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학부모 교권침해에 교육청 ‘고발’ 잇따라 [오늘의 정책 이슈]

김유나 2024. 5. 1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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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딸에게 별일 없길 바란다면 편지를 끝까지 읽는 것이 좋을 겁니다.“
 
서울시교육청이 교사에게 협박편지를 보내 논란이 된 학부모를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최근 일부 학부모의 도를 넘은 교권침해 사건이 잇따르면서 교육청이 직접 학부모를 형사고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교원단체들은 교육청이 더욱 적극적인 형사고발을 통해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의 한 학부모 A씨가 자녀의 교사에게 보낸 편지. 서울교사노조 제공
◆“딸에게 별일 없길 바란다면”…교사 협박한 학부모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이달 21일 경찰에 학부모 A씨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A씨는 지난해 7월 초등학생인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교사의 자녀를 거론한 협박성 편지를 보냈다.

A씨는 편지에 “본인의 감정을 아이들이 공감하도록 강요하지 말라”,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솔직한 사람이 되라”, “타인의 인권도 존중하라” 등 교사에게 하는 ‘충고’를 썼다. 또 “딸에게 별일 없길 바란다면 끝까지 읽는 것이 좋다. 요즘 돈 몇 푼이면 개인정보를 알아내고 무언가를 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도 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편지를 받은 교사는 자신의 딸에게 A씨가 위협적 행동을 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A씨의 행동이 교육활동침해 행위임을 인정하고 지난해 12월 교육청에 형사고발을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2월 A씨에 대한 형사고발을 의결했으나 3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형사고발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서울교사노조가 해당 사건을 공론화하자 뒤늦게 A씨에 대한 형사고발 계획을 밝혔다. 이종선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은 “법적 검토 등으로 고발이 다소 지연됐다”며 “추가 피해 발생 등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어 신속히 검토를 마치고 고발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
◆교권침해에 ’학부모 고발’로 맞서는 교육청

교육청이 직접 학부모를 고발하는 사례는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지난달 학부모 B씨를 고발하는 등 올해 3건의 교권침해 사안에 대해 학부모를 고발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12월 자녀가 다니는 중학교에 찾아가 “나의 직을 걸고 가만두지 않겠다” 등 담임교사에 대한 협박성 발언을 하고, 올해 1월에는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또 자신의 자녀가 가해자로 연루된 학교폭력 사안과 관련해 교사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고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학부모 2명도 지난달 협박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2월에는 교사에게 조롱성 발언을 한 학부모에 대해서도 고발장을 냈다.

강원도교육청도 최근 가정방문을 한 교사를 스토커로 허위신고하고 아동학대로 고소하며 1년 가까이 교사를 괴롭힌 학부모를 경찰에 고발했다.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학부모를 고발한다는 부담감에 많은 고민과 숙의를 거쳤다”면서도 “이번 고발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강력하게 보호하고,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 엄중히 대처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교육청들은 과거에는 학부모의 교권침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였다. 교육계에선 지난해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으로 교권침해가 이슈가 되면서 교육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경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과거에는 학부모와 교사 간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학교나 교육청은 거의 ‘문제 키우지 말고 그냥 교사가 참아야 한다’는 기조였는데 요즘은 이전보다는 대처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슈된 사건에만 적극적” 목소리도

다만 일각에선 교육청이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의 협박 학부모 사건도 교육청이 내부적으로 고발 방침을 세웠으나 3개월여간 고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교사노조는 “2월14일에 교육청교권보호위원회에서 고발요청을 인용하면서 피해 교사가 ‘교육활동침해가 끝날 것’이라고 안도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3개월간 형사고발이 이뤄지지 않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도 시행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사이 해당 학부모는 국가인권위원회, 국민신문고, 교육지원청 등에 피해 교사와 관련된 무차별적인 허위무고 민원을 제기했고, 교사는 이로 인해 고통받았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교육청의 형사고발 등 대처가 조금 더 빨리 이뤄졌다면 이 같은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언론 등에 이슈가 돼야만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같아 아쉬운 면이 있다”며 “무차별적으로 아동학대 고소 등을 남발하는 학부모에게 교사는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교육청이 교사 보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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