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8년 만에 또…“더는 누구도 잃을 수 없다”

김가윤 기자 2024. 5. 1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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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는 아직 여성이라서 많이 죽는다.'

박 센터장은 "8년 전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처럼 번화가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에 의한 폭력도 대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가정과 친밀한 관계, 직장 모든 곳에서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당할 수 있다는 것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울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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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석열 정부, 법·정책에서 여성 지우고 있어…”
17일 열린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8주기 추모행동’ 참가자들이 자신의 구호를 포스트잇 모양의 손팻말에 직접 쓰고, 이것을 모아 대형 글씨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이 사회는 아직 여성이라서 많이 죽는다.’

17일 저녁 서울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앞 게시판에 70여장의 포스트잇이 바람에 나부꼈다. 그 앞엔 하얀 국화꽃 네 다발이 놓였다. 지난 2016년 5월17일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된 ‘강남역 살인사건’이 벌어진 곳이다. 8년이 지나 이곳에 모인 130여명의 시민은 “더는 누구도 잃고 싶지 않다”며 “지금, 우리가 반격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외쳤다.

이날 34개 여성단체,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의 공동주최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8주기 추모행동’이 열렸다. 주관단체인 서울여성회의 박지아 성평등교육센터장은 가슴에 근조리본을 달고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근래 강남역에서 죽어간 또 다른 여성의 죽음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지난 6일 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전한 여성이 교제살인을 당했다.

박 센터장은 “8년 전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처럼 번화가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에 의한 폭력도 대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가정과 친밀한 관계, 직장 모든 곳에서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당할 수 있다는 것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울음을 삼켰다.

시민들은 여성 정책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추모발언에 나선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여성혐오와 성차별, 성폭력과 성착취, 여성살해가 끊이지 않는데 대통령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있던 성평등 정책도 실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진솔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국가는 여전히 공식 통계조차 내고 있지 않다.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여성가족부 폐지’를 언급하며 법과 정책에서 여성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저녁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8주기 추모행동’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가윤 기자

130여명의 시민은 ‘강남역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며 퇴행에 “반격하겠다”고 외쳤다. 이들은 8주기 추모행동 성명을 통해 “여성이 안전한 사회는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라며 “여성의 죽음을 잊지 않겠다는 맹세가 모여 새로운 물결을 만들었던 곳이 강남역이다. 우리는 퇴행을 집어삼키는 반격의 시작이 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지난 2016년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러 강남역을 찾았던 직장인 장아무개(37)씨는 “8년이 지나도 여성혐오 범죄가 또다시 일어났다. 이 시점에 다시 한 번 ‘우리가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처음 추모행동에 참여한 정아무개(31)씨는 “(여성살해 사건이) 너무 많이 일어나니까 사람들이 무뎌지는 것 같다. 계속 언급을 해야 (문제라는 걸) 기억할 것 같아서 왔다”고 했다.

이날 추모행동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구호를 포스트잇 모양의 손팻말에 직접 쓰고, 이것을 모아 대형 글씨를 만드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우연히 살아남고 싶지 않다’, ‘여성의 죽음을 방관하지 말자’ 등 손팻말에 적힌 문구가 모여 만든 글자는 ‘반격’이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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