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위기 극복, 주민 의지가 먼저"

김정혜 2024. 5. 1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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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지역 소멸위기 극복 장면, '지역 소극장.'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소멸 위기를 넘고 있는 우리 지역 이야기를 4주에 한 번씩 토요일 상영합니다.

조씨는 "동네가 사라지는 걸 막으려면 나부터 마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가꿔야 하지 않겠느냐"며 "청년들만 살아보라고 설득할 게 아니라 주민들도 의식을 전환하고 희망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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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수 '함께 가는 길' 대표]
소멸위기 마을 살리려고 적극 나서
청년들 떠날까 사비 털어 건물 매입
50·60대 주민 7명과 지원 단체 결성
"지역 주민도 스스로 많은 노력 해야"
편집자주
지역 소멸위기 극복 장면, '지역 소극장.'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소멸 위기를 넘고 있는 우리 지역 이야기를 4주에 한 번씩 토요일 상영합니다.
경북 경주시 감포읍 주민 7명이 청년마을인 가자미마을을 지원하기 위해 결성한 '함께 가는 길' 대표 조경수(68)씨가 지난 15일 감포항 부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주=김정혜 기자

경주 감포항의 문어잡이 배 '광성호' 선장 조경수(68)씨는 청년마을인 가자미마을 탄생의 숨은 공로자다. 그는 3년 전 김미나 마카모디 대표가 “뒷골목에 방치된 일제시대 목욕탕을 청년들이 운영하는 카페로 고쳐 운영하고 싶다”고 하자, 건물주를 만나 설득해 사비를 들여 매입했다. 공사 수리비까지 총 2억 원이 넘는 비용을 모두 부담한 그는 청년들에게 무상 임대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청년들이 중도에 포기하고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조씨는 “자식뻘의 청년들이 100년 역사가 서려 있는 목욕탕을 이색카페로 재탄생시켜 운영한다고 했을 때 그저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썰렁하기만 했던 마을이 청년들로 북적거리고 동네도 환해져 만족스럽다”고 웃으며 말했다.

가자미마을이 자리 잡는 데 조씨 혼자만 나선 건 아니었다. 조씨를 비롯해 50, 60대의 나이 지긋한 동네 주민 7명이 뭉쳤다. 어린이집 원장, 와인 연구가, 사진작가, 어선용품점 사장, 천연염색가, 주부 등 하는 일도 각자 달랐지만, 소멸위기에 처한 마을을 살려야 한다는 데는 같은 마음이었다. 이들은 부랴부랴 ‘함께 가는 길’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감포를 찾는 청년들이 마음껏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지원사격에 나섰다. 청년들이 마을 역사를 알고 싶어 할 때는 하던 일을 멈추고 문화해설사로 변신해 이야기를 풀고, 가자미 요리법을 궁금해할 때는 마을에서 가장 실력 있는 요리사를 불러 소개했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온 청년들이 어촌마을 감포의 매력을 찾겠다는데 가만있을 수 있겠냐"며 "함께 가는 길 회원들 모두 청년들 부탁이라면 발 벗고 나선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시 감포읍 주민 7명이 청년마을인 가자미마을을 지원하기 위해 결성한 '함께 가는 길' 대표 조경수(68)씨가 지난 15일 감포항 부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주=김정혜 기자

조씨가 소멸위기에 처한 감포를 살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마을 유일 중·고교인 감포 중·고등학교 총동창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66년 역사를 자랑하는 감포고등학교가 학생 수 감소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교육청과 학교, 동문, 주민들과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폐교를 목전에 뒀던 감포고등학교는 2020년 전교생 150명, 교직원 40여 명의 국제통상마이스터고로 변신했다. 그는 "특급호텔 못지않은 기숙사가 있고 실력이 뛰어난 교사들이 포진해 입학 경쟁률도 치열하다"며 "문을 닫을 뻔한 학교를 유지할 수 있게 돼 감포읍 경제에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멸위기 마을을 살려내기 위해선 가장 먼저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동네가 사라지는 걸 막으려면 나부터 마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가꿔야 하지 않겠느냐”며 “청년들만 살아보라고 설득할 게 아니라 주민들도 의식을 전환하고 희망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경주=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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