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제국 넘어 도시 만든다...부동산 뛰어드는 럭셔리 기업들
"모든 길은 부동산으로 통한다. 우리는 도시를 만들고 있다."
대형 럭셔리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세계 유명 도시의 명품 거리에서 부동산 투자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루이비통과 디올 등을 소유한 LVMH가 파리 샹젤리제 거리, 뉴욕 맨해튼 5번가, LA 로데오 거리 등 명품 거리에서 건물을 매입하는 것은 물론, 직접 거리 조성에도 나섰다고 보도했다.
그간 '범죄도시' 이미지로 각인됐던 미국 마이애미를 예술의 도시로 전환하는데 큰 역할을 한 마이애미 디자인 지구 역시 LVMH가 여러 해에 걸쳐 조성한 곳이다. 마이애미 북쪽 해변과 국제공항의 중간에 위치한 이곳은 기존 창고나 가구 전시장 몇 군데로 이뤄진 빈 땅이었으나, 현재는 에르메스와 샤넬 등 명품 매장과 디자인 가구 쇼룸,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한 명품 지구로 탈바꿈했다.
LVMH는 현지 개발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이곳을 개발해 왔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일가가 4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사모펀드 회사 엘 캐터튼을 통해 이 지역 부동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엘 캐터튼을 통해 경쟁사와의 거래도 가능해졌다. 현재 마이애미 디자인 지구의 메인 상점 4곳 중 2곳은 LVMH의 루이비통과 디올이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2곳은 경쟁사인 에르메스와 까르띠에가 점유하고 있다.
LVMH가 설립되기 이전부터 아르노 회장과 같이 일해 온 버크 회장은 기업의 부동산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왔다. LVMH는 지난 1984년 패션 브랜드인 크리스찬 디올의 모회사 부삭 그룹을 인수하면서 부동산 제국을 크게 확장해 왔다. 당시 부삭 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으로 꼽히는 르 봉 마르셰와 라 벨 자르디니에르를 소유하고 있었다.
버크 회장은 "우리는 무(無)에서 주거, 리테일, 문화적 측면을 두루 갖춘 도심을 만들어 낸다"라며 "우리가 소유한 브랜드 대부분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몰락한 곳이다. 이들을 인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폐허가 된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VMH의 부동산 투자는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과 함께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역시 지속해서 오를 것이라는 전략적인 판단 하에 이뤄졌다. 명품 매장 인근의 부동산을 함께 개발해 전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고, 치솟는 임대료에 대비해 차라리 부동산을 사들이는 게 낫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증권사 번스타인에 따르면 LVMH는 2007년부터 뉴욕, 로스앤젤레스, 런던, 파리의 부동산을 인수하는 데 약 35억 유로(5조 1,690억 원)를 쏟아부었다. 특히 지난해 파리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인수하면서 약 20억 유로(2조 9,537억 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올여름 개최되는 파리 올림픽을 겨냥해 명품 거리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뉴욕에서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로 알려진 티파니 매장에 5억 달러(6,847억 원)를 들여 3년간의 수리를 마치고 최근 재개장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쟁사도 LVMH의 도시 계획 규모와 야망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번스타인은 평했다.
시가 총액이 약 4,000억 달러(547조 8,000억 원)에 달하는 LVMH는 디올, 티파니 등 75개 브랜드를 소유해 부동산을 구매하고 개발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했다.
이들의 부동산 전략은 주로 기업 브랜드의 상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버크 회장은 "좋은 도시 계획은 삶과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측면을 고려해 한 곳에 모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황무지 같은 동네를 럭셔리 브랜드에 적합한 환경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LVMH가 전체 지역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의 땅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LVMH의 부동산 전략은 위험을 수반한다고 WSJ은 평했다. 현재 명품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건설비용 증가, 금리 인상, 시장가치 급락 등의 어려움을 고려했을 때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LVMH는 2억 4,500만 달러(3,357억 원)를 들여 매입한 미국 베벌리힐스 부지에 초호화 호텔을 지으려고 했다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계획을 보류했다. 파리 퐁네프에서도 파리의 상징적인 장소인 라 사마탱의 유리창 일부를 철거하고 현대적인 물결 모양의 유리 디자인으로 재개발하려는 계획이 밝혀지자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팀 이유나 기자
YTN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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