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100mm 우습게 넘기는 극한호우 시대…최선의 대비책 있나

김소연 기자,김태희 기자 2024. 5.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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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국의 강수 패턴은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 2022년 8월 서울에 시간당 141.5mm의 관측사상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2023년 7월 충북 청주에는 400년에 한 번 올 법한 큰 비가 내렸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23년 12월 7일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을 내놨다.

홍수 대비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댐을 10개, 대심도 빗물터널을 6개 새로 건설해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호우에 대응하겠다는 내용이다.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극한호우란 시간당 강수량이 72mm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과거 통계를 기반으로 계산했을 때 시간당 72mm의 비는 대략 '10년 빈도의 비'다. 10년에 한 번 만날 정도로 드물게 많은 비라는 소리다. 하지만 이 정도의 비, 최근 들어선 너무 자주 찾아온다.

서울만 봐도 2021년부터 3년 연속으로 극한호우가 관측됐다. 기후변화 시대엔 10년 빈도의 비가 매년 관측되는 것이 새로운 일상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 시간당 230mm, 상상할 수 없는 비가 온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금처럼 계속 증가한다면 시간당 230mm의 비도 내릴 수 있습니다." 3월 20일 포스텍 지곡연구동에서 만난 민승기 환경공학부 교수의 강수량 시뮬레이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WRF 기후모델을 이용해 21세기 마지막 5년인 2095년부터 2100년 사이에 내릴 강수량의 양을 예측해 보니 시간당 최대 230mm의 비가 내릴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강수량은 내린 비를 모았을 때 쌓인 물의 깊이다.

시간당 230mm의 비가 왔다면 한 시간 동안 빗물이 23cm까지 차올랐다는 뜻이다. 이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시간당 30mm의 강수를 폭우라고 부른다. 50mm를 넘어가면 시야 확보가 되지 않는다. 80mm 이상의 비가 내리면 산사태, 하천 범람, 교통마비등 대규모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른 기후모델인 CCLM 모델을 사용해 같은 기간 강수량을 예측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간당 120~180mm 사이에 막대그래프가 빼곡하게 그어졌다. 2095년부터 2100년 사이 시간당 120~180mm 강수가 총 13번이나 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시간당 100mm의 폭우는 50년 빈도, 110mm의 폭우는 100년 빈도로 불린다. 2022년 8월 서울 및 경기도를 침수시켰던 시간당 141mm의 집중 호우는 500년 빈도의 폭우로 기록됐다. 5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양의 비란 뜻이다.

CCLM 모델에 따르면 500년 빈도의 극한호우가 5년간 13번, 1년에 2~3번 한반도를 강타할 수 있다. 민 교수는 "기후모델마다 규모는 다를지언정 모두 동일하게 극한호우를 예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RF, CCLM 기후모델로 예측한 2095~2100년 강수량 분포 -민승기 POSTECH 환경공학부 교수팀이 기후모델 'WRF'와 'CCLM'으로 예측한 21세기 마지막 5년의 강수량 분포. 인류가 앞으로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할 경우인 SSP5-8.5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그 결과 2095~2100년 기간동안 WRF 모델은 시간당 230mm의 비까지를 CCLM 모델은 시간당 178mm의 비까지를 예측했다.포스텍 제공

WRF, CCLM 기후모델은 모두 고탄소 시나리오(SSP5-8.5)를 기반으로 21세기 마지막 5년의 강수량을 예측했다. 고탄소 시나리오는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탄소를 배출했을 때를 가정한다.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심을 두고 많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며 무분별한 개발을 더욱 확대하는 경우다. SSP5-8.5 시나리오 아래에서 2100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1089ppm에 이른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이 조사한 2023년 평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419.3ppm)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기후변화가 극한호우 야기하는 이유

기후변화가 극한호우를 더 강하게 더 자주 발생시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포화수증기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포화수증기량은 대기가 수증기를 최대로 포함할 수 있는 양이다. 대개 기온이 1℃ 증가하면 포화수증기량은 7%씩 증가한다. 지구가 뜨거워 질수록 대기 중 수증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두 번째 이유는 '강한 상승기류'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호우는 강한 상승기류의 결과다. 수증기를 가득 품은 공기가 상승기류를 만나 적란운이 만들어지면 호우로 이어진다. 대기 상층으로 올라간 수증기를 품은 공기가 냉각 팽창하면서 수증기를 응결해 많은 비를 뿌린다.

상승기류는 에너지 평형을 맞추는 대기 순환의 일부다. 지표면 부근의 공기가 햇빛을 받아 따뜻해지면 상승하고 극지방에서 차가운 공기는 하강하며 대기는 끊임없이 수직, 수평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일상적인 대기 순환에 제동이 걸린다. 대기 하층에서 생성된 수증기가 위로 올라가 응결되며 잠열을 방출함에 따라 대기 상층의 온도가 더 높아진다. 따뜻한 상층 대기는 누르는 힘이 강해 약한 상승기류는 오히려 생성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대기를 뚫을 수 있는 크고 강한 상승기류만 만들어질 수 있다.

정리하면 지구가 더워질수록 대기에 수증기의 양이 많아지고 또 지구가 더워질수록 강한 상승기류가 만들어진다. 2100년 시간당 230mm의 극한호우가 예고되는 이유다.

 

2023년 7월 15일, 충북 청주의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돼 지하차도에 있던 1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당시 청주를 비롯한 충청권에는 13일부터 이틀간 300~570mm의 극한호우가 쏟아졌다.  연합뉴스 제공

● 하천 범람, 댐으로 막을 수 있을까

시간당 230mm의 비는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환경부가 내놓은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은 크게 기반 시설(인프라) 확대, 관리 체계 강화, 정보 제공의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홍수를 방어하는 인프라를 확대한다.

그리고 치수 안전 체계를 강화해 지역에 따라 홍수 방어 목표를 선택적으로 상향하고 홍수 취약지구를 특별 관리한다. 마지막으로 인명피해 예방을 위해 홍수 예보 체계를 정비하며 홍수 위험지도 활용을 확대하는 등 국민들에게 홍수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

이 중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될 부분은 단연 인프라다. 환경부는 2023년 12월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을 발표하며 신규 댐을 10곳 건설하고 서울엔 침수를 막기 위해 대심도 빗물터널을 6곳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댐과 대심도 빗물터널은 각각 외수 침수와 내수 침수를 막기 위해 설치하는 가장 큰 규모의 인프라다.

외수 침수란 하천이 범람해 벌어지는 침수다. 이를 막기 위해선 댐을 설치해 물을 담아두거나 제방을 더 높고 튼튼하게 쌓으면 된다. 내수 침수는 도시에서 빗물이 하천으로 배수되지 못해 발생한다. 비가 너무 많이 와 하수도가 미처 물을 다 빼내지 못할 정도가 되는 경우다.

경기도 부천의 여월빗물배수터널은 내수 침수를 막기 위해 설치한 '아주 큰 하수관'이다. 그보다 더 깊은 땅속에 설치하는 더 큰 규모의 빗물저류배수시설을 '대심도 빗물터널'이라고 한다. 현재는 서울 양천구의 신월 대심도 빗물터널이 유일하다.

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인 규모의 치수 사업을 발표한 건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된 지 10년 만의 일이다. 환경부는 2023년 1조 2000억 원이던 치수 예산을 2024년 2조 원 규모로 늘려 홍수를 방어할 인프라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비에 대비해 큰 돈을 들여 큰 인프라를 짓겠다는 정책이다.

그런데 이 정책이 극한호우에 대응하는 데 효과적일지를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다. 특히나 댐이 가장 큰 쟁점이다. 기자와 만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댐은 실질적으로 홍수를 막는 기능보다는 가뭄에 대비해 물을 모아두는 기능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면서 "현재 정부가 검토중인 신규 댐 후보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아 홍수 대비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천에서 벌어지는 침수, 외수 침수. 과학동아 제공

한편 3월 21일 김기철 한국수자원공사 디지털물관리부 선임위원은 "댐이 새로 생기면 홍수를 늦추는 효과는 있다"면서 "상류에서 불어난 강물을 댐에서 가두고 있다가 천천히 흘려 보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구축하고 있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소개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24년 11월 현실 세계를 그대로 본뜬 가상 공간 '디지털 트윈'에서 댐 방류에 따른 하천의 실시간 수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2023년부터 시험가동을 시작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통해선 전국의 댐 36곳을 총괄하고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비가 왔을 때 하천의 어느 지역에 피해가 갈지 예측할 수 있다.

"비가 오기 3일 전에 기상청 강수 예보 데이터를 가지고 디지털 트윈 플랫폼에서 시뮬레이션을 진행합니다. 이에 따라 댐이 넘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물을 저장할 수 있도록 댐의 방류량을 계산하고 계산된 방류량에 따른 하류 하천의 영향을 검토해 실제 방류를 진행하는 식입니다. 방류했을 때 하류 하천의 제방에 부담이 크게 가거나 하천 수위가 제방 높이를 넘지 않을지 확인하죠."

외수 침수 막는 인프라 댐과 제방. 게티이미지뱅크, 과학동아 제공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결과로 봤을 때 댐은 분명 하천의 유량을 통제해 홍수를 막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홍수 피해가 발생하는 결정적 지점은 바로 제방이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고가 지난해 벌어졌다.

2023년 7월 중순 충북 청주시에 극한호우가 쏟아졌다. 이에 따라 7월 15일엔 미호강변의 제방이 터지면서 인근의 궁평2지하차도에 강물이 유입됐다. 이 사고로 지하차도에 있던 14명이 사망했다. 당시 붕괴한 미호강변의 제방은 임시로 부실하게 쌓아둔 모래 제방이었다.

환경부는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을 내놓으며 전국에 10개 댐을 새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2023년 10월 이수진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환경부 신규 댐 수요 조사에서 댐 건설을 신청한 곳이 15곳이라고 밝혔다.이중 공개된 14곳을 지도에 표시했다. 구체적인 신규 댐 예정지는 2024년 6월에 공개된다.게티이미지뱅크, 이수진 의원 자료실 제공

● 제방 16.8%, 댐 48.2%가 위험하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현재 가장 시급하게 살펴봐야 할 인프라는 바로 제방"이라면서 "특히나 극한호우가 내리면 하천의 수위가 높아진 상태로 오래 유지되는데 이 경우 제방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져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2023년 5월 한국 건설기술연구원에서 발표한 '제방안정성 평가제 도입 방안 마련 및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제방 중 16.8%가량은 보수 또는 보강이 필요한 취약 상태다.

해당 보고서에는 낙동강, 섬진강, 남강, 황강등 국가하천 4곳 총 71.03km의 제방을 대상으로 직접 시추조사, 물리탐사, 시뮬레이션을 통한 구조 안전성 평가 등을 시행한 결과가 담겨 있다. 조사 결과 총 89개소 중에서 종합 안전등급 '우수'를 받은 장소는 한 군데도 없었으며 '양호'가 42개소(47.2%), '보통'이 32개소(36%), 그리고 '미흡'이 14개소(15.7%), '불량'이 1개소(1.1%)였다.

이 보고서의 주관연구책임자였던 이두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본부 연구위원을 3월 27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연구위원은 "2000년대 이전에 건설된 제방의 경우 하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하천의 토사를 제방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 경우 침식에 취약해 제방의 안정성을 크게 해치는 요인이 된다"고 했다.

이어 "지반조사 없이 과거에 물이 흐르던 곳 바로 위에 제방을 건설한 경우도 많다"면서 "그나마 현재 조사를 진행한 국가하천의 경우 상황이 좋은 편이고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지방 하천의 경우 아직 제방 안정성을 조사하는 체계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제방은 총 3만 km. 그중 국가하천의 제방은 3000km에 불과하다.

한편 기존의 댐들도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호우에 대응하기엔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다. 2024년 2월 감사원이 발표한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II(사회기반시설 분야)'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2021~2040년 사용하는 전체 댐의 48.2%가 월류나 여유고 기준에서 안정성 미달이다.

월류란 제방이나 방파제 등에서 물이 넘쳐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여유고는 제방이 홍수를 안정적으로 막아내기 위해 미리 확보해 두는 여분의 높이다.

2041년부터 2070년까지는 전체 댐의 55.4%,  2071년부터 2100년까지는 전체 댐의 60.7%가 안정성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다. 이에 감사원은 환경부 장관에게 "기후위기에 따른 댐의 월류나 여유고 부족 등 미래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통보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댐·빗물터널 짓기 앞서 기존 인프라 점검해야

새 인프라를 마련함과 동시에 이미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점검해야 한다. 이건 극한호우에 따른 외수 침수뿐만 아니라 내수 침수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앞서 살펴봤듯 극한호우에 대비하기 위해서 서울에는 대심도 빗물터널이 6곳 건설될 예정이다. 

장기철 서울시 물순환안전국 치수안전과 대심도사업 TF팀장은 "대심도 빗물터널을 짓자는 이야기가 처음 나온 건 2011년이었다"면서 "2011년 여름 극한호우로 우면산 산사태 등 큰 피해가 발생하자 기존의 침수 대책만으로는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심도 빗물터널은 기존 홍수 방어 인프라가 극한호우가 내릴 때 도시에 고이는 빗물을 다 내보내기에 역부족이니 더 큰 하수관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새로 건설할 빗물터널은 강남, 광화문 등 침수 피해가 특히나 많이 발생하는 지역의 빗물만 배수한다. 대심도 빗물터널을 짓는다고 서울 전역의 침수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소리다.

대심도 빗물터널이 생겨도 기존 홍수 방어 인프라의 중요성은 여전히 높다. 그런데 감사원에서 2021년 8월 발표한 '도시지역 저류시설 안전관리실태' 보고서는 현재 도시의 홍수 방어 인프라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도시에 내린 비는 하수관로를 통해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간다. 이 과정에서 하수관로의 용량을 초과하는 빗물을 잠시 맡아두기 위해 빗물을 모으는 빗물저류시설이나 하수관로의 빗물을 하천이나 해안으로 끌어올려 방류하는 빗물펌프장 등을 운영한다. 

방재성능목표란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세워 둔 목표치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방재성능목표는 시간당 100~110mm의 비를 막는 것이다.감사원은 2024년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II' 보고서를 통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지역별 강우자료를 분석한 결과 실제 내린 비의 양이 방재성능목표보다 많았던 지자체가 전국 213개 지자체 중 77개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7개년 이상 강우량이 초과된 곳은 5곳이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현재 방재성능목표가 미래 기후위기를 대비하기에 충분한지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감사원은 2021년 도시지역 저류시설의 안전관리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과학동아, 감사원 제공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하수관로의 30.8%는 제대로 유지·관리되지 않고 있다. 하수도관은 기능 유지 및 성능 개선을 위해 5년에 한 번 기술 진단을 통과해야 하지만 전체 하수관로의 30.8%에 해당하는 분류식 우수관로가 이 기술 진단 대상에서 제외됐다.

감사원이 여수와 울산 울주군의 분류식 우수관로 내부 상태를 확인한 결과 관로 내부가 파손되거나 흙이 쌓여 물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게 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감사원은 전국 빗물펌프장 823곳 중 268곳이 제대로 안전 관리되지 않고 있으며 2010년 7월 이후 설계·준공된 빗물저류시설 78곳 중 30곳이 법으로 정한 용량만큼의 비도 감당하지 못하는 규모로 설치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댐과 제방, 하수관로와 빗물저류시설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세 보고서는 10개의 댐도 6개의 대심도 빗물터널도 아직 건설되지 않은 2024년의 한국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올여름에도 한반도엔 어김없이 작년만큼이나 아니 작년보다 더 강한 비가 올 것이다. 현 상황에서 한국은 최선의 준비가 돼있는가. 자문해 볼 때다. 

 

※이 기획물은 SNU 팩트체크 센터의 취재보도 지원을 받았습니다. 

※관련기사 
과학동아 5월호, 지하터널과 댐, 극한호우에서 한반도 구할까. 

[김소연 기자,김태희 기자 lecia@donga.com,tae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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