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압도하는 거대한 무사·요괴
日 대표 축제 ‘네부타’ 뮤지엄
“랏세라, 랏세라, 랏세랏세, 랏세라.” 지난 3월 아오모리현 아오모리시에 있는 ‘네부타 뮤지엄’에서 일본 꼬마 아이 20여 명이 오른발·왼발을 번갈아 통통 튀며 연신 구호를 외쳤다. ‘둥둥둥’ 북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마쓰리(축제) 춤이 이어졌다. 주변 외국인을 포함해 어른들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따라 했더니 흥이 느껴졌다.
네부타 뮤지엄은 일본을 대표하는 축제인 네부타 마쓰리를 체험하는 전시 공간. 매년 8월 2~7일에 열리는 네부타 마쓰리는 부리부리한 눈의 요괴나 큰 칼을 찬 무사와 같은 대형 조형물을 실은 수레를 끌고 도로를 행진하는 행사다. 뮤지엄에서 아이들이 췄던 춤을 하네토라고 한다. 네부타 수레의 앞뒤를 따라가며 춤추고 흥을 돋우는 것이다.
뮤지엄에 들어서면 요괴를 닮은 얼굴의 무사가 창을 든 조형물 ‘야오야마 네부타’에 압도된다. 매년 네부타 마쓰리에는 네부타 20여 대가 등장하는데 그중 4대를 최고 작품으로 선정해 전시한다. 뮤지엄 관계자는 “선정 안 된 나머지 네부타는 행사가 끝나면 바로 해체·폐기하기 때문에 네부타를 만드는 장인인 네부타시(師) 간에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대형 네부타는 웬만한 트럭만 한 크기다. 너무 커지면 시내 도로를 행진할 수 없어, 1957년엔 네부타의 최대 크기를 폭 9m, 높이 5m, 길이 7m 이하로 제한했다. 19세기에는 높이 20m 네부타도 등장했다. 매년 250만~300만명의 일본인과 해외 관광객이 몰린다. 아오모리시 인구의 10배 이상이고 경제효과만 해도 380억엔(약 3300억원)에 이른다. 개최 비용이 2억2000만엔(약 19억원)이니 아오모리현으로선 남는 장사다. 비가 와도, 네부타에 비닐을 씌우고 야간 행진을 강행할 정도다.
뮤지엄에선 네부타의 내부 구조가 전시돼 있다. 목재로 기본 골격을 만들고 철사로 형상을 잡은 다음 색색의 한지를 붙인 모습. LED 전등을 안에서 켜면, 야간 행진 때 기세등등한 요괴나 무사가 역동적으로 비춰진다. 전기도 필요한 데다 거대한 구조물을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무겁다. 적어도 1t 이상 나가고 4t짜리도 적지 않다. 20~30명이 수레를 끌고 3㎞를 행진하기엔 무겁다. 요즘엔 초경량 알루미늄과 전기차 배터리 충전기를 쓰는 시도도 하고 있다. 과거엔 LED가 아닌, 초나 등불을 써서 네부타가 불타는 사고가 많았다.
작년에 네부타 마쓰리를 본 지인은 “뮤지엄은 백번 봐도 소용없고 마쓰리 때 현장을 봐야 한다”며 “수천~수만명이 ‘랏세라’를 외치며 춤추고, 거대한 무사가 도로를 행진하는 열기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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