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전반기, 최악의 후반기…김민재에게 무슨 일이?
다음 시즌 방출설 솔솔…이탈리아 빅클럽들은 눈독
(시사저널=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유럽 진출 후 가속 페달만 밟던 김민재의 질주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700억원이 넘는 비싼 이적료를 기록하며 이탈리아 세리에A의 나폴리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할 때만 해도 장밋빛 성공을 확신했다. 하지만 유럽 정상을 노리는 슈퍼클럽은 단 한 번의 위기로 많은 걸 잃을 수 있는 곳이었다. 세계 최고의 센터백이라는 평가 속에 뮌헨에 입성한 김민재는 시즌 종료를 앞둔 시점엔 주전 경쟁에서 한 걸음 뒤처진 상태다.
독일 현지시간으로 5월12일 김민재는 볼프스부르크와의 2023~24 시즌 분데스리가 33라운드에 선발 출전했다. 나흘 전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여파로 주전들이 벤치에서 대기한 탓에 김민재는 다요 우파메카노와 함께 센터백 콤비를 이뤘다. 이날 김민재의 활약은 훌륭했지만 씁쓸함이 들 수밖에 없었다. 평소라면 로테이션 전략에 의해 김민재가 주전으로 분류돼 벤치에 앉아야 했지만, 현실은 그들을 대체하기 위해 투입된 상태였다.
게다가 김민재는 75분 넘게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안정감을 발휘했지만 수비 경합 과정에서 상대 선수에게 깔리며 왼쪽 발목을 다치고 말았다. 경기 후 스스로 밝혔듯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하기 어려워 마티어스 더리흐트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호펜하임과의 시즌 최종전 출전 가능성은 희박해졌고, 뮌헨에서의 첫 시즌은 그렇게 부상으로 마무리됐다.
아시안컵 차출 기점으로 팀내 위상 급락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은 후 김민재는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다. 튀르키예의 페네르바체,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인 김민재는 유럽 진출 2년 만에 5000만 유로(약 715억원)의 엄청난 몸값을 기록하며 뮌헨으로 이적했다. 뮌헨은 분데스리가의 절대 1강이자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시티 등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는 클럽이다. 나폴리에 33년 만의 우승을 안긴 김민재가 뮌헨에서는 유럽 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출발은 아주 좋았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김민재에게 절대 신뢰를 보냈고 기존 주전이던 더리흐트와 우파메카노와의 경쟁에서 앞서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독일 현지 언론들은 전반기에 15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한 김민재의 혹사를 우려할 정도였지만, 그만큼 팀 내 위상이 절대적이라는 방증이었다. 연말에 발표된 세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발롱도르 시상식 투표 결과에서도 김민재는 센터백 최고 순위인 22위를 차지했다. 수비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도 최고 레벨로 검증된 신체적 강점, 침착함과 기술력, 리더십 등의 경쟁력을 전반기까진 확실히 인정받았다.
그러나 아시안컵 차출을 기점으로 김민재의 팀 내 위상은 급락했다. 더리흐트와 우파메카노가 부상으로 컨디션이 완전치 않고, 김민재가 아시안컵 참가로 인해 한 달가량 팀을 떠나는 상황에 대비해 뮌헨은 토트넘으로부터 에릭 다이어를 임대 영입했다. 다이어는 토트넘 주전 경쟁에서 밀린 지 한참 됐고, 실수도 많아 뮌헨 팬들은 센터백 포지션의 급한 불을 끄는 역할 정도로 인지했다. 그런데 반전이 벌어졌다. 다이어가 프리미어리그를 떠나 분데스리가로 와서는 안정된 수비와 리더십을 보여주며 주전으로 도약한 것이다. 때마침 바이어 레버쿠젠과의 우승 경쟁에서 밀리며 흔들리던 바이에른 뮌헨이었기에 다이어의 등장은 어둠 속의 광명 같았다. 자연스럽게 다이어의 입지가 커졌고, 나머지 센터백 한 자리를 놓고 김민재, 더리흐트, 우파메카노가 경쟁하는 처지가 됐다.
투헬 감독은 조합 면에서 다이어의 파트너는 더리흐트가 낫다고 봤다. 아시안컵 실패로 지친 상태로 돌아온 김민재에게 변화된 팀 내 경쟁 구도는 또 다른 스트레스였다. 출전 기회를 잡아도 김민재답지 않은 실수가 이어졌다. 특히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비니시우스 마크에 실패하며 결정적 실책을 저지르고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2실점에 모두 관여됐다. 투헬 감독이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김민재의 욕심이 과했다"며 상대 공격수를 제압하는 적극적인 수비 방식을 비판하고 나서 불길은 더 치솟았다. 이적료 없이 영입한 다이어의 활약과 비교되며 김민재 영입은 실패라는 섣부른 평가까지 나왔다.
최근 여러 매체가 꼽는 센터백 순위 TOP10에서도 김민재의 이름이 사라졌다. 평가는 시시각각 바뀔 수 있지만, 유럽 입성 후 2년 만에 정상을 찍었던 김민재였기에 돌변한 분위기는 더 극적으로 다가왔다. 입지가 좁아들었을 뿐만 아니라 팀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다. 독일 '스카이 스포츠'의 플로리안 플라텐버그 기자는 바이에른 뮌헨의 시즌 종료 후 선수단 개편을 전망하며 "센터백 포지션에 새 선수 영입이 있고, 기존 선수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며 김민재와 우파메카노 둘 중 한 명과의 작별을 예상했다.
"뮌헨, 적절한 제안만 온다면 김민재 팔 것"
또 다른 매체 '바바리안 풋볼'도 "뮌헨이 김민재를 올여름 이적 명단에 올렸다. 적절한 이적료 제안만 온다면 판다는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 시즌 만에 김민재에 대한 구단 내부의 평가가 180도 바뀐 기류다. 뮌헨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물론 리그 우승에도 실패하며 올 시즌 무관에 그쳤다. 그 책임을 김민재에게도 전가하는 분위기다.
그래도 김민재의 시장 가치까지 급락하진 않았다. 특히 김민재의 괴물 같은 퍼포먼스를 생생히 기억하는 이탈리아 세리에A가 김민재 영입을 원하는 분위기다. 챔피언 인터밀란, 준우승팀 AC밀란에 김민재의 친정인 나폴리도 현 상황을 주시하며 영입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적료다. 바이에른 뮌헨은 나폴리에서 영입할 때 투자한 비용인 5000만 유로를 거의 회수하길 바란다. 임대 후 이적 방식도 있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뮌헨으로 이적하며 김민재는 나폴리 시절의 3배인 140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최대 변수는 결국 감독 선임이다. 당초 시즌 도중 성적 부진으로 투헬 감독과 작별을 예고했던 뮌헨은 율리안 나겔스만, 지네딘 지단, 한지 플릭 등 유명 감독과 접촉했지만 선임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안 부재로 인한 투헬 감독 잔류인데 시즌 막바지 독일 언론들은 그것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투헬 감독 잔류 시 선수단 구성은 구단 수뇌부 의중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 김민재는 정리 대상에 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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