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왕’ 레알 마드리드, 15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 도전
오늘날 세계 최고 축구팀은 어디일까. 혹자는 자본과 관심, 슈퍼스타가 몰려 있는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에서 답을 찾을지 모른다. 지난 시즌 3관왕을 달성한 맨체스터 시티나 이번 시즌 우승 경쟁을 하는 아스날,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리버풀 등을 거론하면서 말이다. 어떤 이는 오랜 전통을 이유로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과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를 꼽을 것이다. 하지만 'Reyes de Europa(유럽의 왕)' 레알 마드리드 이름을 얘기하는 순간 더는 논쟁이 무의미해진다. 레알 마드리드 구단의 오랜 역사와 가치, 수익구조, 특히 그간 차지한 우승 트로피 개수를 언급하면 말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5월 8일(이하 현지 시간) 홈 경기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다. 이번 시즌 리그 우승은 일찌감치 확정 지은 터였다. 챔피언스리그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유러피언컵 때부터 따지면 벌써 18번째 결승 진출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앞선 17차례 결승 진출 결과 1962년, 1964년, 1981년을 제외한 나머지 14번을 승리로 장식했다.
마드리드 vs 도르트문트 결승 결과에 이목
더 자세히 뜯어보면 레알 마드리드는 2016~2018년 3연패를 달성했고, 21세기 들어서만 6번 결승에 올라 모두 우승했다. 그야말로 챔피언스리그의 포식자라고 할 만하다. 6월 1일 축구 성지 런던 웸블리에서 펼쳐지는 결승전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꺾으면 레알 마드리드는 넘쳐나는 트로피 장식장에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하나 더 보태게 된다.숱한 우승 이력 덕에 레알 마드리드는 유럽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모든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힌다. 다만 축구계 슈퍼스타를 대거 영입해 '갤럭티코스'(Galácticos·은하수: 슈퍼스타나 능력이 출중한 선수들로 이뤄진 축구팀)를 자임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선수단 구조는 조금 바뀌었다. 오늘날 선수단 면면을 살펴보면 초특급 슈퍼스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2000년대 호나우두,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 데이비드 베컴을 앞세운 이름값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던 때는 물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가 활약하던 시대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과거에는 레알 마드리드를 상징하는 아이콘과도 같은 선수가 여럿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물론 팀에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레알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실력과 상업성을 모두 갖춘 슈퍼스타가 공석이라는 얘기다. 1950~1960년대에도 축구 레전드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파코 헨토, 페렌츠 푸스카스 등을 앞세워 최고 팀을 꾸렸던 것을 떠올리면, 지금 레알 마드리드는 슈퍼스타보다 효율과 균형을 극대화한 느낌이 강하다.
사실 오늘날 선수단 구조는 레알 마드리드가 의도한 바는 아니다. 세월이 흘러 생각이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갤럭티코스 노선을 추진한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의 정신과도 배치된다. 레알 마드리드는 2018년 여름 호날두가 이탈리아 유벤투스로 이적한 후 차세대 아이콘 찾기에 안간힘을 써왔다. '자본 전쟁'이 비일비재한 현대 축구에서 과거 위상은 현재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간 영광에 젖어 망가지는 팀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경영 능력이 뛰어난 페레스 회장 덕에 천문학적 수익을 쌓아 올리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프로 스포츠가 휘청거릴 때도 나 홀로 흑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따라서 슈퍼스타 영입에 드는 이적료는 레알 마드리드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발목이 잡힌 것은 다른 이유에서다. 레알 마드리드가 파리 생제르맹(PSG)의 킬리안 음바페를 영입하고 싶어 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실력과 상업성을 모두 갖춘 음바페는 명문 구단의 아이콘이 되기 위한 자질이 충분하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몇 차례 음바페 영입 시도는 물거품이 됐다. 2022년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까지 나서 음바페의 PSG 잔류를 압박했다. 맨체스터 시티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이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떠날 때도 레알 마드리드의 영입 리스트에 올랐지만 끝내 무위에 그쳤다.
대형 선수 대신 유망주 발굴해 성공
결국 레알 마드리드는 몇 시즌을 대형 선수 영입 없이 보냈다. 그 대신 유망주나 즉시 전력으로 투입할 수 있는 젊은 선수 영입에 열을 올렸는데, 결과적으로 팀 전력의 효율과 균형으로 이어졌다. 팀을 탄탄히 만들며 세대교체까지 성공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팀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호드리구, 오렐리앙 추아메니, 페데리코 발베르데, 에두아르도 카마빙가 등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23세에 불과하다. 지난해 여름 오랜만에 지갑을 활짝 열어 영입한 차세대 아이콘 주드 벨링엄은 2003년생이다.최근 몇 시즌 동안 카림 벤제마, 가레스 베일, 라파엘 바란, 카세미루 같은 핵심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났지만 팀 전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이번 시즌 선수단이 돌아가며 부상당하는 위기를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노련한 지도력으로 극복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최고 팀인 이유는 최고가 지녀야 할 가치를 모두 가졌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한 역전의 명수 후아니토의 이름을 딴 '후아니토 정신'은 결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이들은 위대한 레알 마드리드다.
박찬하 스포티비·KBS 축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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