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분단 체험 생생…평화 향한 통일열차

KBS 2024. 5. 1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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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쟁 이후 7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분단으로 인한 아픔은 잊혀가고, 우리의 관심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고 느끼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북쪽 접경 지역에 가보면 분단은 아직도 생생한 현실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광주 시민 300명이 우리나라 최북단 지역 중 한 곳인 철원을 다녀왔는데요.

여러 세대가 모여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이어간 현장에 김옥영 리포터가 함께했다고 합니다.

지금 만나보시죠.

[리포트]

삼삼오오 기차역에 모인 시민들.

이른 새벽이지만, 모두가 밝은 표정입니다.

[홍장식/행사 참가자 : "저 건너에 이북 한번 보고 싶어서..."]

[엄혜정/행사 참가자 : "막둥이 아들이 철원에서 근무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너무 멀어서 면회를 못 가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우리 대한민국 장병들이 이런 데서 국가의 안전을 위해 근무하고 있구나..."]

300여 명의 시민들이 강원도 철원으로 긴 여행에 나섰습니다.

승강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열차에 몸을 싣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올해로 3년째 운행 중인 통일 효도열차.

'효'천역과 파주 '도'라산 역의 앞 글자를 각각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하는데요.

철원 코스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김병내/광주광역시 남구청장 : "6.25를 겪은 우리 세대들이 많이 어르신이 되어서 이분들 역시 북녘땅을 보면서 통일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그런 시간을 만들고 싶어서 통일 열차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남녘 광주에서 출발한 기차가 북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좋습니다. 최고입니다."]

한껏 기대감에 부푼 시민들이 평화의 염원을 담아 '통일'을 외쳐보는데요.

["(평화!) 통일! "]

["통일의 희망을 가득 채운 열차가 오늘의 종착지, 강원도 철원을 향해 힘차게 내달리고 있는데요. 기차에 탄 참가자들은 과연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요."]

광주에서 경기도 동두천역까지 열차로 이동한 뒤, 이후엔 버스를 타고 강원도 철원에 도착하는 여정입니다.

장장 7시간의 여행길이지만 각종 강연과 공연으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팬플룻 연주가 승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취재진도 첫 철원 여행에 설렘이 앞섰는데요.

["(철원 어디가 제일 가고 싶으세요?) 철원하면 치열했던 역사가 남아있는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는 백마고지를 한번 둘러보고 싶습니다."]

참가자들은 두런두런 추억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정효영/행사 참가자 : "우리 지금 어디 가요?"]

[김유주/참가자 : "강원도 철원."]

[정인기/행사 참가자 : "할아버지가 옛날에 군대 생활했던 곳이야."]

50년 전 DMZ에서 군 생활을 했던 정인기 씨는 끝나지 않은 분단 상황이 아쉽기만 합니다.

[정인기/행사 참가자 : "손녀딸은 아직 어려서 의미를 잘 모르겠지만 저는 참 가슴이 아린 부분이 있죠. 같은 동족끼리 이렇게 마주 보고 있다는 게..."]

90세 최고령 참가자인 김찬영 씨.

남파간첩이었던 그는 고향의 봄 풍경을 아른하게 떠올립니다.

[김찬영/행사 참가자 : "(고향에) 봄이 되면 진달래가 온 산에 만발하거든요. 봄이 그렇게 좋아요. (고향이 어디세요?) 평안북도 희천군 북면 개고동. 저는 북한에서 특수부대 훈련을 받고 대한민국으로 남파된 거죠."]

1965년 중앙당의 지령을 받고 남한에 내려온 김찬영 씨는 수사기관에 붙잡혀 15년을 복역한 후 전향했습니다.

남한에선 목사로 활동하며 가정을 이뤘지만 두고 온 가족은 여전히 그립습니다.

[행사 참가자 : "3살짜리 딸을 두고 나왔거든요. 그 딸이 내가 나올 때 아빠 가지 마. 그 생각이 지금도 나요."]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열차는 대전과 서울을 지나 종착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동두천역에서 하차한 시민들이 철원행 버스에 오르기 위해 분주히 이동합니다.

["참가자들은 이제 이 버스를 타고 민간인통제구역으로 향할 텐데요. 약간의 긴장감과 설레는 마음으로 분단의 최전선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 거리의 철원으로 향합니다.

철원에선 백마고지 전적지와 평화전망대, 월정리역과 고석정 등을 둘러봅니다.

1960년대 정부가 대북 선전용으로 조성한 마을, 대마리를 지나 첫 번째 목적지에 다다른 버스.

1952년 10월, 해발 395m의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치렀던 백마고지 전적지입니다.

[전영숙/국경선평화학교 사무국장 : "이분들을 기리고 위로하는 묵념을 한 다음에 저희가 다음으로 (일정을) 진행하겠습니다."]

위령비에 새겨진 이름을 바라보며 모두가 숙연해지는데요.

[김복신/행사 참가자 : "너무나 마음이 아파요. 젊은 사람들 저렇게 많이 희생되고 가족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군복무 이후 53년 만에 이곳을 방문했다는 신종현 씨는 남다른 감회를 전했습니다.

[신종현/행사 참가자 : "(근무했을 때가 몇 년 도예요?) 1971년도. (오시니까 어떠세요?) 굉장히 옛날 생각이 많이 나죠. 저희들이 듣기에는 백마고지에서 아군, 적군이 포격을 얼마나 했었는지 고지가 2미터 이상 낮아졌다고 했습니다."]

전쟁 이후에도 비극은 이어졌는데요.

[신종현/행사 참가자 : "(지뢰로) 발을 잃은 사람, 팔을 잃은 사람, 또 죽은 사람 이런 사상자들이 전쟁 후에도 많이 발생했습니다."]

분단의 아픔을 되새기며 다음 행선지로 향하는 참가자들.

군사분계선과 불과 2km 떨어진 평화전망대입니다.

한눈에 보이는 북녘의 전경, 김찬영 씨가 고향 땅을 찾아봅니다.

[김찬영/행사 참가자 : "(지금 뭐 보셨어요?) 북한 땅을 바라본 거지."]

피부로 다가오는 분단의 현장.

쉽사리 말을 잊지 못하는 그의 얼굴에 회한이 스칩니다.

[김찬영/행사 참가자 : "저 철책선이 싹 없어지면 좋겠어요. 평화의 땅으로 만들면 얼마나 좋아요."]

참가자들은 철마의 잔해가 남아있는 월정리역을 거쳐, 바위 절벽이 절경을 이루는 고석정을 찾았습니다.

남북을 가로지르는 한탄강 물결을 바라보며 통일의 바람을 흘려보냅니다.

[김상국/행사 참가자 : "앞으로는 제 꿈이 금강산도 가고 백두산도 가고 북한 지역에 안 가봤던 곳을 우리 고장 전라도에서 꼭 가보고 싶습니다."]

한반도 평화의 꿈을 안고 달린 '통일열차'.

언젠가 이 열차가 온전히 북녘땅에 닿을 수 있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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