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못 산다고?"…'직구 금지령'이 쏘아올린 공

김아름 2024. 5. 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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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완구·전자제품 KC인증 의무화
면제됐던 개인구매·직구도 인증 받아야
사전 논의 없는 기습 시행에 업계 혼란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소 잡는 칼

아직 한 해가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5월이지만, 아무래도 올해 유통업계 최대 이슈는 '해외 직구'가 될 것 같습니다. 매주 새로운 이슈가 터져나오고, 또 그 이슈 하나하나의 무게가 묵직합니다. 단순히 어떤 기업이 업계의 주도권을 쥐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업계의 향후 방향성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주간유통]에서는 국내 이커머스들이 중국 직구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드렸었는데요. 해외직구 제품과 달리, 정식 수입 제품들은 'KC인증'을 필두로 한 여러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전체 해외 직구 중 중국 직구 비중/그래픽=비즈워치

그런데 공교롭게도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 칼이 수술을 위한 메스가 아니라 소 잡을 때 쓰는 대도(大刀)에 가까운 모양새라는 점입니다. 

우선 간단히 내용을 정리해 볼까요. 지난 16일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장관회의를 열고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논란이 된 내용은 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34개 품목,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에 KC인증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겁니다. 해당 방안은 오는 6월부터 시행됩니다. 

명분은 있습니다. KC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 국내에 유통되면서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넘는 제품이 어린이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미 적발 사례가 수두룩합니다. 자칫하면 대형 인명 사고로 번질 수 있는, 전기를 사용한 제품 역시 안전 인증 절차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그런데도 이번 방안 발표 후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왜일까요. 

일단 해보고?

가장 큰 문제는 이번 대책 발표가 지나치게 급하게 진행됐다는 겁니다. 정부는 오는 6월부터 해당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발표일(16일)이 시행 2주 전입니다. 해외직구 거래액은 2021년 5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8000억원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제 해외직구가 대중에게 익숙한 구매 방식입니다. 그만큼 더 면밀한 조사와 토론을 통한 의견 수렴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갑작스러운 도입인 만큼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시선도 있습니다. 이미 지금도 늘어난 직구 물량 때문에 제대로 된 검수가 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인력·시설 보강 없이 통관 절차만 늘린다면 업무 과부하와 부실 검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안전 인증을 KC인증으로만 제한한 것도 문제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해당 제품이 다른 국가에서 인증을 받았더라도 KC인증을 다시 받지 않으면 수입이 불가능하도록 한 건 과도한 규제라는 겁니다. 안전 인증을 아예 받지 않은 제품을 걸러내야 하는데, KC인증 외 다른 인증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제품의 수입을 막는 건 편의주의적 규제라는 지적입니다.

때마침 정부는 지난해 말 KC인증기관 기준에서 '비영리여야 한다'는 요건을 삭제했습니다. 올해부터 민간 영리기관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KC인증을 발급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까요?

애매한 범위도 논란입니다. 특히 어린이용 34개 품목이 문제입니다. 전자제품 등은 비교적 구분이 쉽지만 완구류 등이 포함된 어린이 제품은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당장 레고·피규어 등을 취급하는 키덜트 카페들에서는 "이제 직구로 못 사오는 거냐"는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봉제인형·키링 등을 취급하는 업체들도 어디까지 KC인증을 받아야 하는지 알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유통업계에 논란이 돼 왔던 '국내 업체 역차별' 문제를 정부가 인식,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겁니다. 사실 알리나 테무의 '초저가'에는 개인간 거래 시 관세나 인증 절차를 면제해 주는 제도를 이용한 '꼼수'가 녹아있습니다.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수입하는 업체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입니다. 국내 업체를 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 해야 한다는 거죠.

인증 절차가 강화되면서 그간 중국 이커머스를 이용하면서 생길 수 있었던 소비자 피해도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 구매자인 소비자 입장에서는 판매 사이트에 제시된 사진과 실제 판매하는 제품이 다르면 반품·환불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성분이나 함량이 다른 건 알기 어렵죠. 최근 몇 차례나 적발된 중금속 액세서리 등의 문제는 정부가 끼어들어야만 규제가 가능한 부분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정부도 이 부분을 가장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싼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보가 없는 상태로 유해한 제품을 구매하지 않도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안전이 확보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유해한 제품은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게 국가의 기본 책무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번 규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중국발 이커머스의 가격 경쟁력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저렴한 인건비와 막대한 생산력, 알리와 테무의 자금력에서 나오는 '초저가' 공세도 이어지겠죠. 그렇지 않다면 결국 C-커머스의 가격 경쟁력이 안전인증을 생략하는 편법에서 나왔다는 의미가 될 뿐입니다. 

이번 정부 대책은 역차별을 없앤 것일 뿐 이로 인해 국내 이커머스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된 건 아닙니다. 오히려 'Made in china'에 갖는 편견이 사라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알리와 테무는 여전히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에게는 지금부터가 진짜 승부입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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