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후 여성은 고혈압에 더 취약…환자 수·합병증 더 많아

권대익 2024. 5. 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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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60대 이상에서 여성·남성 고혈압 각각 37.4%, 28.8%로 여성이 많아
게티이미지뱅크

여성은 남성보다 혈압이 낮아도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 혈압이 높아지기 시작하는 50세 이상이라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본태성(1차성) 고혈압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699만 명이다. 전체 환자의 남녀 비율은 51대 49로 비슷하지만 60대 이상에서는 여성 환자가 37.4%로 남성 28.8%보다 높다.

남성이 여성보다 고혈압으로 인한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폐경 후에는 여성은 남성보다 고혈압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실제로 지난해 유럽심장학회는 혈압 상승을 여성 사망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김유미 인천힘찬종합병원 내분비내과 과장은 “고혈압은 혈액이 혈관 벽을 지날 때 압력이 높아지는 혈액순환 장애로 생활 습관과 식습관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혈관도 신체 일부이므로 나이 들면 자연히 노화가 생기지만 실제 나이와 비례하지 않기에 관리로 혈관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여성, 고혈압 합병증 위험도 높아

고혈압은 18세 이상인데 수축기(최고) 혈압이 140㎜Hg, 확장기(최저) 혈압이 90㎜Hg 이상일 때다. 혈압이 높으면 심장이 무리하게 돼 심비대증, 협심증, 심근경색, 동맥경화, 심부전 등 다양한 심혈관 질환이 발생한다.

국내 전체 환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약간 많지만 고령기에 접어들면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아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50대는 103만 명, 60대는 114만 명으로 가장 높다가 70대와 80대에는 62만 명과 27만 명으로 대폭 줄어든다.

반면 여성도 50대와 60대는 74만 명과 113만 명으로 높지만 남성과 달리 70대와 80대에서도 각각 89만 명과 60만 명 대로 여전히 발병률이 높다.

이처럼 중·장년층 이상의 여성 고혈압 환자가 많은 이유는 폐경 후 급격히 감소하는 여성호르몬 때문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혈관 확장 효과가 있는데, 폐경으로 호르몬이 감소하면 상대적으로 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압이 높아진다. 특히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나쁜’ LDL 콜레스테롤이 높아져 혈압 상승에 영향을 준다.

또 폐경 후 체중 증가, 운동 부족 등 신체 변화를 겪다 보면 비만과 대사증후군 유병률도 높아지는데, 이 또한 혈압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여성 고혈압 환자가 남성보다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바로 합병증이다. 여성은 고혈압으로 인한 좌심실 비대, 심부전, 동맥 경직도 증가, 당뇨병, 만성콩팥병 등이 더 많이 발생한다.

특히 고령층 여성은 인지장애를 더 많이 겪는데, 이 경우 고혈압 진단·치료에 순응도가 낮아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더 커진다.


◇고혈압 증상을 갱년기 증상으로 오인 많아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이 여성에게 더 치명적임에도 그동안 남성보다 관심이 적었던 이유는 고혈압이 음주·흡연·과식 등이 잦은 중·장년 남성에게 많은 질환이라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60대 이하에서는 남성 고혈압 환자가 많다. 하지만 60대 이후로는 여성의 발병률이 높고, 여러 연구 결과에서 생리학적으로 여성이 고혈압으로 인한 심·뇌혈관 질환에 취약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전조 증상이 없을 때가 대부분이지만 여성은 두근거림, 가슴 통증, 견갑골 사이 통증, 두통, 집중력 저하, 호흡 곤란, 피로, 안면 홍조, 식은땀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간혹 이런 증상을 폐경으로 인한 갱년기 증상으로만 여겨 방치하기 쉬운데 정기적으로 혈압을 체크해 조기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가족 중에 고혈압을 비롯한 심·뇌혈관 질환 병력이 있다면 약물 치료 등으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고혈압 예방을 위해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평소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습관 조절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염분을 줄이며, 채소 섭취로 칼륨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가정에서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면 관리가 더 쉽다.

김유미 과장은 “고혈압으로 판정되면 혈압 상태, 기저 질환, 연령 등에 맞는 약물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며 “약물 치료와 함께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 혈압이 잘 관리되므로 적극적인 생활 요법을 시행하고, 규칙적인 운동은 필수”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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