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와 ‘1호 당론 법안’의 운명 [오늘과 내일/김승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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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반론의 여지 없이 '여의도 대통령'이 됐다.
이 대표는 민주연구원에 지시해 당 이름을 걸고 GDP 증대 효과가 저렇게 큰 것이 맞는지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또 취약계층을 두텁게 돕는 게 낫다는 국민의힘의 주장보다 전 국민 지급이 더 낫다는 점도 납득시킨다면 이 대표 지지 여론도 더 커질 것이다.
이 대표에겐 지금 사법 리스크와 대통령 찬스가 모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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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쓴 나랏돈의 파급 효과는 연구가 대체로 끝난 상태다. 100원을 현금으로 주면 20원쯤,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쓸 때는 40원쯤 기여한다고 한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금융위기나 코로나 등 극단적 위기가 아니면 현금성 복지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지역 자영업자에게 다 써야 하는 지역화폐는 현금 살포가 아니다. 승수(乘數) 효과가 크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공짜 마다할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폭발력 큰 이 정책을 두고 이 대표는 왜 절충안을 찾아나선 걸까.
‘전 국민 25만 원’ 갈지자 선회 이유 궁금
이 대표는 작전상일지라도 후퇴하지 않기를 바란다. 제대로 추진해 거대한 정책 논쟁을 주도했으면 좋겠다. 이 정책에 동의해서가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국가 정책을 다룰 때 정치와 감정보다 숫자와 논리를 더 중시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전제 조건이 있다. 이 대표는 세금 13조 원을 한번에 투입하는 이 정책이 왜 우리 경제에 좋은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경제전문가들이 다들 반대하는데 오랜 시간 굽힘 없이 주장했다면 그 근거가 있을 것이다. 비주류 정치인이 아니라 여의도의 대통령이 된 지금 그 근거를 내놓을 때가 됐다.
때마침 민주연구원은 25만 원씩 지급하면 국내총생산(GDP)을 0.2∼0.4%포인트 증가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이번 주에 발표했다.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1.3%였다. 0.2∼0.4%포인트 추가 성장이면 꽤 큰 성장 기여인데 숫자 도출의 근거는 빠졌다. 실망스러운 것은 “연구자 개인 의견”이라면서 민주연구원은 빠져나간 사실이다. 대중의 뇌리에 ‘좋은 정책’이란 이미지는 심으면서도 사후 책임은 안 지겠다는 꼼수 아닌가. 만년 야당 시절엔 이런 게 이해 받았겠지만 이젠 곤란하다.
“성장에 기여”라면서도 민주연구원은 발 빼
이 대표는 민주연구원에 지시해 당 이름을 걸고 GDP 증대 효과가 저렇게 큰 것이 맞는지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동시에 금리와 물가를 소폭 상승시켜 경제적 약자의 부담을 키울 것이란 비판에도 구체적 반론을 펴야 한다. 또 취약계층을 두텁게 돕는 게 낫다는 국민의힘의 주장보다 전 국민 지급이 더 낫다는 점도 납득시킨다면 이 대표 지지 여론도 더 커질 것이다. 이 대표는 이를 직접 발표하고, 2∼4년에 걸쳐 사후 검증을 받겠다고 약속하면 좋겠다. 역대 어느 정치 지도자보다 정책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이재명은 포퓰리즘 정치인”이란 비판을 뛰어넘을 기회도 된다.
이런 설명의 의무는 이 대표만 질 일은 아니다. 25만 원 지역화폐에 반대하는 정부와 국민의힘 역시 반대 논리를 숫자로 설득해 보길 바란다. 국회 제1당이 낸 정책을 두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것이 아니란 걸 입증시켜 줘야 한다. 재추진한다는 양곡관리법도 마찬가지다. 남는 쌀 매입에 매년 3조 원씩 투입해야 한다는데, 이 큰돈을 투입해야 하는 정책에 여건 야건 정교한 숫자 설명이 없었다.
이 대표에겐 지금 사법 리스크와 대통령 찬스가 모두 어른거린다. 위상이 달라진 그가 나랏돈 13조 원을 쓰자면서 어떤 책무감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김승련 논설위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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