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카르텔’에서 ‘성장 토대’ 된 R&D 예산… 예타 대상서 R&D 뺀다

세종=박소정 기자 2024. 5. 1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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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올해 ‘국가재정전략회의’ 개최
말 많고, 탈 많던 ‘R&D 예산’ 중요 의제에
R&D 예타 폐지 법 개정… 투자 대폭 늘려
‘반도체 산업 초격차 확보 지원’도 과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눠 먹기식, 갈라먹기식 R&D(연구개발)는 ‘제로(0)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2023년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
“성장의 토대인 R&D를 키우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폐지하고, 투자 규모도 대폭 확충하길 바랍니다.”

윤석열 대통령 2024년 5월 17일 국가재정전략회의

‘나눠 먹기식 카르텔’ 취급을 받았던 R&D(연구개발) 예산이 1년 만에 ‘성장의 토대’란 지위를 되찾았다. 내년 예산안과 향후 재정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최고위급 회의체인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예산을 지칭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이같이 바뀐 것이다.

현재 건설공사·정보화·국가연구개발(R&D) 등 사업으로 규정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에 R&D를 제외하는 내용으로 국가재정법을 개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올해 삭감됐던 R&D 관련 투자 예산 규모는 내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R&D는 예타 대상’ 규정한 국가재정법 개정 추진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 자리에서 “성장의 토대인 R&D를 키우기 위해 예타를 폐지하고, 투자 규모도 대폭 확충하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턴 R&D 사업에 관해 예타를 거치도록 하는 과정 자체가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R&D 예타 대상이 되는 사업비 규모를 대폭 상향하는 방안이 될 것이란 시각이 많았는데, 이를 뛰어넘은 ‘폐지’라는 개편 방향이 발표된 것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 500억원, 재정 지원 300억원 규모 이상인 대규모 국가사업 중 법으로 규정된 특정 사업 내용은 예타 조사를 받게 돼 있다. ‘건설 공사’, ‘지능 정보화’,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이 그 대상인데, 이 중 연구개발사업을 제외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이다.

1999년 도입된 예타 제도는 사업의 경제성을 평가해 재정의 낭비를 막는 긍정적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과학계에선 4차 산업 R&D 사업 등의 경우, 통상 6개월 이상이 걸리는 긴 예타 조사 기간을 거치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토로해 왔다.

대폭 삭감됐던 예산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R&D 예산은 전년도와 비교해 4조6000억원 삭감된 26조5000억원이다. 내년도 예산 규모는 오는 8월 말 확정될 2025년도 예산안에 구체적으로 담기겠지만, 일각에선 지난해 예산 규모(31조1000억원)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책정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참고로 정부는 지난해 세운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내년도 R&D 예산 규모로 27조6000억원 수준을 계획해 놓은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16일 대전 유성구 ICC호텔에서 '대한민국을 혁신하는 과학 수도 대전'을 주제로 열린 열두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尹, 작년엔 ‘나눠 먹기식 카르텔’→올해는 ‘경제 성장 토대’

R&D 예산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는 지난해 정부가 보여줬던 모습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은 1년 전 같은 회의에서 ‘나눠 먹기식, 갈라먹기식 카르텔 예산’으로 R&D 예산을 지목했다. 충분한 논의 없이 뭉텅 잘려버린 예산에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지난 1년 동안 과학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들끓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 정부는 올해 “전반적인 R&D 시스템을 개혁하겠다”면서도, 민간이 하기 어려운 혁신·도전형 R&D 사업, 이른바 ‘좋은 R&D 사업들’을 솎아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R&D 예산은 이번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역동 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주요한 정책 과제로 논의됐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재정전략회의에서 ▲민생 안정 ▲역동 경제 ▲재정 혁신 등 세 가지 주제로 나눠 앞으로의 주요 정책 과제들을 제시했다. 이 중 역동 경제 과제로, ‘선도형 R&D로의 개혁’과 ‘반도체 산업 초격차 확보 지원’을 내세웠다.

앞서 최 부총리는 ‘최소 10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KDB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펀드로 재원을 마련해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약점으로 꼽히는 소재·부품·장비, 팹리스(설계) 부문 투자와 R&D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이와 관련한 예산이 올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또 ‘중소·중견기업의 스케일업’과 ‘청년·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제고’ 등 두 축을 핵심으로 하는 ‘역동 경제 구현 로드맵’은 기재부가 올해 상반기 중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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