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김호중은 팬들에게 뭐라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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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뺑소니 후 거짓말로 진실 은폐
팬과 건강한 소통엔 책임감 따라
」
뺑소니 사고, 운전자 바꿔치기, 음주운전 혐의까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소속사 대표인 생각엔터테인먼트의 이광득 대표가 나섰다. 술집에는 갔지만 공연 준비로 김호중은 술 한 모금 마시지 않았고, 매니저의 경찰 대리 출석과 차량 블랙박스 제거는 모두 아티스트를 향한 자신의 과잉보호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김호중이 사고를 내고도 그냥 집에 가버린 것은 “공황장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고 순간부터 거짓말과 변명으로 진실을 호도하던 가수와 기획사의 괘씸한 행태는 사고 직후 11~12일 잡혀 있던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더 미움을 샀다.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 그 변명으로 공황장애를 이야기한 아티스트가 태평하게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물론 이 뻔뻔한 공연 강행에 기획사가 내놓을 대답은 뻔하다.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데 팬들과 지켜야 할 약속이 과연 이것뿐일까. 스타를 향한 팬덤은 단순히 그 스타가 가진 이미지를 소비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좋아하는 스타를 가족처럼 생각해 그의 건강을 바라고 행복을 바란다. 또 그가 모든 이들에게 칭찬받는 선하고 좋은 사람이기를 바란다. 팬클럽이 앞장서 스타 이름으로 기부를 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다.
이런 팬들에게 범법 행위 후 진심 어린 사과는커녕 거짓말과 변명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힘없는 매니저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채 공연을 강행한 김호중과 기획사의 행태는 과연 이해될 수 있을까. 일방적인 팬덤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성실하고 묵묵히 수줍게 스타를 응원한다. 이런 그들을 위해서라도 스타의 행동에는 진실된 책임이 따라야 한다.
범죄행위는 아니지만 지난 4월 배우 류준열을 두고 ‘그린 워싱(green+white washing·위장 환경주의)’ 논란이 번졌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홍보대사로 ‘나는 북극곰입니다’ ‘용기 내’ 등 다수의 캠페인을 진행한 그가 유명한 골프 애호가라는 게 알려지면서다. 배우 혜리·한소희와 함께 ‘환승 연애’ 이슈가 촉발된 무대가 하와이 골프장이다. 기후위기 주범인 골프장 건설에 반대해야 할 환경운동 홍보대사가 하와이까지 가서 골프를 즐기다니. 그는 같은 달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열린 마스터스 개막 전 ‘파3 콘테스트’에서 골프 애호가로서 선수 김주형의 일일 캐디를 맡으며 또 한 번 골프장을 밟았다.
한동안 이 논란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류준열이 지난 10일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 제작보고회에서 비로소 입을 뗐다. “골프와 관련한 비판적인 여론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데뷔 이래 가장 고민이 많은 시기인 것 같다. 개인적인 일이다 보니까 인터뷰나 개인적인 자리에서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게 이날 그의 말이다. 환경운동가로 이미지 메이킹해서 인기를 얻은 배우가 지인과 골프를 치는 일은 과연 개인적인 일일까. 아무튼 류준열은 이날 사과도 뭣도 아닌 얼버무림으로 또 한 번 문제를 피해 나갔다. 그가 2018년 자신의 생일날 자발적으로 모은 환경기금 500만원을 그린피스에 후원한 팬카페 올포류(All for RYU) 회원들에게는 뭐라고 말했을지 궁금하다.
서정민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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