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조 4명 결장→선발 1회 강판, 그래도 꽃범호 뚝심 빛났다... 혹사 없이 기분 좋은 역전승 [창원 현장]

창원=양정웅 기자 2024. 5. 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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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창원=양정웅 기자]
KIA 이범호 감독(맨 왼쪽)이 17일 창원 NC전 승리 후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전날 연장 12회 승부, 필승조 4명 강제 휴식, 여기에 선발투수마저 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KIA 타이거즈와 '꽃범호' 이범호(43) 감독의 뚝심은 끝내 시소게임의 승자로 만들었다.

KIA는 1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7-4로 승리했다.

이로써 2연승을 달리고 있는 KIA는 시즌 전적 27승 16패 1무(승률 0.628)를 기록, 2위 NC를 2경기 차로 밀어내고 선두 자리를 굳건히 유지 중이다. 경기를 패배했다면 자칫 공동 1위를 내줄 수도 있었기에 승리가 더욱 빛났다.

KIA는 주중 두산 베어스와 홈 3연전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기록보다 뼈아팠던 건 투수진의 소모가 심했다는 점이다. 첫날(14일) 경기에서는 양현종이 6점을 내주면서 6이닝을 버텨줬고, 이후 윤중현과 이준영 2명의 투수만을 썼다. 그러나 다음날에는 제임스 네일이 5이닝을 던진 후 필승조 곽도규와 장현식, 최지민, 정해영이 차례로 나왔다.

이어 16일에는 경기가 연장 12회까지 가는 바람에 전날 나온 투수들이 연투를 불사했다. 특히 마무리 정해영은 15일 1이닝 20구를 던진 후 다음날 1⅓이닝 31구를 기록하는 투혼을 펼쳤다. 이에 투수 운용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정해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거기에 이번 창원 3연전은 KIA 입장에서는 중요한 일전이다. 17일 경기 전 1위 KIA와 2위 NC의 승차는 단 1경기. 상황에 따라 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필승조가 나오지 못하는 건 치명적이다.

그래도 이 감독은 "오늘 4명의 투수가 못 나온다"고 예고했다. 그는 "안 나가는 투수들이 '오늘 던질 수 있습니다'라고 하던데, 그래도 멀리 봤을 때 오늘 던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몇 명이 못 나가지만 다른 투수들이 잘해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60패, 70패는 매년 어떻게든 한다"며 "거기에 잡혀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필승조 4명을 쉬게 하며 1패를 한다고 해도 '나무 대신 숲'을 보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감독은 수비 중 손목 부상을 당한 김도영을 선발 라인업에서 빼면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경기 수가 앞으로 100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선수들 몸 관리를 하는 게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오늘이나 내일 경기보다도 선수들이 시즌 끝날 때까지 완주할 수 있게 상태를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KIA는 경기 시작 후에도 비상이 걸렸다. 선발로 나선 김건국이 1이닝을 소화한 후 왼쪽 햄스트링 뭉침 증세를 보인 것이다. 결국 KIA는 2회 말 투수를 좌완 김사윤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강제로 '불펜 데이'를 해야 했다.

KIA 김사윤이 17일 창원 NC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그래도 KIA 투수들은 잘 버텨줬다. 김사윤이 3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고, 윤중현과 김도현이 한 점씩을 내줬지만 대량 실점 위기를 넘겼다. 특히 김도현은 5-4로 앞서던 7회 말 2사 3루에서 대타 서호철을 날카로운 커브로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 이닝의 문을 닫았다.

그러자 경기도 접전으로 향했다. 선취점을 내준 KIA는 3회 3점을 집중시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6회에는 3-4로 경기가 뒤집혔지만, 7회 박찬호와 나성범의 적시타로 5-4 재역전을 만들었다. 나성범은 9회에도 쐐기 투런포를 터트렸다. KIA는 8회 이준영, 9회 전상현이 실점 없이 막아내며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KIA 선수들은 동료들을 위했다. 세이브를 기록한 전상현은 "가용 불펜이 없었고 내가 꼭 이 경기를 끝내고 싶었다"며 "책임감이 크게 든 경기였고, 그런 만큼 자신감 있게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홈런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한 나성범은 "경기 전 (최)형우 형이 '투수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어제 어려운 경기를 했으니 타자들이 조금만 더 힘내서 중요한 순간에 집중해서 한 점씩 달아나 보자'고 말씀하셨다. 중요한 순간 나갔을 때마다 그 생각이 났다"고 했다.

이 감독도 "어제 12회까지 경기를 치른 뒤 원정 이동이라 선수들이 힘든 상태였지만 중요한 경기인 만큼 모두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며 승리할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이어 "경기가 타이트하게 진행되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야수들이 점수를 뽑아내며 역전했고, 특히 선발이 예기치 못하게 일찍 내려갔지만 뒤이어 나온 투수들이 각자의 임무를 다 해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며 "고생해준 선수단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KIA 전상현이 17일 창원 NC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창원=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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