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까지 잃게 한 성폭행 피해…"1980년이 다시 와도 나는"

임예은 기자 2024. 5.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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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덮어둔 '그날의 상처' 증언하는 5·18 성폭행 피해자들
[앵커]

내일(18일)이면 5·18민주화운동이 44주년을 맞습니다. 1980년 그날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입에도 못 올리던 시절을 지나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국가기념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희생이 다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손가락질이 두려워 말 못 하던 5·18 성폭행 피해자들 이제야 국가폭력이 남긴 상처를 증언하고 나섰습니다.

먼저 임예은 기자입니다.

[기자]

[이남순/5·18 성폭력 피해자 : 내 꿈은 변하지를 않아. 80년대 거기에 딱 멈춰있어. 꿈이…]

신경안정제 8알을 먹고 누워도 매일 밤 무더웠던 5월의 광주로 돌아갑니다.

[이남순/5·18 성폭력 피해자 : 고랑에 처박혀 있는 사람들, 학생들 찾으러 다니는 것, 헤매는 것…그런 꿈을 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금남로를 오갔고, 27일 계엄군에 붙잡혔습니다.

[이남순/5·18 성폭력 피해자 : 지프차에 오르려고 하는데, 뒤에서 뭐가 들어왔습니다.]

성기와 엉덩이를 대검에 찔렸습니다.

다친 채 한 달을 갇혔다 풀려났습니다.

몸에 상처와 폭도 딱지가 남았습니다.

[이남순/5·18 성폭력 피해자 : 나 때문에 동생들이 어떤 피해가 갈까 봐 두렵고…]

고향에서 못 버티고 미국으로 떠나 20년을 살다 왔습니다.

자궁까지 잃게 한 성폭행 피해는 차마 말도 못 꺼냈습니다.

[이남순/5·18 성폭력 피해자 : 어떤 때는 엄마를 두고 막 울고 싶었어. 그런 이야기를 하며 울고 싶었어.]

지난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처음 털어놓았습니다.

피해자 번호 32번.

그러고 나니 번호 대신 얼굴과 이름을 내놓고, 말할 용기도 생겼습니다.

[이남순/5·18 성폭력 피해자 : 다시 80년도가 와도…거기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이남순 씨를 포함한 16명이 지난해 국가로부터 5·18 성폭력 피해를 확인받았습니다.

[5·18 성폭력 피해자 (35번) : 국가의 어떤 테두리 안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그 현장에 정말 무력하게 당했다는 거…]

지난달 피해자 10명이 한 자리에 모였고, 계속 만나기로 했습니다.

모임 이름은 '열매'입니다.

[5·18 성폭력 피해자 (35번) : 아픔을 가진 분들이 나타나서 뵙게 되고 앞으로 열매를 맺겠죠.]

이런 피해를 입는 일도, 피해를 숨겨야 하는 일도 없는 사회, 이들이 바라는 '열매'입니다.

[화면제공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영상자막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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