최대인 N수생 비중을 고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2024학년도 수능은 체감 난도가 높은 수능으로 꼽혔는데, 교육 당국이 N수생을 염두에 두고 난이도를 설정했으나 예상보다 N수생들이 시험을 잘 보지 못해 체감 난도가 올라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특히 올해는 의대를 목표로 한 상위권 N수생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교육 당국은 이를 고려해 수능 난도를 더 높일 수도 있다. 입시업계에선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공계열뿐만 아니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에서도 의대에 재도전하기 위한 중도탈락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종로학원은 “(의대 증원으로) 상위권 반수생이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재수생 규모와 수준이 올해 수능 난이도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고3은 반수생이 급격히 들어와 수능에서 기존 모의고사 점수보다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대입은 수능 킬러문항 배제 2년 차, 의대 모집인원 확대, 지역인재전형 확대, 반수생 수준, 무전공 확대 등이 모두 변수”라며 “입시업계에서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큰 변화”라고 밝혔다. 임 대표는 “수험생 입장에선 2025학년도 학과별 모집정원 변화, 합격선 발표, 학교 등에서 발표되는 분석 및 예상 등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입시 환경”이라며 “우선 차분하게 6월 모의평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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