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은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불혹의 셋업맨의 ‘회춘 비결’

정세영 기자 2024. 5. 18.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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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의 노경은. SSG 제공

SSG의 불펜 투수 노경은(40)은 1984년생이다. 올해 마흔이다. 마흔은 프로야구 선수에게는 사실상 현역 생활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나이. 공자가 마흔을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며 ‘불혹(不惑)’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현실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 근력과 스피드가 떨어지는 등 세월의 무게는 속일 수 없기 때문. 아무리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도 마흔이 되기 전에 무언의 은퇴 압력을 받는다.

노경은은 단순히 오래 야구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팀 전력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다. 노경은은 17일 기준, 2024 신한은행 쏠(SOL) 뱅크 KBO리그에서 13홀드(4승 2패·평균자책점 2.89)를 챙겨 이 부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노경은은 SSG 벤치에서 경기 후반 가장 믿고 꺼낼 수 있는 카드. 실제 16일 경기까지 SSG는 45경기를 치렀고, 이중 노경은이 마운드에 오른 횟수는 25차례나 된다. 공을 많이 던지면 피로는 쌓일 수밖에 없는데, 노경은의 경기력에서 처짐이 보이지 않는다.

노경은은 1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냥, 저는 그냥 제가 맡은 자리에서 그냥 묵묵히 내 역할을 하는 게 다다. 조용히 이닝을 먹고, 중요한 순간 실점을 막아주는 게 내 자리다. 내가 맡은 자리에서만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SSG의 노경은. SSG 제공

롱런의 비결은 ‘관리’에 있다. 노경은의 철저한 자기 관리는 후배 투수들마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 노경은이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것은 루틴. 노경은의 루틴은 수십 개나 된다. 루틴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고, 바라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스스로 정한 ‘패턴’이다. 특히 승부의 세계에서 루틴은 믿고 기댈 수 있는 종교이자 신념.

노경은은 주변에서 ‘루틴 신봉자’로 불린다. 노경은은 야구와 운동에 마이너스가 될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고, 야구장에 출근한다. 개인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대부분 ‘롱런’하는 선수들의 루틴과 같다. 그런데 다른 선수들과는 독특한 루틴도 있다. 노경은은 자신의 등판이 끝나면 반드시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이동해 러닝을 뛴다. 근육 운동으로 생성된 젖산은 배출되지 않으면, 피로감을 쉽게 느끼게 된다. 러닝은 체내 피로물질인 젖산을 빼내는 데 효과적이다. 노경은은 등판 뒤 러닝을 할 수 없는 원정경기에선 반신욕으로 쌓인 땀을 쫙 뺀다.

노경은은 "시즌 중 웨이트트레이닝은 많이 하지 않은 편이다. 주변에서 어깨가 넓고 팔뚝이 두껍기에 웨이트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아는 데, 그렇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로다. 피로가 쌓이면 어깨가 무거워진다. 몸이 지칠 땐 반드시 땀을 많이 빼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물론 웨이트는 중요하다. 나는 겨울에 근력 웨이트에 중점을 둔다. 겨울에 해 놓은 것은 시즌 중 연료로 쓰고 있다. 단순히 웨이트만 하는 게 아니라, 펌핑된 근육에 드라이브라인 웨이트볼(무거운 공)을 던지며 순발력을 넣어주는 프로그램을 소화한다"고 덧붙였다.

SSG의 노경은. SSG 제공

노경은은 마흔의 나이에도 구속에 경쟁력이 있다. 2021년 노경은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39.2㎞. 하지만 SSG 유니폼을 입은 2022년 이후 최근 3년 동안 평균 구속은 144㎞. 이는 ‘효율성’을 추구한 결과다. 노경은은 공을 만지는 날과 만지지 않은 날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등판 휴식일이 주어지만 절대 공을 잡지 않는다. 실전 등판을 앞둔 불펜투구에선 ‘힘을 빼지 않는다’는 게 절대 원칙. 노경은은 "후배들이 질문을 많이 하는 데,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가장 많다"면서 "계속 팔을 풀어야 하는 불펜에서 50∼60%의 강도로 던지며 준비한다. 보통 불안해서 많이, 전력으로 던진다. 그렇지 않다. 등판이 결정되고,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방문하고 뭐 하는 시간에 전력으로 6개 이상을 던질 수 있고, 이어 경기 마운드에서 충분히 6∼7개를 던질 수 있다. 개인적으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SSG의 노경은. SSG 제공

노경은은 말수가 적지만, 후배들에게 인기가 만점. 20년 가까이 KBO리그에서 쌓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후배들에게 전수하기에 인기가 높다. 또 더그아웃에선 가장 큰 목소리로 후배들을 응원하고 야구장 밖에선 자신을 잘 따르는 후배들에게 식사 자리를 자주 마련, 단합을 유도한다. SSG 운영팀 관계자는 "노경은은 자상한 형으로 주변이 늘 후배들로 북적인다"고 귀띔했다. 노경은은 "기술적인 부분은 코치님들의 영역이다. 나는 전체적인 몸 관리, 컨디션 관리, 멘털적인 부분 등을 간단하게 말하는 편"이라면서 "내겐 영업비밀이 없다. 다만 한 가지 원칙은 내가 먼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게 조언을 구하는 선수는 팀 후배는 물론 다른 팀 후배도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LA 다저스의 야마모토 요시노부.AP뉴시스

노경은은 ‘야구 공부’에도 신경을 쏟는다. 최근 꽂혀 있는 선수는 LA 다저스의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 노경은은 "야마모토의 키가 178㎝밖에 되지 않지만, 시속 95마일(152.9㎞)짜리 직구를 펑펑 꽂는다. 작은 키에도 테크닉으로 던진다. 야마모토가 던지는 원리, 몸통을 전체 활용하는 피칭 등 이런 부분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다. 상체와 하체, 몸통의 움직임 등을 집중해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경은은 올해 개인적인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 그는 "올해 다른 목표보다. 팀의 우승이 가장 큰 목표"라면서 "우승 반지를 한번 껴보니, 어쩔 수 없더라. 정말 중독성이 강한 것 같다. 한번 우승을 해 본 선수는 그 맛을 잊지 못한다. 그래도 올해도 꼭 우승 반지를 끼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인천 = 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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