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빚만 잔뜩 물려받은 소년가장 같아 답답한 심정"

임경구 기자 2024. 5. 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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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재정, 매우 현명한 선택…앞으로 허리띠 더 졸라매야"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정부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용하는 '건전 재정' 기조 유지 방침을 분명히 하며 "정부 재정을 살펴볼 때면 빚만 잔뜩 물려받은 소년가장과 같이 답답한 심정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가 할 일이 태산이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다. 마음껏 돈 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관계자가 최근 '총선 결과로 인해 야당과 협상이 필요한 만큼 재정 건전화는 느리게 진행돼 기대보다 완만한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 대목을 언급하며 "앞으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예산편성을 앞두고 국무총리, 국무위원, 국민의힘 주요 인사 등이 참석해 향후 재정 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회의체다.

윤 대통령은 거듭 "건전재정이 무조건 지출을 줄이자는 의미는 아니다. 효율적으로 쓰자는 얘기"라며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줄이고 필요한 곳에는 제대로 써서 재정 지출에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2년 동안 우리 정부가 열심히 노력해왔고 나름의 성과도 거뒀지만 지금은 잘한 일보다 부족한 일들을 먼저 살펴야 할 때"라며 "저는 요즘 취임 이후 해온 일들을 돌아보면서 앞으로 무엇을 바꾸고 어떻게 3년의 국정을 운영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최근 수행한 전통시장 방문, 미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민생토론회 등을 언급하며 "여러 자리에서 국민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며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저와 우리가 할 일을 제대로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재정 운영은 건전재정 기조를 정착시키고 민간 구조의 시장경제를 복원하는데 중점을 둬왔다. 또 강도 높은 재정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를 줄이고 지출을 효율화했으며 부담금도 전면 재정비했다"고 자평했다.

또한 "우리 정부 출범 당시 6%대 고물가와 세계적인 고금리에 복합 위기 상황에서도 방만하게 돈을 풀지 않고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함과 아울러 규제 완화와 민간투자 확대를 비롯해 민간중심의 경제운영을 추진한 것은 지금 돌이켜보면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저출생 극복을 강조하며 "2006년 이후 무려 370조 원이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은 오히려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서 "실질적인 출산율 제고를 위해 재정사업의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서 전달체계와 집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서민과 중산층 중심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재정이 제 기능을 해야 한다"며 "성장의 토대인 R&D(연구개발)를 키우기 위해 예타(예비타당성조사)를 폐지하고 투자 규모도 대폭 확충하기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기업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 노동시장 개편을 강조하며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안, 그리고 노동법원 설치가 조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모두 관심을 갖고 챙겨달라"고 했다.

특히 "국민들께서 바라고 계신 의료개혁 완수를 위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재정전략이 필요하다"며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체계, 지역의료 혁신투자, 필수의료기능 유지, 의료사고안전망 구축, 필수의료 R&D 확충을 비롯해서 정부의 의료개혁 5대 재정 투자가 차질 없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챙겨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 윤 대통령은 기초연금, 생계급여 지속 확대, 경력단절 여성과 노동 약자 청년들을 위한 실질적 프로그램 확대 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한 전 부처 장관들에게 "민생을 풀어내는 답은 절대로 책상 위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며 "예산 편성과 재정 운영도 현장 맞춤형으로 해야만 국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성과가 낮거나 비효율적인 예산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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