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노동’을 시작하려면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2024. 5. 1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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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들이 직접 선정한 이 주의 신간. 출판사 보도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기자들이 꽂힌 한 문장.

진짜 노동

데니스 뇌르마르크 지음, 손화수 옮김, 자음과모음 펴냄

“우리는 충분히 자유로워질 수 있다.”

지난해 인문사회 베스트셀러였던 〈가짜 노동〉의 후속작이 나왔다. 속편을 써달라는 독자들의 요청이 쇄도했는데, 그만큼 전 세계 노동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전작에서 덴마크의 인류사회학자는 회사에서 무의미하게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 어떻게 우리를 ‘과잉 노동’의 늪으로 이끄는지 짚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조직 내의 나쁜 아이디어와 습관을 어떻게 해결할지 찾아 나섰다. 자신의 업무에 한계를 설정하고, 헛소리를 배제하며 명확하게 말하는 것, 평가화에서 벗어나 더 많은 위험을 함께 감수하라고 저자는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적게 일해도 되는 사회’라는 부제가 시선을 끈다. 결국 조직과 공동체의 고민이 쌓여야 ‘진짜 노동’을 시작할 수 있다.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남진희 옮김, 버터북스 펴냄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더 많은 실수를 해볼 거야.”

1901년 6월9일 엘리사와 마르셀라는 에스파냐의 성당에서 비밀리에 동성 결혼식을 올린다. 1980년 2월8일 브라질 시민들은 키스를 금지한 군부독재에 맞서 키스 시위를 벌인다. 1915년 9월18일 미국 최초의 원주민 여자 의사 수전 라 플래시가 세상을 떠났다…. 라틴아메리카의 비판적 지식인으로 일컬어지는 저자는 평생 ‘수탈’이라는 단어에 천착해왔다. 그가 말년에 수집해 기록한 이야기 역시 자기 몫을 빼앗긴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추천사를 쓴 조문영 교수 말마따나 “짓밟힌 생명, 지식, 사건을 앎의 자리에 기어이 끄집어” 냈다. 대수롭지 않게 보내는 우리의 매일이 모여 이러한 두께감을 갖는다는 것이 새삼 뭉클하다.

 

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 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펴냄

“다른 나무들도 우리의 코와 혀에 스스로를 옭아맸다.”

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각기 종마다 다른 독특한 향을 매개로 인간과 더불어 살아왔다. 북반구에 주로 서식하는 서양노간주나무 열매와 남아메리카 기나나무 껍질 추출물의 냄새가 서로 만나면 칵테일에 많이 쓰이는 증류주 ‘진(Gin)’의 씁쓸한 향이 만들어진다. 또, 미국피나무 분자 내음에는 통증의 신경 경로를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특유의 내음이 나무 자신의 무기가 되기도 한다. 은행나무가 약 3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열매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가 썩은 고기를 좋아하는 포유류·조류를 유인해 씨앗을 멀리 퍼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눈에 보이는 것만이 나무의 전부는 아니다.

 

구체적인 어린이

김유진 지음, 민음사 펴냄

“왜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이책을 읽을까요?”

아동문학 평론가인 저자는 아동문학이 굉장히 독특한 텍스트라고 말한다. ‘어린이 독자를 1차 독자로 하면서도 어른 독자를 2차 독자로 고려해 창작’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그의 말대로 아동문학 주변에 늘 어른 독자가 있다. 그 어른 독자는 어린이 독자에게 책을 권하기도 하고 스스로 영원한 독자로 남기도 한다. 책의 부제는 ‘어린이책을 읽으며 다정한 어른이 되는 법’이다. 저자가 아동문학을 통해 들여다본 어린이의 세계는 굉장히 입체적이다. 간결함의 미학이 아동문학의 특징이지만 또 ‘보편적 어린이상’이란 건 어디에도 없다. 어떤 방식으로 어린이의 곁에 있어주어야 할지 고민을 안겨준다.

 

당과 인민

브루스 J. 딕슨 지음, 박우 옮김, 사계절 펴냄

“우리는 왜 중국의 민주화를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가?”

서방국가들의 정부와 학계는 중국이 개혁·개방 및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 시장 주도 경제와 정치적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서서히 이행하리라 전망해왔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의 집권 이후 중국은 서방의 기대를 완전히 배신하여 억압적이고 기괴해 보이는 체제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중국의 끝은 국가부도’라고 주장하지만, 저자의 견해는 ‘중국공산당의 시대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가 비록 자유와 평등을 크게 증진시키지는 못했지만 경제성장 및 정치적 안정을 달성하는 데는 꽤 효율적이었고, 이에 따라 중국 나름의 ‘당-인민’ 관계와 독특한 ‘민주주의’의 개념을 창출하는 데 상당히 성공했기 때문이다. 중국 체제에 대한 호오를 넘어 ‘있는 그대로의 중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읽어보시기 바란다.

 

자살하는 대한민국

김현성 지음, 사이드웨이 펴냄

“우리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합계출산율 0.72명을 두고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망했다고 말한다. 공식적으로 그런 분석이 나온 건 아니지만 모두 직감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콘텐츠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저자가 우리가 선택한 파국과 소멸의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핵심은 돈이라고 말한다. 한국은 돈이 부족한 나라다. 개인의 빈곤보다 공동체를 위해 쓸 돈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고물가, 수도권 집중, 낮은 노동생산성, 노인문제까지 결국 한국의 총체적인 문제가 대한민국을 자살로 몰고 있다는 결론인데 그 끝이 냉소는 아니라는 점에서 한 번쯤 들여다볼 만하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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