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전쟁이 끝나면…
“내 가장 큰 소망은 저널리스트가 되는 거야. 그리고 나중엔 유명한 작가가 되는 거고. 이 원대한 환상(혹은 망상!)이 실현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글감이 부족했던 적은 없어. 어쨌든간에, 전쟁이 끝나면 난 ‘은신처’라는 제목의 책을 펴 내고 싶어. 성공할 수 있을진 두고 봐야 하겠지만, 내 일기장이 그 밑거름이 되어 줄거야.”
안네 프랑크(1929~1945)의 1944년 5월 11일 일기에서 옮겨온 이 구절을, 얼마 전 암스테르담의 안네 프랑크 하우스에서 읽었습니다. 안네가 가족들과 함께 1942년 7월부터 2년간 숨어 살았던 은신처를 전시장으로 개조한 곳입니다.
안네는 13세 생일날인 1942년 6월 12일 일기장을 선물받습니다. 30여년 전 ‘안네의 일기’를 처음 읽었을 땐 고작 일기장 선물에 기뻐하는 안네가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일기장 원본을 보니 평범한 공책이 아니라 빨간색 체크무늬 천으로 감싸인 ‘다이어리’더군요. ‘키티’라 이름붙인 이 일기장을 안네는 은신처로 피신할 때 가장 먼저 챙길 정도로 애지중지합니다. “추억은 내게 옷가지보다 더 소중하니까.”
누군가의 밀고로 은신처가 발각되고, 안네는 수용소로 끌려가 티푸스로 숨집니다. 그러나 일기를 책으로 출간하고 싶다는 소망은 가족 중 홀로 살아남은 아버지 오토 프랑크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암스테르담엔 반 고흐 미술관 등 명소가 여럿 있지만, 그 중 가장 관람이 어려운 곳이 바로 안네 프랑크 하우스입니다. 방문일 6주 전부터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지만 금세 매진돼 표를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도 이유겠지만, 결국 안네가 남긴 이야기가 사람들 기억 속에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기록하는 자가, 승리합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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