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느려도 괜찮으니 네 속도로 걸어가… 친구와 함께면 어디든 축제일 테니
봄 축제에서 만날까?
실비아 보란도 글·그림 | 이세진 옮김 | 국민서관 | 48쪽 | 1만4000원
“너도 갈래?” 깡충깡충 뛰던 토끼가 묻는다. 어딜 그리 바삐 가는 걸까 궁금해하는 거북이에게 토끼가 말한다. “오늘 숲에서 봄 축제가 열리잖아!” 이 아름다운 봄, 숲속 축제라니 얼마나 즐거울까. “응, 당연히 가야지!”
뒤뚱뒤뚱 걷는 거북이 곁으로 고슴도치도 스쳐 가며 말한다. “우리 봄 축제 가서 만날까?” 폴짝폴짝 개구리도 사뿐사뿐 청설모들도 다들 행선지는 봄 축제다. “잘됐다, 좀 있다 만나!” 거북이는 잔뜩 가슴이 부푼다.
거북이는 열심히 걷는다. 어느새 해님이 점점 뜨거워진다. 빨간 딸기 열매가 주렁주렁 맺힌다. 여름이다. 이런, 어느새 쌀쌀한 바람까지 분다. 후두둑 나뭇잎이 떨어진다. 가을이다. 겨우겨우 축제 장소에 도착했을 땐, 펑펑 눈이 내린다.
더 높이 뛰고 더 빨리 달릴 순 없었을까. 이렇게 느리게 걷는 것밖엔 못하는 걸까. 한번 놓쳐버린 봄 축제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텐데…. 거북이는 왈칵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때 달팽이가 말을 건다. “안녕! 너도 봄 축제에 왔니? 우리 같이 놀자!”
모두에겐 각자의 속도가 있다. 봄 축제를 놓쳤다고 거북이의 느린 걸음이 무의미해지진 않을 것이다. 서로 아껴줄 친구와 함께라면, 어느 계절이든 축제일 테니까.
그림책 작가는 미용사가 되어 이모의 머리칼을 꽃분홍색으로 염색하는 게 어릴 적 꿈이었던 이탈리아 그래픽 아티스트. 풍성한 색깔, 텍스트보다 먼저 감정을 전달하는 그림이 에두르지 않고 직접 마음에 말을 거는 듯하다. 봄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날이 뜨겁다. 함께 읽던 책장을 덮으면 아이와 약속하고 싶어질 것이다. “다음 봄엔 우리 꼭 함께 축제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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