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쓸 곳 많은데…‘지출 구조조정’만 꺼낸 정부

최하얀 기자 2024. 5. 1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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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언급한 저출생 대응, 연구개발(R&D), 약자복지, 필수의료 등 주요 재정투자 대상은 모두 중장기 시계를 바탕으로 국가 전략이 필요한 굵직한 과제들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필요한 재원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서만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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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언급한 저출생 대응, 연구개발(R&D), 약자복지, 필수의료 등 주요 재정투자 대상은 모두 중장기 시계를 바탕으로 국가 전략이 필요한 굵직한 과제들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필요한 재원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서만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 써야할 돈 만큼을 기존 예산에서 잘라내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어느 때보다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이 예고된 가운데, 과세기반 확충 노력이 배제된 저출생 대응 등은 ‘말잔치’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윤 대통령은 “각 부처는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성과가 낮거나 비효율적인 예산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회의에서 내년도 예산 증가분이 모두 의무지출에 해당해 신규 증액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을 설명하면서 “부처별 구조조정 실적에 따라 예산상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는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역시 올해처럼 지출 증가폭을 대폭 억제하는 ‘짠물 예산’으로 편성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3∼2027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담긴 중기 재정지출 계획상, 내년 재정지출 규모는 684조4천억원으로, 올해(656조8천억원)에 견줘 4.2%(27조6천억원) 늘어난다. 동시에 같은 기간에 법적으로 지출이 의무라서 자연히 늘어나는 의무지출 증가 규모는 25조1천억원(올해 348조2천억원→내년 373조3천억원)에 이른다. 전체 재정지출 증가액과 의무지출 증가액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기 계획대로 가려면 새 사업 예산만큼 기존 예산이 조정되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향후 예산편성 과정에서 계속 검토를 거치겠지만, 현재로선 중기 계획에 따라 지출 증가율을 4.2%로 한다는 게 최 부총리 발언의 전제”라고 부연했다.

동시에 이날 최 부총리는 “중기 계획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 초중반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며 현재 중기계획상 국가채무 비율(2025년 52.9%, 2026년 52.5%, 2027년 53.0%)을 흔들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과감한 재정 지출이 필요한 과제들을 열거해놓고, 지출증가율과 국가채무비율 모두 기존의 계획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통상 지출 구조조정으로 연간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은 많아야 20조원대 초반이었다는 점에서, 지출 조정만으로 저출생 대응에 나서는 일은 한계가 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행정학)는 “과세 기반 확충 노력 없이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저출생 재원을 마련한다는 건 굉장히 불가능한 구상”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박수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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